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해맞이 행사보다 중요한 것은 구민의 안전이다
2022년 11월부터 은평구는 봉산 정상인 해맞이 공원 봉수대 주변의 광장 데크를 확장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은평민들레당은, 1년에 단 한 번 구청 주최 행사의 무대를 위해 8억 6천만 원의 세금을 들여 소중한 은평구의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규탄한 바 있다.
2023년이 저물며 이틀 동안에 많은 눈이 내렸다. 12월로는 42년 만의 폭설이다. 봉산 아래 신사동 주민들의 필수 교통수단인 은평 10번 마을버스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은평구는 해맞이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행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많은 주민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는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미끄럼에 주의하라며 은평구청이 등하산로에 걸었던 현수막 하단에는 ‘우리의 안전 스스로 지켜요’라는 문구가 무책임하게 적혀있었다.
떠오르는 새해를 보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려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개개인의 시민들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구청에서 진행하는 행사라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구민의 안전이 우선인 구청장이라면, 행사 전 내린 폭설을 고려해 해맞이 행사 장소를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 옆 동네인 고양시에서는 많은 눈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되어 2024년 행주산성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행사강행이 구청장의 과욕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은평구에 제대로 된 안전관리 매뉴얼이 존재한다면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참사가 우리 은평구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중요한 것은 구민의 안전이다.
하산 길에 다치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2024년 1월 7일
은평민들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