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팀으로 가기 위하여> 1. 캐미스트리
완성된 팀이란건 실로 무서운 존재가 아닐수 없습니다. 물론 '완성된' 이란 기준은 상당히 애매모호하며 '완벽히 완성된' 팀을 찾기란 평행을 이루는 두 선이 언제쯤 만날까 따라가보는것 만큼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렇게 애매모호한 '완성된 팀' 의 기준을 제시하는건 어렵지만, 예는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일단은 로스터 상으로는 거두기 힘들어 보이는 승수를 챙기는 팀, 그리고 몇년간 연속 우승(혹은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승했으니 완성된 팀이라 평가하는 것 아니냐' 라는 반문이 들어 올법 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완성되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다' 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물음과는 다른 것이지요. 샐러리 캡으로 인해 선수 영입이 제한되는 특성상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팀이 아니라면 완성되지 않고서는 여간 힘들다고 할 수 밖에요.
꼭 슈퍼스타들을 모아 놓아야 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엄청난 실력' 을 가진 선수들로 팀을 이루었다면 완성되었을 때의 '극치의 효과' 는 실로 대단하고, 팀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대폭 축소할 수야 있겠지만 말입니다. 샤크-던컨-가넷-티맥-코비 를 한 팀에 모아놓고(앞으로 최소 10년간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시즌과 플옵에서 전승을 거둬 우승한다 하더라도, 각 선수들이 자신의 연습장 마냥 플레이를 한다면 '완성되었다' 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리그의 팀들 중에선 특출난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중심 선수와 롤플레이어들을 모아놓고 마이너 버젼이라도 팀을 완성시킨 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Old School의 재즈와 New School을 차용한 듯한 Old School의 스퍼스, 작년 다소 억지스럽던 팀을 깔끔히 정비하고 올시즌 괄목할 성장을 한 New School의 워리어스등이 그 예라고 할까요?
팀을 완성시킨다...라는 것은 그야말로 중요합니다. 빅맨자원이 바닥을 보이는 동부팀들 역시 잇몸으로라도 팀을 완성시키려고 애쓰고 있고(이 부분은 나중에 있을 '팀의 기둥' 편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약팀은 옥석가려내기를, 강팀은 약점 메꾸기에 혈안입니다.
'완성된 팀' 을 보는 기준은 여러가지 이지만, 저는 '선수들의 기량을 100% 이상 써먹는 팀' 으로 규정하려 합니다. 신생구단이 태어나고 고교생들로만 로스터가 이뤄져 82경기를 전패하고 매경기 더블스코어가 나더라도, 그 고교생들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 진 것이라면 이 팀 역시 '완성된 팀' 의 범주에 포함 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즈로 기획된 이 연재는 다분히 '선수들의 기량을 얼마나 써먹을 수 있을까' 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첫번째 편으로 '캐미스트리' 편 입니다.
캐미스트리가 필요한 것은 비단 스포츠, 아니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 전체와도 직결된 문제 입니다. 어딜가든지 끈끈한 정으로 연결된 팀들은 상대하기가 껄끄럽고 헤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God's brother니, Entire Human Race 라니 이런 소리를 떠나 당장 미국이 행위를 중단한다면 지구촌은 화합할 수 있을텐데요(이 문제를 진부하게 또 꺼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야구 경기를 보면 가끔 빈볼 시비가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이럴땐 맞은 쪽의 수비시 빈볼을 던져 복수를 하는 것이 관행인데요, 그냥 볼때 '어차피 트레이드 등으로 이팀 저팀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동업자들이 왜 저런 복수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러한 행동들은 바로 팀의 화합을 위해 하는 행동이라면 조금 심한가요?
찌라시의 농간이 섞여 있긴 하지만,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 패싸움을 일으킨 것이 다저스의 상승세를 이끈 주 원인 - 팀의 화합 - 이었다는 평도 있습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경기가 없는날 동료들끼리 골프를 치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것에 비해 피아자는 온라인 게임 솔로잉 하듯 혼자 있었고, 캐로스와 드라이포트 외에는 박찬호와 친하게 지낸 인물도 드물었다는 점을 볼 때, 다저스가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와 막강한 투수진을 가지고도 번번히 플옵진출에 실패한 주 요인을 캐미스트리에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슬램덩크의 예를 들어볼까요? 사실 북산의 멤버는 실로 막강합니다. 고교 최대어급 센터가 인사이드에 버티고 있고, 수비형 리바운더 파포도 있습니다. 게임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스포도 있었고, 3점에 강점을 보이는 아웃사이더 슈터도 있습니다. 드리블링과 패싱에 강점을 보이는 포가도 있었구요. 실상 NBA 팀중에서도 이만한 짜임새를 갖춘 팀은 보기 힘듭니다. 단점으로 지적한다면 벤치멤버인데, 40분 경기인것을 감안할 때 저는 오히려 강백호와 서태웅의 불화가 팀의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만화를 분석한다는게 사실 우스운 일이지만 말입니다.
NBA로 돌아가서, 지겹지만 포틀랜드를 한번 끄적여 봅니다. 이 팀이 사실 서부 4강 안에 들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렇게 두터운 선수층이라면 우승전력이고, 킹스나 레이커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여야 합니다. 그러나 포틀랜드가 어쩐지 약하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리빌딩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캐미스트리의 약화 입니다. 실제로 같은 팀 선수끼리의 주먹질을 한 전례 또한 있구요.
랩터스는 지난 시즌 막바지 14경기에서 12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기적같은 플옵진출을 이루지만 팀은 안으로 썩어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카터와 클락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불화는 팀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았던 클락을 보내게 만듭니다. 덕분에 킹스는 대 레이커스 전에 요긴하게 쓰일 인사이더 요원을 한명 영입했고(실제로 킹스는 덕 크리스티와 도넬 먀샬을 맞트레이드 하는 루머를 가지고 있었는데 재즈가 거부했다고 합니다) 랩터스는 젊은 빅맨 하나를 잃고 맙니다.
굳이 이런 불화가 아니더라도 캐미스트리가 무너지는 경우는 종종 눈에 띕니다. 카터와 티맥이 같은 팀에 계속 있었다면 공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울브즈 역시 KG과 마버리를 계속 데리고 있었다면, 공을 소유하길 좋아하는 두 선수가 어떻게 겹치고 이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 오덤과 밀러 둘중 리더의 역할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실제로 단장들의 골치를 꽤나 썩힙니다. 때때로 트레이드에서 다소 어이없다 라는 트레이드 역시 이러한 것들이 꽤나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요(물론 덴버처럼 바겐세일로 포지 팔아버린 예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레이커스 역시 초반 극도의 부진을 달리며 오닐이 복귀하면 날고 있는 코비를 끌어 내려야 하나...아니면 코비를 올려야 하나...와 같은 문제와 호리 등의 발언이 팀 캐미스트리를 크게 해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피치를 올려가며 여전히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는것은 디펜딩 챔피언으로써의 자존심이 덮고 있다고 할까요? 때때로 외부의 자극이 캐미스트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킹스와 레이커스의 폭력사태 당시 킹스에서 제일 먼저 뛰어나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바비 잭슨입니다. 팀의 에이스이자 레이커스를 꺾기 위해선 제일 활약해 줘야 하는 웨버는 코트 한구석에서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웨버는 여전히 팀의 '중심' 이지만 확고한 리더가 되기위해선, 싸움에 참여하던, 그것을 말리던 간에 그 한복판에서 서 있었어야 했습니다.
말론과 스탁턴이 말년에야 주목받는것도 그들이 20여 년간 한번도 캐미스트리를 해치지 않고 나란히 서 있었음에 이유를 둡니다. 실제로 말론과 스탁턴은 경기 내외적으로 서로에게 불만을 품은 적이 한번도 없구요. 롤플레이어들은 이 두선수를 믿고 자신의 역할을 다합니다. 이것이 재즈가 5할 이상 승률 연속 기록(19시즌) 을 가지고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실상 쉬워보이지만 캐미스트리를 다진다는것 역시 어렵습니다. 코트 위의 리더가 있다면, 라커룸 리더 역시 있어야 합니다. 물론 둘다 한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하지만, 벤치던 코트 위에서던 팀을 항상 독려하고, 실수에 너그러운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야 말로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망주들만 모아놓은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든 것 역시 이러한 선수들의 부재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저의 윗세대분들은 분업의 장점, 저희 세대는 분업의 장단점을 배웠지만 요새는 분업의 단점을 배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농구판에서 분업은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자리를 요구하는 것 보다는, 팀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게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야 말로 프런트진과 동료, 기자 들에게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요? 아무튼 캐미스트리를 위해선 자신을 조금 희생해야 할 필요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니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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