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산 십오곡도‘달맞이 고개’
만월, 밤바다에 가득한 월출 장관으로 이름나
달맞이 언덕축제와 더불어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송정을 향하는 굽이굽이 돌아오르는 언덕길. 오른편 언덕 아래로는 망망대해와 해운대 해수욕장 전경이 펼쳐지면서 왼편은 주공아파트와 고급빌라, 까페들과 대형호텔이 들어서 있는 호젓한 길로 접어든다.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의 미포에서 청사포를 넘어 송정으로 와우산 능선을 넘어가는 고갯길이 바로 달맞이 언덕길이다.
벚나무와 송림 사이로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며 굽이 굽이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숨이 차오르며 언덕의 정점에 이른다. 이 곳이 바로 달맞이고개이며 해월정이라는 정자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다.
달맞이고개는 원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우산(臥牛山)으로 불리웠고 송정까지 15번이나 굽어지는 고개길이라 하여 그 길을 십오곡도(十五谷道)라 하기도 했다.
짙은 산림이 드리워진 이 고개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창파라 일컬을 정도로, 그 빼어난 아름다움이 유명했다. 예로부터 대보름 밤이면 이 곳은 사람의 세상이 아닌 듯 그림 같이 아름다운 달 그림자를 가득 드리운다.
이는 바로 대한팔경의 한 장면으로, 이 월출 경관을 보기 위해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절경이었다. 어둔 밤하늘을 가득 채운 만월이 검푸른 바다위로 길게 금빛 그림자를 드리우는 밤풍경은 달과 바다와 하늘이 일체가 되는 하나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바다에 뜨는 달의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 어찌 해운대 뿐일까 마는, 동해안에 뜨는 달은 월출 한때 뿐이고 서해안에서 보는 달은 월몰의 한때 뿐이다. 그러나 해운대는 동해와 남해의 여울목으로 월출의 장관에서 월몰의 경관까지 아울러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정월 대보름밤이면 달맞이고개나 해운대 백사장으로 달구경을 나서는 사람들의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해운대 달구경의 진미는 달집태우기와 함께 한밤내내 바다를 수놓으며 그려가는 살아 있는 묵화를 보는 듯한 그 정취일 것이다.
달맞이 언덕은 1983년도 당시 새마을 운동의 일환인 전국토 공원화 사업으로 해운대구청에서 길가에 자연석을 쌓고 벚꽃나무를 심어 달맞이 길 주변을 단장하였다. 그 후 봄이면 언덕길 전체에 벚꽃이 만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달빛과 하얀 벚꽃이 조화를 이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어 달맞이길 제2의 절경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한편 달맞이고개 중에서도 일월출 광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팔각정 전망대인 ‘해월정’이 자리잡고 있다. 사냥꾼 총각과 나물 캐는 처녀가 사랑을 불태우다가 정월 보름달을 보며 기원하여 부부가 되었다는 전설이 어려있는 이 곳은 예로부터 선남선녀들이 정월 대보름달만 되면 여기에 와서 보름달을 쳐다보며 그들의 소망을 빌었다고 하는 전설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1983년 7월 30일 이곳에 동산비가 건립되었는데 이 비는 자연석으로 기단부와 비신으로 이루어져 있고 비신의 앞면에 <달맞이 동산>이란 글씨가 음각되어 있으며 뒷면에는 춘원 이광수 선생의 <해운대에서>라는 시가 국전 초대작가 고동주의 글씨로 새겨져 있다.
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인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해운대 저녁달과 푸른 바다의 절경에 도취되어 길을 떠나지 못하고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는 내용의 이 시에서도 보여지듯이 달맞이언덕의 아름다움은 고금을 막론하고 예찬되어질만한 가치가 있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