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수필가) 나의 문학관

[편집자]

나의 문학관

가끔 목 놓아 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대성통곡 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왜 그러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왜 그래야하는지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자꾸 아파오고

자꾸 시려오는 가슴

머릿속에 쌩쌩 바람 들어와

밭두렁에 얼기설기 모아 둔 비닐자락처럼

생각이 사방에 펄럭입니다.

출력하고 싶은 마음 속 응어리

전송하고 싶은 많은 언어가 이슬처럼 내립니다.

침묵이 꽃으로 피고

하늘을 뛰쳐나온 낮달이 노을에 걸려 바동거려도

그것은 순전히 나의 몫이겠지요.

나에게 문학이 없었다면

어디에

마음을 풀어 놓았을까요.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됩니다. 우울한 사람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할 때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말하

지는 말아 주세요. 코믹영화를 보고 한바탕 웃고 나면 기분전환이 된다고 하는 건 실례입니다. 그 사

람은 슬픈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고 싶을 지도 모릅니다.

화살이 활시위에서 떠났습니다. 그 화살은 사수의 것이 아닙니다. 인쇄된 ‘나의 글’ 역시 이제 ‘나의

것’이 아닙니다.

약력

시인

수필가

수필집 『빨간수필』『어글이』

계간 《문장》편집위원

매일신문 시민기자

수필교실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