|
완 시가렛또 기부미 ( One cigarettes give me! )
옆 동네에 사는 우리 반 친구 영일이 집은 몹시 가난하였다, 학교 기성회비(월사금)을 내지 못해 만날 학교오면 선생님에게 시달린다, 석달이나 밀린 걸로 기억되는데...선생님은 회초리를 흔들며
" 언제 가져올래?"
" 내일요"
" 약속지킨다 알았냐!"
" 예..." 지켜지지도 못할 대화가 늘 되풀이 되곤한다, 그러다 납부실적이 다른 반에 비해 떨어지면 그 때부터 선생님은 신경질적으로 나온다, 청소는 물론 애들 앞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손바닥을 패는 파렴치한 행동까지 하여 어린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였다, 이러니 영일이가 무슨 재미로 학교를 오겠으며, 학교를 오고 싶어도 결석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성격은 밝아 그때의 감정은 즉시 즉시 풀어버리곤 했다, 그의 집을 보면 참-딱하다, 사는 집은 오래되어 낡아 빠진 옛날 일본사람들이 살던 공동주택인데
집집마다 다다미방 한 칸에 부엌은 공동으로 사용하였고, 영일이네는 맨 끝방으로 컴컴한 긴 복도를 걸어가면 마루바닥의 틈이
벌어져 (삐이걱~ 삐이걱~) 하는게 마치 유령의 집에 온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진다, 끝방에 이르면
" 콜록 콜록 누-고? 영일이가?" 하며 그의 아버지가 문을 여는데 그야말로 미이라 처럼 피골이 상접하여 눈만 휑-한게 한 눈에
병자임을 알 수가 있다, 오랜 폐병으로 운신조차도 잘 할 수가 없었고, 수입이래야 엄마 혼자서 방티장사(다라이에 생물(생선)과
야채를 이고 다니며 팜) 하여 6식구가 겨우 굶지 않았고, 다행히도 형과 누나들이 공부를 잘해 장학생으로 다니니 학업을 계속할수
있었는데 이런 사정을 아는 그가 어떻게 기성회비 달라고 조를수 있겠나,
우리 골목엔 같은 학년이 한 명있지만 여자애고 길 건너에 유일하게 그 녀석 뿐이라, 둘은 자연히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고, 학교를
파하고 우리집에서 놀다가 밥을 먹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녀석이
" 에이씨! 나 내일부터 학교 그만 둘거야!"
" 학교를 그만 두다니?" 녀석은 빈죽 거리며
" 가면 뭘해! 만날 혼나고, 돈 나올 구멍도 없고, 인제는 선생님 얼굴볼 면목도 없다"
" 학교 안 가면 뭘할거야?"
" 너만 알고 있어! 나 며칠전부터 중앙통 키네마 극장 옆에서 구두를 딱고있어"
" 야- 그걸 어떻해? 구둔 딱을 줄 알아?"
" 옆집 형이 거기서 일 하는데 제법 짭잘하더라, 그형하고 같이 하기로 했어" 그러더니 이튿날부터 결석을 하였다,
선생님은 집이 가까운 나에게 가서 알아보라지만 나는 가지도 않고 거짖말로
" 가보니 아무도 없던데요!" 일축해 버렸다, 그리고 며칠 지나 밤에 동생이 배 아프다해서 약을 사러 가다가 약방 앞에서 녀석과
마주쳤다, 영일이가 구두통에 약 봉다리를 넣고있네?
" 야! 여기서 뭘해?" 녀석은 반갑게 웃으며
" 짜-식 누구라고? "
" 약 샀어?"
" 응 아버지 약 좀 샀어 선생님은 뭐라 안하셔?"
" 응! 처음 이틀은 나보고 가보라더니 지금은 잠잠하셔, 근데 학교는 계속 안 나올거야?" 녀석은 컴컴한 하늘을 올려보더니
" 아- 달도 밝다!"
" 야 니가 벌어 아버지 약 사는것도 좋지만 이틀에 한 번씩이라도 학교 나오지?" 우린 나란히 걸어가며
" 야- 니는 모른다, 니가 내 마음을 우예 알겠노..."
" 너거 엄마도 벌고 있잖아!"
" 치- 우리 엄마의 벌이로 여태 굶지 않은게 용하지, 다행으로 형과 누나들이 장학생으로 다니니까 공부를 계속할수 있는거고,
아버지 약값은 하늘에서 떨어지냐? 불쌍한게 우리 엄마야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꼭두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머리위에 방티이고
얼마나 돌아 다녔으면. 집에 오자마자 마치 물먹은 솜처럼 폭! 꼬꾸라져서 자면서 끙끙 앓고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수있냐! 문득 저러다 엄마 마져 병이들까 두려워 공부도 제일 못하는 내가 아버지 약값을 벌기로 했어!"
같이 장난치고 할때는 몰랐는데, 어려운 가정에서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니 나보다 훨씬 성숙해 어른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토요일 날 심심키도 하고, 궁금해서 이놈이 일 하는데로 가보았다, 녀석은 극장옆 담에 쪼구려 앉아 열심히 구두를 딱고
있었다, 거지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깨끗한 차림이네? 가만히 지켜본다, 미군의 워카를 딱고 있는데, 녀석이 미군과도
대화를 한다? 속으로 (와- 저놈 미국말도 할 줄아네?) 더 가관 것은 미군과 뭐라고 씨부리더니 양놈에게 담배도 한 개피를 얻는게
아닌가? 내가 다가가자 녀석은 재빨리 담배를 신문지에 말아 주머니에 넣으며 눈이 땡굴
" 너 여기 어떻게 왔어?"
" 그냥 보고 싶어서!"
" 마침 잘 왔어" 하더니 그 귀한 미제 초코렛을 주며
" 먹어봐 맛좋아 안 그래도 이거 오늘 저녁에 니 줄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다니..."
" 아까보니 너 쌀라 쌀라 미국말도 잘 하더라..." 녀석은 조금 겸연쩍은 표정으로
" 그거? 쉬워 며칠만 일 하면서 형이 하는데로 따라하다 보니 저절로 배웠어"
" 참! 인사해 옆집 형이야!"
" 안녕하세요?" 그형은 구두를 딱으며
" 응- 그래 너도 자리하나 봐 줄까?" 친구는
" 에이- 형은 우리반인데 날 보러온거야" 난 부러운듯
" 너 솜씨도 좋더라... 담배까지 얻고"
" 양키들은 구두약을 많이 바르는것 보다 얇게 바르면서 퇴! 하며 침을 바르지 말고 입김과 솔로만 광을 내주는걸 좋아하지 딱으면서 놈들의 표정이 밝아지면 그때<디어 엉클 완시가렛또 기부미>하면 한 개피를 빼주는기라 키키키"
" 기부미는 달라는 말이고... 디어 엉클은? 완 씨가레토는 무슨뜻이야?"
" 디어 엉클은 우리말로 착한 아저씨고, 완 씨가렛또는 담배 한 개피야"
" 아- 그런 말이구나! 근데 그 담배를 아버지 드릴것도 아니고 뭘 할거야?"
" 이거는 조금 있다가 극장앞에 가서 팔면 돼! 금방 팔리지"
" 야-꼬마야 이것 잘 딱아 갔다 줘!" 고개를 들어보니 진짜 빤스가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에 화장을 짙게하고 입에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아가씨가 구두 두 컬래를 던져주네? 녀석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 누나! 껌 한 개주고 가야죠!" 여자는 피식 웃으며 초코렛과 껌을 던져주며
" 파리가 미끌어지게 딱아 알았어!"
" 옛썰 맴!"
" 저 여자가 뭐 하는 여자야?" 녀석은 껌을 꺼내 씹으며
" 양갈보야"
" 양갈보라니?"
" 그것도 몰라? 양놈들하고 살림을 사는 여자란 말이야" 난 구두 딱는걸 구경하며 아무 생각없이 옆에 앉아있었다,
다 딱아갈 무렵 또 미군 두명이 왔는데 한 명은 깜둥이 한 명은 흰둥이로 옆의 형이 씨익 웃으며
" 야 영일아! 넌 검은돌 난 흰돌 바둑 한판 두자!"
" 좋아 형!" 하더니 둘이 빨리 딱기 시합을 한다, 그 형이 먼저 끝났다, 깜둥이의 구두를 다 딱자 녀석이 또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디어엉클 완시가렛또 기부미!) 하자 깜둥이가 지가 피던 담배를 건네주네? 녀석은 받아서 끄고 돈을 받았다,
그들이 가는걸 보며
" 쨔-식 디어 엉클 좋아하네 깟뗌이다 깟뗌!!" 하는 순간 깜둥이가 들었는지 싹- 돌아서더니 집채만한 덩치가 왕방울만한 눈알을
굴리며 달려온다, 친구는 잽싸게 도망간다, 마치 사자가 토끼를 잡으려는 장면 같다, 잡힐듯? 말듯? 조그만한게 사람들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니 잡을 수가 없었다, 깜둥이는 씩-씩- 대며 오더니 동료에게 팔을 벌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짖더니 친구의
구둣통을 밟아 뽀개버렸다, 옆의 형을보니 울그락 불그락한다, 박살난 친구의 구둣통을 주섬주섬 주우며 생각하니 영일이는 이걸로 돈벌어 아버지의 약을 사드리는데...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대로 깜둥이의 품에 구둣통을 안겨주며
" 이건 왜 밟아요! 물어줘요! 물어줘요 " 하며 따졌다, 흰둥이가 (쏘리 쏘리)를 연발하며 깜둥이에게 뭐라 뭐라하니 깜둥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동전 (25쎈트 짜린지?) 4개를 쥐어준다, 한참 후 숨어서 지켜보던 친구가 오더니
" 야 고맙다, 동전 몇개야?" 녀석에게 돈을 건네주자
" 와! 오늘 횡재했어! 다 니 덕이야 고마워!"
" 형! 내 구두통 좀 고쳐줘요"
" 그래 오늘은 일찍 들어가거라" 우린 극장앞 이동 환전상 아주머니에게 개피 담배와 돈을 바꿔 호떡을 사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영일이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나오는듯 하더니 아예 장기 결석으로 들어갔다, 그의 집에가도 만날 수가 없었다,
한 달후인가? 내가 없는새 이사를 간다며 우리집에 왔었다는데... 그 후론 한번도 못 보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술집에서 싸움이 붙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녀석이 옆 테이블의 여자에게 말을 걸었는데, 왠놈들이 나타나더니 다짜고자 시비다
" 야- 이새끼들아 이게 니 여자야?"
" 그래 새꺄 그럼 니 여자냐?" 하며 웃통까지 벗어 던지고 일촉측발의 순간인데...
" 바라-바라- 기분좋게 술이나 묵지 와? 싸우고 난리야!" 하며 한 녀석이 나타나니 상대편 녀석들이
" 이집 상무야~ 나가자 나가!" 하면서 슬금슬금 도망갔다, 우리도
" 에이 기분 망쳤네!" 하면서 나오려는데... 등뒤에서 내 어깨를 톡!톡!친다? 기분이 나빠 찡그린 인상으로 돌아보니 상무란 놈이
싱글싱글 웃으며
" 니 기지 맞제?"
" 예 기지는 맞아요! 그런데..."
" 니! 내 모리겠나?"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생각이 나질않는데요?"
" 녀석! 내 영일이 아이가 그래도 모리겠나?"
" 아- 그래 영일이! 야 미안하다 못 알아봐서" 우린 서로 끌어 안았다, 그 친구는 일행들에게
" 우린 국민학교 친굽니더 다 친구들인데 들어가서 한잔 합시다" 난 친구들에게 먼저 가라고 손짖하여 보내고 그 가게
안방(?)에서 마셨는데 박통께서 그렇게도 즐겨 마셨다는 씨바스 리갈을 처음 맛보며 그의 얘기를 들었다,
" 전학 간 학교에서 겨우 졸업하고, 한 해를 꿀면서 신문배달하며 야간중학교를 졸업했지, 니는 부모 잘 만나 호강하며 자랐지만
난 이공장 저공장 떠돌았지, 그 때 나의 희망은 오로지 복싱뿐이였어"
" 아! 그래 작년에 포스타에서 본 빤탐급 김영일이 바로 너가 맞구나!"
" 봤어? 체전나가서 3위 까지 했었지"
" 지금은?"
" 어릴때 중이염 앓았던게 복싱을 하며 얻어 맞다보니 이명현상인가? 와서 그만 두었어" 그는 신체구조상 권투를 잘하게 생겼다,
어릴때 별명이 고릴라 였는데 키에 비해 팔이 길며 목이 짧아 머리와 어깨가 붙은것 같이 보였다, 좀 기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그의 빤치는 매웠으며 스피드도 탁월 했는데 싸울 때 그의 선공에 안 떨어지는 녀석이 없었다, 하기야 국민학교때 싸움이란
코피를 먼저 터주는 놈이 이기는 거지만,
" 참 아버지는?"
" 국민학교 졸업하던 해 돌아가셨어"
" 엄마와 형과 누나들은?"
" (엄마는 고생을 하도해서 늘 아프시고, 형은 법대 나와 고시패스해서 연수중이고 큰 누난 시집갔고,
작은 누나는 00 의상실 알지 그거 해"
" 와- 너거 집 잘 풀렸구나!"
" 내가 이 모양이니..."
" 니가 어때서?" 녀석은 독한 술을 한 숨에 쭉 들이키더니
" 나도 공부를 해야되는데 그것도 때가 있는지 안 되더라! 겨우 고졸검정고시를 달랑달랑 붙었는데... 어차피 늦어진공부,
또 대학가면 뭘하냐? 낼 모래 군대도 가야하니 하기도 싫더라" 자 한잔 하자!
" 참! 난 널 몇번 봤어!"
" 봤어면 불러야지!"
"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널 부를 용기가 나질 않더라"
" 짜-식 보기보다 마음이 여리군"
" 근데 어떻게 술집 상무를 하게 되었어?"
" 야 내가 배운기라곤 주먹 뿐인데 뻔 하잖아, 웃기는 것은 이 바닥에서 요새 내가 잘 나간다 아이가 키키키"
" 뭐가 잘 나가는데?"
" 우리형이 고시패스 했다고 소문이 나니 골치 아픈 일들이 내가 나서면 일이 쉽게 쉽게 해결되거든 키키키 그라고 니가 술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서 내 이름 대고 마음껏 마셔라! 아니야" 녀석은 홀을 향해 큰 소리로
" 어이! 야! 야! 이리 와봐라 " 종업원들을 모두 불러 인사를 시키며
" 이 친구는 내 부랄 친구다 고로 잘 기억했다가 알아서들 모셔라 알았냐?" 사자후를 토하니 십구동성으로
" 옛! 상무님"
" 좋아 좋아 나가 일들 봐!" 술도 어지간히 취하고 친구가 화장실 간 사이에 눈감고 어릴 때의 이 놈과의 추억을 그리면서
빙긋이 웃고 있으니 녀석이
" 야 야 뭘 생각하며 빙긋이 따게고 있냐?" 난 말 없이 손을 내밀며
" 완 시카렛토 기부미!" 하자 녀석이 담배를 한 개피 내 손에 끼워준다, 내가 인상 쓴 얼굴로 눈알을 뿌라리며
" 헤이유 깟.뗌!" 하자, 순간 녀석이 옛날을 기억해내곤 배를 잡고 뒹굴더니
" 야- 그때 깜둥이에게 잡혔으면 아마 맞아 죽었을거야 그쟈?, 그 때는 깟뗌이 우리말로 개새끼 정도의 욕인줄 알았지 그렇게 심한욕인줄은 몰랐어! 그라고 너도 대단하더라! 그 때 울면서 깜둥이에게 달려들어 딸라를 받아냈잖아 그걸로 호떡도 사먹고 아버지 약도사고 했었지..."
" 그래 우리에겐 참- 좋은 추억이야" 자- 건배! 우리들의 멋진 추억을 위하여! 우린 그날 밤을 세워 원없이 마셨다, 끝.
談思 임기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