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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에 대하여
◎모더니즘의 개념 정리
1. 국어대사전 상권 P920. 도서출판 삼성문화사.
①가장 새로운 취미나 유행을 좇는 경향. 현대식.
②문학, 철학, 미술 등에서 전통적인 것을 부정하거나 그에 상반하여 근대적 . 기계 문명적인 것을 강하게 주장하는 주관적인 경향이나 또는 그러한 예술의 총칭. 미래파 (未來派). 다다이즘. 표현파 등이 포함된 근대주의. 현대주의.
③카톨릭 교회 내에서의 근대화의 경향. 즉, 카톨릭교의 신앙과 근대 과학과의 조화를 도 모 하려는 근대적 신학 사조. ↔ 이모셔널리즘. (emotionalism)
2. 두산 세계 대백과 사전 10권 P280 발췌
모더니즘(modernism) - 1920년대 근대적인 감각을 나타내는 예술상의 여러경향. 넓은 의미로는 교회의 권위 또는 봉건성에 반항,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널리 근대화를 지향하는 것을 말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도회적 감각을 중시하여 현대풍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19세기 예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리즘에 대한 반항운동이며, 제 1 차 세계대전 후에 일어난 전위예술(아방가르드)운동의 한 형태였다.
<한국의 모더니즘 시운동의 특징>
① 정서적 우세에서 지성적 우세.
②현실에 대한 초월적 태도에 대하여 비판적 극성.
③청각적 요소에 대하여 시각적 요소를 강조.
3. 브리태니커 7권 P532 ~ P533 발췌.
모더니즘 - 현대문학의 여러 경향 중에서 특별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유파. 이를테면 상징주의 . 초현실주의 . 입체파 . 소용돌이파 등을 총칭하여 이르는 말이다. 모더니즘은 더 직접적으로 19세기 후반과 20세기초에 융성했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는 19세기의 유물론적 경향과 관련이 깊은데 모더니즘은 그러한 세계관운 물론, 일체의 물질주의와 산업주의를 개인정주의로 칭해지는데 이것이 영어로 모더니즘이라 번역되는 것이다.
<한국의 모더니즘>
전통적인 권위와 도덕을 반대하고 현대 기계문명과 도시 감각을 중시하는 사상적 . 예술적 사조로서 한국에서는 모더니즘을 주지주의라는 개념으로 한정하기도 한다.
4.문학용어사전
모더니즘(modernism) 현대예술의 어떤 특질을 일컫는 다소 막연한 명칭. 현대문학―유럽에서는 20세기 문학 전부를 가리키기도 하고 일차대전이 시작된 1914년을 기점으로 하기도 한다―전체가 다 모더니즘에 속한다고는 할 수 없다. 현대문하그이 여러 경향 중에 특별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것만이 모더니즘과 관계있다. 실험적인 까닭에 안정된 형식을 이루지 못한다. 모더니즘의 예술은 의식적으로 창조하는 만큼 또 파괴를 감행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창조에 임할 때와 거의 똑같은 주도 면밀한 계획하에서 조직적인 파괴를 감행한다. 이런 경우 파괴는 거의 창조의 의의를 갖게 된다. 파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통, 특히 바로 전 시대의 예술방법과 주제 및 소재이다.
한국에서는 1930년대에 이상, 김기림 등이 모더니즘문학에 참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들의 문학을 단순히 언어유희나 병적인 것으로 보아넘기는 것은 편견이지만, 그들이 과연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정신이 투철하여 미래에 대한 강한 비전을 가지고 안일한 사실적, 상식적 예술방법에 반발하였던가는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다이즘 부조리 문학, 초현실주의
모더니즘 (Modernism) 이 용어는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문학의 개념, 감수성, 형식 및 문체에 있어서 가장 뚜렷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가리키는 데 자주 쓰인다. "모더니즘"이란 말이 지시하는 특정한 특징은 이 평가들은 대체로 서구 문화와 말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비평가들은 대체로 서구 문화와 서구 예술의 전통적 토대와의 계획적이고 근본적인 결별이란 뜻이 이 말에 들어 있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모더니즘의 중요한 지적 선구자들은 이제까지 사회 기구와 종교와 도덕과, 인간 자아의 개념에 지주가 되어 왔던 확실성(確實性)에 의문을 제기한,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마르크스(Marx), 프로이드(Freud),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 등과 같은 사상가들이다.
1. 모더니즘의 정의 (1)
모더니즘을 쉽게 그리고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던>이라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근대적' 또는 '현대적'이라는 의미로 20세기 초엽부터 서구에서 시작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운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20세기 초엽을 중심으로 모든 예술 분야에 걸쳐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종래의 음악이 지니고 있던 화음과 리듬의 전통을 과감히 무너뜨렸으며,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아르놀트 쉔베르크 역시 전통적인 음조의 벽을 부수고 12음 기법을 창안해냈다.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미술에서도 19세기 말엽에 풍미하던 사실주의 화풍에 과감히 도전, 칸디스키는 추상화를 그리고 브라크와 피카소는 큐비즘을
창안해내기 이르렀다. 이외에도 연극과 무용, 그리고 건축과 조각 등 다른 많은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예술 일반에 걸친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원동력은 흔히 <시대정신Zeitigeist>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지적. 문화적 풍토이다. 모더니즘에 속하는 예술가들은 대부분 19세기 말엽에 성장하여 20세기 초엽에 성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태어난 19세기 중엽은 과학적 합리주의와 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팽배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런 사상은 정치 . 사회 . 종교 . 도덕 . 과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말엽으로 접어들면서부터 과학적 합리주의와 확실성은 적지 않은 도전을 받기 시작하였다. 진화론을 주장함으로써 기독교의 주춧돌을 흔들어 놓은 찰스 다윈, 원시적 신화를 규명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원형적인 리듬을 회복시킨 제임스 프레이져, 절대성을 주장하는 모든 것은 병적이라고 비판하며 19세기의 절대적인 가치 기준에 쐐기를 박은 프레드리히 니체, 유물론의 무기를 사용하여 관념 철학을 맹렬히 공격한 칼 마르크스, 사회와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 심성에 대하여 새로운 해석을 내린 지그문트 프로이드 같은 사람들은 기성 전통과 인습을 과감히 타파한 역사의 도전자들이었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기반으로 모더니즘은 제 1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비로소 그 꽃을 피우게 되었다. 모더니즘은 무엇보다도 기성 전통이나 인습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모더니즘은 무엇보다도 19세기의 기성 전통과 인습, 좀 더 정확히 말해 19세기 구라파 문학을 풍미하고 있던 사실주의의 문학전통에 반기를 들고 출발하였다. (이 때의 사실주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설에 그 이론적 배경을 두고 있는 사실주의로서, 우주나 자연 혹은 실재를 사실 그대로 모방하는 것을 예술의 지상 목표로 삼고 있는 문학기풍을 말한다. 이것은 리얼리즘과 상통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단편적인 생활사실이나 현상의 직접적인 재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 현실의 전체성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여 생활현실을 당대 사회와의 폭넓은 연관 속에서 그려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리얼리즘이라 정의할 때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이선영, 「모더니즘」, 『문예사조사』, 민음사, 1994년).
1. 모더니즘의 정의 (2)
모더니즘은 우주나 자연 혹은 실재에 대하여 사실주의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주의는 우주나 자연 혹은 실재를 객관적이고 확고 불변한 것으로 파악하는 반면, 모더니즘은 그것을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며 따라서 그 정체를 결성할 수 없고 변화 무쌍한 것으로 파악한다. 모더니즘의 또 다른 특징으로 주관과 개인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주관성과 개인주의는 객체보다는 주체를, 외적 경험보다는 내적 경험을, 집단 의식보다는 개인 의식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한다. 현상세계와 인간의 자아 사이에 유기적인 상호관련성을 인정하던 19세기 작가들과 .는 달리, 모더니즘의 작가들은 모든 가치와 진리는 오직 <나>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개인의 주관성과 내적 경험을 중요시하다보니 모더니즘은 복잡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인간의 외적 행동이나 현상세계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내적 성찰이나 심리 분석 혹은 의식세계를 다루는데서 생겨나는 피치 못할 결과이다. 이런 복잡성과 그것으로부터 다시 난해성이 파생되는데, 이 난해성은 모더니즘문학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모더니즘은 또한 문학의 독자성과 자기목적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시를 간주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시로서 간주해야지, 시 이외의 다른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엘리어트의 주장은 이런 모더니즘의 태도를 단적으로 지적해준다. 모더니즘은 문학 자체에 대하여서 자의식을 느낄 뿐만 아니라 문학의 표현수단인 언어에 대해서도 자의식을 느낀다. 수단이나 매체에 지나지 않았던 언어의 기능을 부정하고 '언어를 사물을 바라보는 유리창
아니라 오히려 유리창밖에 존재하는 사물 그 자체'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1. 모더니즘의 정의 (3)
모더니즘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실존주의적인 인생관을 들 수 있다. 20세기 현대인이 처해 있는 비극적 상황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며, 삶을 무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은 허무주의와 공허감을 현대인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개인과 사회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긴장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이것은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에서 역시 중요하게 취급된 문제이지만 근본적인 면에서 입장을 달리한다. 리얼리즘 소설에서는 이 갈등과 긴장을 어디까지나 사회 쪽의 승리로 끝내기 마련이지만 반면 모더니즘은 오히려 개인 쪽으로 동정이 기울어진다. 그러나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사회의 외부적인 힘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참다운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려 한다. 개인이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유의지를 행사,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렇게 자유의지를 구사하여 사회의 모든 제약이나 구속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개인이 지불해야 되는 값비싼 댓가는 바로 소외나 고립이다.
실상 '모더니즘'이라는 용어의 개념은 문화권이나 시기에 따라 전개와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는 역사적인 개념이다. 다다이즘, 이미지즘, 초현실주의, 심리주의, 큐비즘 등등 근대 이후에 나타난 다양한 사조에 대한 상위개념으로서 존재하는 모더니즘이 광의의 모더니즘 개념이라면, 흄에 의해 낭만주의 극복으로 제기된 불연속적 세계관에 의거한 모더니즘이 협의의 모더니즘에 해당되며 파운드, 로렐 등의 이미지즘 운동을 그 선명한 기치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시한 모더니즘의 발생 배경과 그것이 내포하는 특징은 문화권이나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되는 모더니즘 비록 일정의 차이는 있으나 그 근저에 흐르고 있다.
(김윤식, 「모더니즘시 운동양상」, 『한국현대문학사』,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2)
2. 한국 모더니즘의 발생: 1930년대의 모더니즘 (1)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1930년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근대문학의 담당자였던 시인 .작가들이 그 문학적 상승과 좌절의 징후를 심각하게 드러내면서, 그 체험을 그들의 문학 속에 날카롭게 투영했던 근대문학사의 한 전환기였다. 만주사변(1931), 파시즘, 경제공황, '구인회'의 결성(1933), '카프'의 해체(1935), 중일전쟁(1937) 등의 사건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 시대는 역사적 격동기로서 문학의 침체와 새로운 활로 모색이 지속되고 있었으나 시인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심각한 간극을 경험하였던 시대였다. 특히 1933년은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역사적 상승을 지속해 온 문학세대들의 힘의 방향에서 동시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였던 1920년대 중반 이래의 리얼리즘 문학이 이 시기에 이르러 침체되기 시작하고, 창작기술의 혁신과 문학형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구인회' 중심의 모더니즘 문학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모더니즘은 두개의 否定을 준비했다. 하나는 로멘티시즘과 世紀末文學의 末流인 센티멘탈. 로맨티시즘을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의 偏內容主義를 위해서였다. ……… 모더니즘은 우선 오늘의 文明 속에서 나서 신선한 감각으로써 文明이 던지는 印象을 붙잡았다. 그것은 현대의 文明을 도피하려고 하는 모든 태도와는 달리 文明 그것 속에서 자라는 文明의 아들이었다. 그 일은 바꾸어 말하면 우리 新詩史上에
비로소 都會의 아들이 탄생했던 것이다. 題材부터 우선 都會에서 구했고 文明의 뭇面이 風月 대신에 등장했다. 文明속에서 형성되어 가는 새로운 감각 정서 사고가 나타났다.
(김기림,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 『인문평론』, 1939)
2. 한국 모더니즘의 발생: 1930년대의 모더니즘 (2)
1930년대의 한국 모더니즘에서 한 구심점이 된 것은 김기림이었다. 그 이전 우리 주변에서는 모더니즘이란 명명조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1933년 <조선일보>에 발표한 年評을 필두로 우리 시단에 있어서 이미지즘. 모더니즘을 되풀이 말하고 아울러 그 테두리에 그 자신까지를 포함하여 정지용, 신석정, 김광균 등의 이름을 열거하였다. 그 시작 경향과 언어사용의 기법에서 볼 때 1930년대 모더니즘의 시에는 뚜렷하게 두 가지 특색이 드러난다. 그 하나가 순수시의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또 하나는 감상의 배제와 건강성의 추구이다. 1930년대 한국시의 질적 변환에 획기적인 작품으로도 평가되는 이 작품은 말의 리듬과 이미지의 청신함, 시각적 이미지, 명랑한 감성 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종래의 시가 사상이나 정서를 아무런 절제 없이 늘어놓았던 사실과 비교하면 이 작품의 참신함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30년대 한국 모더니즘을 이미지즘->모더니즘=주지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당시엔 이를 두고 '센티멘털 로맨티시즘'의 극복이라 불렀다.
3. 1930년대 이후의 모더니즘 전개과정 (1)
1930년대 중반기를 넘어서 『문장』지(1939) 무렵에 와서 유치환, 서정주 등의 인생파와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등의 자연파가 등장한다. 이들은 전시기 모더니즘의 비생명적이고 기교주의 적인 문학에 반발하여 진정한 인간의 근원과 생명성 및 정신적 원류를 찾기 위한 문학을 시도하였다. 김윤식씨는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전개를 전통지향성과 서구지향성(모더니즘 지향성)으로 나누어 설명한 바 있는데 ("한국 문학사에서 더니즘을 바라볼 때는 다음과 같은 큰 테두리를 설정하여 고찰함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그것은 한 나라의 문학 예술의 전개를 전통지향성과 모더니티 지향성의 변증법적 발전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어느 문화나 그것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려면 전통적 요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거기에는 적어도 외래적인 요소가 작용하지 않으면 독자적 주체성을 세울 수가 없을 것이다." - 김윤식, 「모더니즘시 운동양상」,『한국현대문학사』, 1992년 서울대학교 출반부) 그는 이 시기를 전통지향성의 시기로 설정한다. 1930년대의 모더니즘은 기성 전통이나 인습으로부터의 단절, 도시문명 속에서 소외되어 가는 주관과 개인의 문제(현실 제반성)를 중요 특징으로 하는 모더니즘의 원래 성격과는 다른 것 이였다. 1930년대의 모더니즘은 우선 모더니즘이 올바르게 정착할 사회. 정치적인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충분한 의식의 성장도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가(현실 인식성) 김기림에 의해 이론이 먼저 도입, 단지 기교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버렸기 때문이다. 1930년대 모더니즘은 그 전시기의 목적 의식적인 문학-리얼리즘 편 내용주의와 그 전시기의 퇴폐적 낭만주의 문학의 몰 의식성에 반발하여 생겨난 것이긴 하였으나, 자생적인 발생 이였다기 보다는 반발작용 그 자체에서 그치고 만 것이였다. 따라서 30년대의 모더니즘은 형식과 내용의 성급한 분리현상을 초래, 문학이 지녀야할 현실제반의식을 거세하고 말았으며 기교주의로 치닫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시기의 문학을 전통지향성과 모더니티 지향성의 변증적 발전관계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토대인 이 '근대'라는 의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모더니즘 전개 과정을 전통지향성과 모더니티 지향성으로 나누어 설명할 때 생기는 문제는 이 '모더니티 지향성'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가 된다. 유치환. 서정주 등의 인생파의 작품을 '전통지향성'이라 설정할 경우, 그들 작품에 나타나는 존재론적, 실존적 문제의식을 과연 '전통지향적'이라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유치환의 <바위>나 <깃발>, 서정주의 <자화상> 같은 작품은 비록 그 실존적 비극의 원인이 인간 내부의 원초적 존재에 대한 것으로서, 사회 현실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겠으나, 그러한 실존적 존재의 깨달음을 가능하게 한 의식을 감안한다면 이는 중세 보편주의에서 근대의식으로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이들을 '전통지향성'의 범주에 넣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김윤식의 '전통지향성'과 '모더니티 지향성'은 다분히 현상적인 것이며 도식적인 것이다.
3. 1930년대 이후의 모더니즘 전개과정 (2)
한 사회를 살아가는 작가의 문학은 자연스레 한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때 우리 나라의 근대화 과정이 강제적. 기형적으로 이루어진 결과 자생적으로 발생, 성장, 성숙되어 옳았을 문학의 발달 전개는 서구문명의 유입과 정도에 따라 전개된 것은 사실이다. 1920년대 초반의 데카당스한 문학, 1925년의 목적 의식적 문학, 1930년대의 모더니즘 문학의 전개로 이루어지는 한국현대문학의 전개는 서구의 문예이론이 도입되는 과정의 궤도가 되었던 것이다. 개화기로 불리워 지는 한국의 근대화과정은 임화의 명명대로 '이식문화'의 과정이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문화적 유산과 전통의 맥이 끊어진 것도 이 시기의 사회. 경제. 문화 형성의 기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는 상호 수용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비록 우리의 근대화가 기형적으로 이루어졌음은 사실이나 문화이론이나 이즘의 수용이 당대의 제반 내용을 수용하기 위한 틀거리-형식의 수용 이였음은 더욱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제 이 틀거리-형식에 제반현실과 그 현실에 입거한 작가의식을 올바로 담아내느냐의 문제이다. 장만영. 김종환 등의 모더니스트를 거쳐 1949년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멤버 김경린, 임린호, 박인환, 김수영, 양병식에 이르면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좀 더 구체화되고 형상화된다.
3. 1930년대 이후의 모더니즘 전개과정 (3)
저속한 리얼리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출발한 현대시는 또한 우연하게도 놀라운 속도를 갖고 온 지구에 전파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병리학저인 생리를 내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세계의 빛깔처럼 현대인의 지성에 자극을 주는 바가 되어 ...... 모더니스트임을 자처하였으나, 그들은 너무나 강한 현실의 저항선을 넘어 신영토를 개척하지 못하였기에 시의 국제적인 발전의 코스와는 정반대의 방향에 기울어져 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 화학적 그리고 정신적 등의 세계가 끊임없이 확대되어 가듯 시의 역사적인 코스를 향해 발전하여 가는 것이 사실이다. ....... 시는 결국 전진하는 사고인 것이다. 김경린의 이 선언서 속엔 현대시의 세계적 동시성 확보 문제, 즉 시는 전진하는 사고라는 점의 강조에 요점이 있다. 후기 모더니스트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운동은 1950년 한국동란이라는 세계의 동시성이 외부에서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UN의 주둔, 전쟁의 극한 상황, 비정적인 죽음, 사물의 폭력, 문명의 모든 기구가 동원된 6.25 전쟁은 모더니즘의 세력에서 아무도 벗어나지 못하게 한 것을 볼 수 있다. 박인환은 이를 두고 '검은 峻烈의 시대'라 했다. 박태진.조향 등은 물론 전봉건 등도 이 계보에 넣을 수 있다. (이 세계와의 동시성 확보의 문제는 1950년대 모더니즘에 이어진다. 50년대의 대표적인 시인과 비평가인 송욱과 이어령의 아래 발언은 당시 문학인들의 현실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혈혈단신 물려받은 유산도 없이 우리는 우리의 새로운 작업을 개시해야 된다. 50유년의 신문학시대 그것을 과도기나 초창기의 혼란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지루하고 긴 세월이였다. 우리는 이 문학선사시대의 암흑기를 또다시 계승할 아무런 책임도 의욕도 느끼지 않는다. 지금은 모든 것이 새로이 출발해야 될 전환기인 것이다. 우상을 파괴하라! 우리들의 슬픈 아이코노크라스트, 그리하여 아무래도 새로운 감격이, 비약이 있어야겠다. - 이여령, 「우상의 파괴」, 『한국일보』, 1956.5 우리의 역사는 바야흐로 세계사의 일부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만큼 우리의 문학도 또한 세계문학이란 관점에서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로 말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현실적인 복잡한 경험의 모든 면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시대정신과 대결하지 못하는 시문학은 잊어버림을 당해도 당연한 노릇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