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 14 - 큰스님 인연1(구산스님 )
80년 절집에 계시다보니 큰스님과의 인연이
많으시다.
그래서 아직 기억력도 좋으시고 해서 그때
이야기를 녹음했다가 간추려 적어보려 한다.
♧♧♧
스님의 삭발 본사는 쌍계사 국사암 이다.
그때 노스님 문성스님과 은사이신 법일스님
하고 경옥행자하고 넷이 살 때 였다.
하루는 구산스님이 누더기 입고 수좌로 다니실
때 설곡스님이라는 분하고 국사암에 오셨다.
평소에 문성노스님하고 법거량하며 친분이
있으셨다.
양식이 귀한때라 저녁때쯤 큰절로 가시려는걸
우리몫을 큰스님들께 공양올리고 대신 법문 좀
해주시면 안되겠냐고 노스님께 말씀드리니까
구산스님께서 "용생용龍生龍이요, 봉생봉
鳳生鳳이로다. 과연 문성스님 손주 상좌로다."
라고 하시며 칭찬하셨다 한다.
그때 해 주신 법문이 [붕산조사] 법문이다.
***
하루는 시자들이 이렇게 여쭤봤다.
"노스님 언제 돌아 가실렵니까 ? "
"저 뒷산이 무너지면 내가 갈꺼다."
그 후 며칠 후에 시자들이
"노스님 뒷산이 무너졌는데요."라고 하니까
노스님께서 "아, 그래 목욕해야 겠네."라고
하시자 시자들이 " 아닙니다, 저희들이 거짓말로
그랬습니다." 라고 말씀드리자 노스님께서
아니다 하시며 끝내 목욕하시고 입적하시니
말 그대로 뒷산이 무너졌다 한다.
그래서 붕산조사라 했다 한다.
붕산조사가 돌아가시면서 유언하시길,
"내가 죽은 다음에 영靈을 그리는데 눈썹은
그리지 말고 놔 두었다가 30년이 지난 후에
전국을 다니면서 '자기 영靈 찾으시오~'라고
하라고 하셨다.
그 후 30년이 지나고 문도들이 붕산조사 영을
들고 전국을 외치고 다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에 왕이 사는 궁궐에 가서 외치니
왕이 소리를 듣고 오라해서 가니 신하한테
붓을 가져오라 하더니 그 영靈에다 눈썹을 그렸다
한다. 왕이 붕산조사였던 것이다.
그런 법문을 해 주시고 구산스님과 설곡스님은
큰절 쌍계사로 가셨다 한다.
도인의 생사 자유자재 경계는 범부로는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생각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불가사의 경계다.
얘기는 옛날 얘기 이지만 그 속의 깊은 뜻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음에도 변함없는 진리의
소리이다.
* 구산스님 (1909 ~ 1983)
- 순천 송광사 출가
- 은사 효봉큰스님
- 전 송광사 방장
* 성우스님 (1923 ~ ) 현재 대원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