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은평민들레당은 헌재판결 이후, 정당법 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아래 은평민들레당 대표 나영의 발언문과 기자회견 전문을 공유합니다.
[은평민들레당 대표 나영 발언문]
국회는 풀뿌리민주주의 억압하는 정당법을 개정하라
‘동네, 지역, 지방에서 정당을 만들어 풀뿌리 정치를 하고 싶은데, 왜 서울에 중앙당을 둬야 하고 5개 이상의 광역시도당을 갖춰야 합니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지역정당인 과천시민정당, 은평민들레당, 직접행동영등포당은 작년 현행 정당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9월 26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은 아쉽게도 기각이었습니다. 하지만 5인의 헌법재판관은 현행 정당법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지역정치의 활성화를 내건 정당의 설립을 배제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는 것. 그리고 헌법이 인정하는 정당으로의 기능을 위해 전국 조직일 필요도 없고, 전국 조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비록 전국정당조항이 위헌 판결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헌법재판관 다수는 지역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정당을 인정해야 하며, 지역정당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일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헌법재판관의 다수가 현행 정당법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상황에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헌법 제8조 2항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정당이 지역정치에 있어서 과연 민주적이며 그리고 올바른 정치적 의사형성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중앙정치의 정쟁과 극한 대립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지역 고유의 의제는 사라지고 정권에 대한 지지와 혹은 심판론 같은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삶과 상관이 없는 구호만이 넘쳐났습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해 지방선거가 시행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일상 시기의 지역정치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주민들이 지역 의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며 올바른 의사형성을 하는 게 아니라, 지역 토호와 소수 특권층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이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며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지역정치의 현실입니다. 지역정치 그리고 지역정당이 없는 지방자치는 그래서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중앙정치만으론 국민이 겪는 많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는 주민의 풀뿌리 활동이 요구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민의 활동을 봉사나 주민자치만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이제 주민정치와 결합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역정당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역의 특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은평민들레당 강령의 한 구절입니다. 지역정당은 지역주의정당이 아닙니다. 전국정당인 거대양당이야말로 지역주의정당입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특정지역을 배제해 온 게 그들입니다. 우리는 지역에서 시민간의 연대, 그리고 지역과 지역의 연대를 통해 주민들이 지역 고유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중앙 집중화된 사회를 분권화된 사회로, 중앙과 지역의 위계적 질서를 지역과 지역의 수평적 질서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국회는 조속한 정당법 개정으로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다양성의 정치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지역정당 가로막는 정당법 즉각 개정하라!
-정당법 개혁 입법 촉구 기자회견문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지역정당 네트워크와 직접행동영등포당, 과천시민정치당, 은평민들레당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하여 전부 기각 결정을 하였습니다. 오늘 이 기자회견을 주최한 각 지역정당과 노동·정치·사람, 정치개혁공동행동, 전국민회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하여 매우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국회의 입법을 촉구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결정 내용을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는 정당법 제3조, 제4조 제2항 중 제17조에 관한 부분, 제 17조를 묶어 ‘전국정당조항’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전국정당조항’에 대하여 9인의 재판관 중 5인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비록 5대 4로 위헌 의견이 우세하였으나 재판관 6인의 위헌 의견에 이르지 못해 결론은 기각이었습니다.
기각 결정 자체는 매우 아쉽지만, 이번 결정은 2006년 전원일치 합헌결정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전원이 현행 정당법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은 채, 정당의 난립, 지역감정의 심화, 대의민주제의 왜곡 등을 막기 위한 정당법의 규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에 반해 이번 결정에서는 과반의 재판관이 군소정당의 배제와 지역정당 설립봉쇄가 결코 대의민주적 기본질서의 기능에 적합하지 않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다수 재판관이 지적한 것처 럼 현행 정당법의 전국정당조항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정치활동을 원천봉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가 된 정당법의 틀을 확립한 주체는 1961년 쿠데타를 통해 민주정부를 전복하고 독재를 행한 군부였습니다. 군부는 합법적 정권 획득과 장기집권을 위한 방안으로 정당법을 제정하였고, 현행 전국정당조항의 기초를 확정하였습니다. 그 이후 무려 6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 전국정당조항은 처음의 골격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집권과 유지를 위해 만든 정당법이 민주화된 오늘날에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가능한 이유는 현행 정당법이 기존 전국정당들의 기득권 유지에 유리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당설립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기 위하여 제정된 현행 정당법 덕분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이 다양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틀어막고 정치적 자원을 독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지역정당의 설립을 더 이상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제 입법부가 답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 진정한 정치영역에서 입법의 기능이 작동해야 할 때입니다. 국회는 정당 설립의 자유, 정당 가입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정당법을 개정할 의무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지역정당네트워크와 정치개혁공동행동, 전국민회 등 제대로 된 정치를 열망하는 우리는 헌법 재판소의 다수의견을 입법부가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를 완전하게 반영한 정당법 개정 등 정치개혁 법안의 입법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정치세력의 활동이 보장되는 정당법 개정이 필요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입법부에 정당법 개정 입법을 청원하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 나갈 것입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지역정당을 창당하고, 의제별 부문별 정당 창당 운동도 더욱 가열차게 펼쳐 나갈 것입니다.
국회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주권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기본권을 누 릴 수 있도록 정당법 개혁을 즉각 추진하라!
2023년 10월 10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