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 일시: 2019년 10월 5일 (토)
o 날씨: 흐림
o 산행경로: 수덕고개 - 덕숭산 - 나분들고개 - 뒷산 - 한티고개 - 가야산 - 석문봉 - 일락산 - 상왕산 - 가루고개
o 산행거리: 24.8km
o 소요시간: 8시간 10분
o 지역: 충남 예산
o 일행: 나홀로
o 산행정보: 덕숭산, 나분들고개, 가야산, 일락산, 상왕산
o 트랙:
▼ 코스지도
하루사이에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변했다. 산행하기 좋은 시절인데 하필이면 오늘 영동과 영서 그리고 수도권지역에 비소식이 있는 관계로 산행지를 한북정맥 땜빵에서 금북정맥 땜빵으로 수정했다. 서울에서 첫 고속버스를 타고 리솜스파에 내려 다시 택시를 불러 수덕고개에 도착하니 이미 아침 9시를 넘기고 있다. 오늘 산행거리가 20km를 넘기 때문에 해떨어지기 전에 하산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 수덕고개 (육괴정, 들머리)
수덕고개는 40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수덕고개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나 인근 장을 찾아다니는 보수장과 장꾼들이 넘나들던 고개였다. 수덕고개를 다른 이름으로는 '육괴정(六槐亭)'이라고도 하는데, 고개마루에 여섯그루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고목이 서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원효대사가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수덕고개] 충청 서부지역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선비들이 넘어가던 고개였으며, 홍성과 덕산과 갈산 등지로 장을 찾아다니는 보부상이나 장꾼들이 넘나들던 고개였다. 옛날에 수덕고개는 자연스레 주막이나 숙박시설이 모여 있었고 사람들의 발길도 넘쳐났다. 수덕고개는 수덕사 입구에 있는 고개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다른 이름으로는 ‘육괴정(六槐亭)’이라고도 부른다. 고개 마루에 여섯 그루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고목이 서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는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마치 천막을 쳐놓은 것처럼 넓은 그늘을 제공해준다. 한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최고의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느티나무는 옛날에 원효대사가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어느 여름날에 원효대사가 수덕고개를 지나가던 길이었다. 원효대사는 한여름 뜨거운 길을 걷다가 수덕고개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며 쉬어가게 되었다.원효대사는 고개 언덕에 잠시 앉아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던 길을 가기 위해서 몇걸음 걷다가 다시 멈춰 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짚고 왔던 지팡이를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렸다가 땅속에 힘껏 내리 꽂았다.“자, 너는 이제부터 여기에서 뿌리를 박고 살아라.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는 넓은 그늘이 되어서 새들도 품어주고 길가다가 지친 사람들의 시원한 쉼터가 되어라.”원효대사는 자신이 짚고 왔던 지팡이를 고개 마루에 꽂아놓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팡이는 뿌리를 잡고 줄기와 가지를 키우면서 큰 고목이 되었다. (홍성신문)
수덕상회 건너편 덕숭산 방향에는 산불방지를 위해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등산로 입구까지는 동북쪽 방향으로 약 200m를 돌아가야 한다. 게다가 수덕고개에서 덕숭산까지는 정규등산로가 아니기 때문에 정맥꾼들의 흔적 외에 일반산객들의 왕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연이은 태풍때문인지 등로도 약간 어수선하다...
▼ 뒤돌아 내려다본 수덕고개
▼ 수덕사 주차장 방향
충남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어째 날씨가 요수상해진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덕숭산 정상에는 벌써 몇몇 산객들이 차지하고있다. 덕숭산은 수덕산(修德山)이라고도 부르며, 아름다운 계곡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많아 예로부터 '호서의 금강산'이라 불려온 산이다. 수덕산이라는 이름은 이 지방 현인들이 모여 수양을 하다 산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하여 붙여졌는데, 산아래에는 수덕사가 자리잡고 있다.
▼ 덕숭산(德崇山)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한바탕 치고 올라왔더니 땀이 흘러내린다. 금북정맥은 이제 나분들고개를 향해 하강하는데, 이곳 등로도 산객들의 흔적은 흐릿하다...
▼ 가야할 광천리와 뒷산(우)
▼ 뒤돌아본 덕숭산
나분들고개로 내려서는 곳에는 철제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칡덩쿨이 무성해 약간 난해하다. 나분들고개는 45번 국도가 지나고 있는데 광천교차로 지하통로를 통해 국도를 건너간다. 다운받아온 트랙 주인은 45번 국도를 무단횡단 했던가 보다. 트랙만 믿고 따라 가다가 약간 우왕좌왕. 지도상에는 이곳을 '남은들' 이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발음상 이것이 '나분들'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고개가 밋밋하고 분지처럼 생긴 지형을 '나분들'이라고도 한단다...
▼ 나분들고개 (남은들고개, 광천교차로)
▼ 광천교차로
광천교차로를 통과하면 '남은들로'를 따라가다가 우측의 뒷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다운받아온 트랙은 산장모텔 뒷편 화룡양조장 옆 절개지를 따라 올라갔는데 아무리 봐도 수풀과 덤불이 무성해 진입이 어려운 길이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어느 동네길을 따라 뒷산 방향으로 들어갔는데...
... 등산로는 없고 이곳 동네분들이 다니는 밭길이 전부다. 그것도 울타리가 쳐져있어 어쩔수 없이 깊은 덤불과 기사밭길을 헤칠수 밖에 없다. 호남정맥의 덤불길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혹시나 금북정맥을 하시분 분들은 길이 없는 덤불길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도상훈련을 충분히 하여 광천1리마을회관에서 '광천중앙길'을 따라 뒷산 입구까지 최대한 마을길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아래 사진 참고). 아니면 수목이 없는 겨울이나 초봄을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가시에 찔리고 긁히고 나서야 겨우 뒷산 등산로와 접속했다. 뒷산까지는 꽤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인데 이미 덤불에서 진이 빠진 상태다...
▼ 마루금(붉은선) 대신 초록색 마을길 이용 가능...
왜 뒷산일까? 광천리 동네 뒤편에 있는 산이라는 뜻일 것 같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된 형태? ㅋ
▼ 뒷산
어제 밤에 비가 내린 모양이다. 숲이 축축하고 나뭇잎에도 물기가 많아 스치는 옷에 스며든다. 비가 내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뒷산을 미끄러져 내려가면 한티고개에 도착한다...
한티고개는 '서산 아라메길'의 2구간 '아라메 순교길'이 지난다. '아라메 순례길'은 해미읍성 등 천주교 신자에 대한 박해와 아픔이 서려있는 도보길이며, 한티고개에는 그런 스토리의 조각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 한티고개
한티고개를 지나면 금북정맥은 가야산으로 향한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때문에 경사가 심하지는 않은데 등로가 점점 희미해진다. 수풀이 등로를 뒤덮고 있는 것으로 볼때 산객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수풀에 남아 있는 물기가 어느듯 바지를 흠뻑 적시고 등산화까지 파고 든다. 이런날에 스패츠가 필요한데... 이미 늦었다...
▼ 덕산온천 방향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가야산
▼ 뒤돌아본 덕숭산(좌)과 뒷산(우)
▼ 한서대학교
단풍이 들려나... 약간 갈색으로 변한 가야산 능선이 다가온다. 날씨가 조금 더 청명하면 좋겠는데...
▼ 가야산 능선
▼ 해미읍성 방향
가야산 정상부 아래에 있는 암봉과 암릉은 그 아래로 우회하기 때문에 지나고 나서야 그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거리가 필요하다. 어쩌면 세상살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가야산 정상이 다가왔다. 비도 오지 않는데 바지와 등산화는 이미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 가야산 정상부
가야산 정상은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등로는 철조망을 따라 우회해야 한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에는 야생화를 비롯하여 자연이 가득하다...
드디어 가야산 정상이다. 가야산은 오서산, 계룡산과 함께 충청남도를 대표하는 명산이며, 백제 때에는 상왕산이라 불렀으나 신라 통일 이후 산 밑에 가야사(伽倻寺)라는 십리지관(十里地官)의 큰 절을 세우면서 가야산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가야산 정상을 가야봉이라 하며, 가야봉 외에도 가야산에는 석문봉과 옥양봉 등 수개의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이곳에도 산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은 '남연군묘'가 있는 상가리에서 올라온 일반산객들이다...
▼ 가야산 정상 (가야봉)
가야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가야할 석문봉을 정조준한다. 가야봉에서 석문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능선길이며 중간중간에 암봉과 암릉이 있기 때문에 나름 다이나믹한 구간이다. 오늘이 세번째, 가야산에서 석문봉까지는 눈에 익은 구간이다...
▼ 가야봉에서 바라본 석문봉(중간)과 옥양봉(우)
▼ 옥양봉과 상가저수지
가야봉에서 석문봉까지는 약 1.5km,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지나온 한티고개에서 가야봉까지의 등로와는 크게 대비된다. 등로가 좋은 만큼 발걸음도 가볍지만 축축해진 등산화가 자꾸 거슬린다...
▼ 뒤돌아본 가야봉
암봉을 때로는 우회하고 때로는 밧줄을 잡고...
석문봉 가는 길에 세개의 기암괴석을 만난다. 거북바위, 소원바위 그리고 사자바위가 그것이다. 소원바위에는 안산 즐산을 기원하는 돌멩이 하나를 올리려고 했는데 주변에 돌멩이를 찾을 수가 없다. 대신 마음을 얹는 것으로...
▼ 거북바위
▼ 소원바위
▼ 옥양봉 방향
▼ 해미면 방향
훌쩍 다가온 석문봉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거제도의 계룡산 같기도 하고, 관악산의 13국기봉 느낌도 있고... 석문봉 바로 아래에 사자바위가 있는데, 사진을 찍는 방향에 따라 그 표정이 약간씩 다르게 보인다. 쌍수한 숫사자? ㅎㅎ
▼ 사자바위
▼ 석문봉
▼ 가야산 안내판
석문봉에는 '해미산악회'에서 세운 '백두대간종주기념탑' 돌탑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금북정맥길인데 백두대간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것이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그 규모와 정교함에서 이것을 세운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지나온 소원바위와 일견 비슷한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들머리 수덕고개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날머리까지 남은 거리는 13km, 날씨가 흐려 어둠이 빨리 내릴수 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나무의자에 앉는 둥 마는 둥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
석문봉에서 날머리 가루고개까지는 추세적으로 내리막이다. 먼저 사잇고개를 지난다...
▼ 사잇고개 (샛고개)
쭉 내려갈 줄 알았던 등로는 일락산을 앞두고 잠시 반등하여 짧은 암릉을 지난다. 암릉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바위구간 정도...
일락산(日樂山)은 일악산(日岳山)이라고도 불리며, '볕을 즐기는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쉼터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즐기기 안성맞춤인 것 같다.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시간적 여유도 없어 그냥 통과...
▼ 일락산
일락산을 내려가니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는 한동안 이어진다. 이곳에서 까먹은 시간을 만회해야 한다. 달려라 달려~~
임도 우측으로 전망대가 있다길래 따라 올라갔더니 정맥길에서 벗어났다. 정맥길은 임도를 곧장 따라가면 되는데, 괜히 헛심만 뺀 셈이다...ㅎ
▼ 전망대
개심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개심사인데, 이곳에서 구간을 끊는 경우도 있다. 나도 시간관계상 개심사로 내려갈까 잠깐 갈등이 있었지만 다음번에 다시 땜빵을 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 무조건 GO!!
▼ 개심사 갈림길 (용현산)
임도를 따라가던 등로는 보현사지를 1km 앞둔 쉼터에서 좌측으로 내려간다....
... 그 길은 목장으로 연결되며, 정맥길은 서산목장의 철조망을 따라 우측 숲길로 이어진다. 이곳이 복병이다. 등로가 보이긴 한데 가시덤불과 잔가지들 때문에 진행이 쉽지 않다. 찔리고 긁히면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갈수 밖에 없으며,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철조망에서 크게 떨어져도 안된다. 게다가 거무줄은 왜그렇게 얼마나 많은지. 소힘줄같은 거미줄과 대추크기만한 거미들이 부지불식간에 얼굴을 덮칠때는 저절로 소름이 끼친다. 그냥 개심사로 하산하지 않은 것이 약간 후회가 된다.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살펴보니 목장 안쪽으로 진행했다는데, 그때는 철조망이랑 소가 없었나? 젠장... 나만 고생 한겨?? 이래서 혼자하는 땜빵은 힘들다...
난해하고 어려운 숲을 겨우 지나고 나니 상왕산까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이다. 상왕산을 개간하여 목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람이 다니는 길은 없어졌고 소들은 천하태평이다...
삼각점(해발고도 309m)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상왕산인가 보다. 상왕산은 가야산의 산줄기가 일락산을 지나 이곳까지 뻗어나온 것이며, 산 모양이 상아뿔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상왕산
상왕산 다음에는 철탑이 있는 280봉을 지나가야 한다. 이곳에는 산불이 났었던 모양이다. 불에 탄 나무가 검은 숯으로 변해 있다. 넘어지고 부러진 나무들의 잔해가 등로를 막고 있어 부득이 우회를 하거나 기고 넘고 해야 한다. 그때는 물랐는데 지나고 보니 등산복과 등산배낭에는 검은 숯으로 색칠을 한 모습이다...
▼ 고풍저수지 방향
어렵게 산불지역을 통과하면 다시 한번 가시덤불길이 기다리고 있다. 좌측이 목장지역인데 경계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어 등로는 철조망을 피해 요리조리 숲길로 이어진다. 이 숲길도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모양이다...
숲길을 내려오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가 가루고개까지 쭉 이어지기를 기대했는데 예상은 항상 빗나간다. 나를 이끄는 트랙과 시그널은 여지없이 목장건물을 피해 다시 숲속을 지나 목장을 벗어난다. 선답자 중에는 목장건물쪽으로 들어갔다가 저지 당했다는 스토리도 있다. 개심사 갈림길 지나서 목장이 시작되는 곳에서 이곳까지는 전체가 하나의 목장(서산목장)이기 때문에 목장을 적절히 이용하면 좀더 수월한 정맥길이 될 것 같다. 주인한테 걸리지만 않는다면 ㅎㅎ
다행히 해가 저물기 전에 날머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서산가는 버스를 검색해봐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 할수없이 택시를 콜하여 서산터미널(2만원)로 이동하였다. 젠장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서울행 버스가 10분후에 출발한단다...
▼ 가루고개 (날머리)
예상보다 도상거리보다 2~3km 더 길고 등로도 쉽지 않아 시간이 의외로 많이 소요되었다. 오늘로서 금북정맥을 모두 끝냈고 남아 있는 호남과 한북 땜빵은 내년 봄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