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 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 주고 그네 울음에 꺼져버린 땅 밑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똥별 주워 먹고 살았다
까무러칠 듯 울어대는 곡 소리에 이승에는 눈 못 감고 떠도는 죽음 하나도 없었다
저승으로 갈 사람 편히 떠나고 남은 이들만 잠시 서성거릴 뿐이었다
가장 아프고 가장 요염하게 울음 우는 옥례 엄마 머리 위에 하늘은 구멍마다 별똥 매달아 놓았다
그네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 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
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 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 알아야 하리
문정희 (시인.수필가) (1947~ ) 보성출신 진명여고 재학시절 시집[꽃숨]발간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등 산문집 [젊은 고뇌의 사랑][ 청춘의 미학]외 다수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동국대 석좌규수 제 40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2015년 제8회 목월문학상 2015ㄹ년 제4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외 다수
***시감상 / 박경채 필자가 열살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경북 상주 가막골 뒷말랑 아래 큰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때만해도 십일장은 다반사였다.
상복입은 어른들 모두가 지칠대로 지쳐 곡소리가 잦아들자 낯설고 늙은 여인이 상복을 치렁치렁 걸치고 나타나 할아버지가 안치된 방문앞에 털썩 주저앉아 아이고 아이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정말 어찌나 슬프게 우는지 지친 상주들이 다시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 따라 울었고 어린 나도 그 울음따라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 시를 읽고 나서야 그 여인이 곡비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곡비는 보통 집에 부리던 노비였다는데 시대상 노비일 리는 없고 농노의 식구였을 거라 짐작하고 있다.
암튼 슬픈 사람들의 울음, 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주는 곡비. 그 울음 덕분에 눈 못감고 죽은 사람 없었고 저승으로 못간 사람 없었다고 하니 문정희 시인도 곡비의 그 울음을 직접 들었으리라.
듣지 않고서야 곡비의 울음 그현장을 이토록 리얼하게 그려낼수 있었을까. 곡비에 관한 한 이보다 더한 절창은 없으리라.
시인을 현대판 곡비로 이입시킨 후반부는 또 어떠한가. 하루 빨리 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을 깨치라고 시인들을 채근하고 있다. 그런데 시인의 딸아~라고 여성을 지칭한 것으로 보아 정작 문정희 시인 자신을 채근하지 않았을까.
어느쪽이든 시인이라면 이 대목에서 심장이 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시인이라고 가슴이 뛰었으니 덜 부끄러운 일이다. 어서 빨리 사람들의 울음 까무러치도록 대신 울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곡비라는 말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해설을 읽으니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근데 시는 왜 대체로 어둡고 무거울까요
동시는 경쾌하고 발랄한데
시도 밝았으면 좋겠어요
슬픈 노래보다 신나는 노래가 좋은 것처럼~~
저도 밝은 시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