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명
사회주의사회가 실패하고 자본주의사회가 모순과 위기에 빠져 있다. 오늘 세계는 인간성과 공동체의 파괴 속에서 생태계 위기를 겪고 있다. 자본과 권력과 정보가 주도하는 세계화는 큰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서 생태계 파괴와 세계화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적인 사상이 씨알사상이다. 씨알공동체는 씨알사상과 정신으로 나를 불태워 온전히 연소함으로써 나를 비우고 나와 남을 바로 세우고 나눔과 섬김의 정신으로 생태계와 세계를 구원하려고 한다.
씨알사상
씨알사상은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나라를 구하고 바로 세우기 위해서 일어난 신민(新民)운동과 교육운동(오산학교)에서 생겨났다. 안창호와 이승훈이 주도한 신민운동과 교육운동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덕스럽고 지혜롭고 힘 있게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다. 덕지체(德智體)의 교육을 내세웠다.
안창호와 이승훈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과 서구에서도 덕지체를 강조했다. 그러나 대체로 부국강병의 국가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덕지체, 지덕체를 강조했다. 정치인들이나 종교인들, 시민운동단체(YMCA)가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시민운동의 일부로 덕지체를 강조했다. 그러나 안창호와 이승훈은 사랑과 헌신의 심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덕지체를 세우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 하였다. 덕지체를 바로 세우는 것이 목적이었다. 온 몸과 맘을 다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덕지체를 세우도록 섬겼다. 섬김과 살림의 정신으로 사람을 세우고 주체로 살게 했다.
사회주의사회가 실패한 것은 사회주의사회를 세운 다음에 지도자와 시민의 덕지체가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식민지에서 해방된 다음에 남북이 분단되고 남북전쟁을 한 것은 지도자와 국민의 덕지체가 바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가 끊임없이 개혁과 개선을 하는데도 모순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지도자와 시민의 몸과 맘과 정신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몸(體)과 맘(슬기와 智慧)과 얼(本性과 德)을 세우기 위해 헌신했고 몸과 맘과 얼의 뿌리를 탐구하여 없음과 빔, 전체 생명, 하늘, 하나님에 이르렀다. 사람마다 자기의 몸과 맘과 얼을 불태워서 옹글게 실현하고 완성하여 세상을 바르게 하자는 것이다.
자기를 온전히 연소하여 몸과 맘과 얼을 옹글게 실현하고 완성함으로써 남과 세상을 구하고 살리자는 것이 씨알정신이다. 씨알은 자기를 연소하여 몸과 맘과 얼을 옹글게 실현하고 남과 세상을 구하는 존재이다. 씨알이 제 구실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삶과 정신과 실천을 통합하는 씨알철학이 요구된다.
유영모는 철학을 ‘알맞이’라고 했다. 알맞이는 앎(깨달음)에 맞음 앎에 맞춤, 지행합일을 뜻한다. 몸으로 깨닫고 깨달은 앎에 맞게 사는 것이 철학이라는 것이다. 또 알맞이는 ‘알맞음’(中庸)을 뜻한다. 삶과 정신의 중심에 맞게 적합하고 알맞게 사는 것이 철학이라는 것이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입고 알맞게 자고, 알맞게 생각하고 알맞게 말하고 행동하고 알맞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철학이다.
알맞게 먹고 입고 자고 말하고 행동하려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먹고 입고 자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썩은 졸개나 하는 짓이고 생각해서 알맞게 먹고 입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사제이고 철학자이다.(유영모)
함석헌은 개체가 전체와 일치와 조화 속에 살게 하는 지혜와 깨달음과 실천을 철학이라고 보았다. 생명(生命)이 ‘살라!’는 하늘, 전체 생명의 명령임을 깨닫는 것이 철학이다. 내 삶을 내 맘대로 멋대로 살지 않고 전체의 명령, 하늘, 하나님, 전체 생명의 명령에 따라서 전체의 자리에서 전체와 하나로 되어 살아야 하는 것을 깨닫고 전체와 하나로 되어서 사는 것이 씨알의 삶이다. 전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믿음이고 나의 삶이 전체와 이어져 있고 전체와의 일치와 조화 속에서 살아야 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철학이다.
씨알철학은 역사와 사회의 주체인 사람을 식물의 씨와 동물의 알인 씨알로 이해함으로써 사람의 존재를 사회와 역사의 지평을 넘어서 생명과 생태계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또 씨알철학은 사람을 영원한 신적 생명과 전체 생명의 씨알로 봄으로써 사람의 존재이해를 내적 깊이와 높이에서 정신적으로 심화하고 확장한다. 사람은 전체 생명을 실현하고 완성하는 주체이고 전체 생명의 씨앗이며 전체 생명을 이어가는 매체이다.
씨알공동체의 목적과 강령
목적
씨알공동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전체 생명의 씨알로서 덕스럽고 슬기롭고 힘 있게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게 한다. 씨알 하나 하나가 옹근 씨알이 되어 옹근 열매를 맺고 열매가 된다.
씨알의 생명이 보이지 않게 전체 생명과 하나로 이어져 있고 감응하고 공명하듯이 씨알은 흩어져 홀로 있으면서 전체 하나로 감응하고 공명하며 하나의 삶을 이루어간다. 씨알은 하나이면서 전체이다. 씨알공동체는 하나이면서 전체인 씨알생명을 실현하고 완성하는 공동체이다.
스스로 깨지고 비우고 죽음으로써 빛나는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 죽음으로써 하나님과 더불어 영원히 사는 삶을 산다. 죽음으로써 사는 씨알의 삶은 더불어 사는 삶이며 서로 살리는 삶이다. 나눔과 섬김으로써 하늘나라의 삶을 여기서 이룬다.
자기를 불태워 제사 지냄으로써 세상을 구하는 어린양처럼 몸과 맘을 온전히 연소하여 인류와 지구생명체를 구원한다. 안으로는 자기를 불태워 연소시켜 영적이고 고결한 삶을 살고, 밖으로는 알뜰하고 검소하게 삶으로써 나와 세상을 구원한다.
강령
홀로 그리고 전체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영혼을 가진 실존이며 전체를 품은 존재이다. 각자 하늘을 품고 하나님을 모시고 이웃을 하늘처럼 섬긴다.
모임과 흩어짐;
씨알은 홀로이면서 전체이므로 모여서 전체임을 확인하고 흩어져서 하나임을 실천한다.
생각하는 공동체;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하늘과 소통하는 존재이다. 생각함으로써 하나님과 소통, 연락하고 이웃과 통하고 하나로 된다.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생각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을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생각으로 불타고 나를 태우고 비움으로써 이웃과 소통한다. 생각은 하나님을 향해 나를 불태우는 생명과 영혼의 행위이며 나를 불태우고 비워서 남을 사랑하는 행위이다. 생각은 사랑이며 사랑의 실천이다. 남을 겸허히 섬김에서, 남과 사랑으로 나누는 실천 속에서 생각이 솟아난다. 생각하기 때문에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며,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기 때문에 생각한다. 사랑하면 생각이 나고 섬기면 생각하게 된다. 생각과 실천은 하나이다.
재가 수도 공동체;
씨알이 생각하고 사랑하고 섬기는 일은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누구나 스스로 기도하고 수행하며 실천해야 한다. 씨알의 삶과 영성에는 성과 속이 따로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먹고 입고 자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진리를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지구 생명공동체를 구하는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정신에서, 가장 작고 많은 공동체인 가족 공동체에서 시작되고 훈련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지구와 인류를 구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덕스럽고 슬기롭고 튼튼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덕스럽고 슬기롭고 튼튼하려면 가족공동체가 덕스럽고 슬기롭고 튼튼해야 한다. 가족공동체가 이웃을 만나는 자리이고 전체, 하늘,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이다. 가족이 생명공동체의 원형이며 뿌리이다.
가족은 가족끼리만의 울타리를 가져야 한다. 전체 생명의 뿌리와 신비로 얽힌 가정은 생명공동체의 원형이다. 가정은 생명과 사랑의 샘터이고 생명과 사랑의 뿌리를 품고 있다. 생명과 사랑의 샘과 뿌리가 마르지 않게 지켜야 한다.
그러나 가정은 하늘나라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만물과 생명과 인류를 하나로 되게 하려는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이루어지게 하는 자리가 되기 위해서 가정은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사랑과 생명을 목말라 하는 이웃이 와서 사랑과 생명의 물을 마시고 사랑과 생명의 뿌리를 나누어 가도록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가정은 함께 기도하고 생각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수도공동체이다. 가정을 개방하여 수도공동체를 할 경우에 가족의 생명과 사랑의 힘이 마르고 소진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가정을 파괴하면서 수도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은 재가 수도공동체의 본분을 넘어서는 것이다. 자기를 파괴하면서 남을 섬길 수 없고 가정을 파괴하면서 재가 수도공동체를 세울 수 없다. 가정의 영적 성숙과 역량이 허락하는 만큼 수도공동체를 실현해 가야 한다.
씨알공동체의 조직과 운동
조직
흩어진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조직하고 활동한다.
지역공동체를 지원하고 협력하는 본부를 둔다.
본부는 씨알공동체의 정신과 철학을 연구하고 보급하며 원칙과 방향을 탐구한다.
1년에 1~2회 전체 수련회를 통해 씨알공동체 운동을 점검하고 쇄신한다.
본부에는 씨알공동체 위원장 또는 대표를 둔다. 명칭을 등대지기라고 할 수 있다.
위원회와 임원(서기와 회계)을 둔다.
위원장과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는 필요에 따라 대표나 일꾼을 둘 수 있다. 명칭은 등대지기 또는 마을지기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조직은 단순하고 평등해야 한다.
운동
씨알의 생명활동이 씨알의 생명평화운동이다. 씨알의 꿈틀거림이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운동이다.
숨은 소식(消息)이고 생활동정이 뭇 생명들에게 영향을 준다. 숨을 편하고 깊게 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평화롭게 편안한 삶에로 이끌 수 있다. 숨 쉬는 것, 생각하는 것, 눈 빛 하나, 작은 몸짓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필요한 말과 행동은 그 때 그 때 알뜰하게 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루는 일을 구체적으로 행해야 한다.
홀로 또 함께 공동체 안에서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생명과 평화와 통일은 억지로 되지 않고 우리 속에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님, 하나님을 모심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씨알공동체의 명상과 수행
명상
천지인 합일명상
몸은 하늘의 원기를 마시고 맘은 땅의 중심에 뚫림으로써
몸과 맘과 얼을 하나로 만드는 명상이다.
몸 명상, 맘명상, 얼명상을 통해 하늘과 땅과 내가 하나로 되는 체험에 이르러야 한다.
목숨에서 말숨으로 말숨에서 얼숨으로 올라감으로써 나를 불태워 하늘 땅 사람이 하나됨에 이른다.
맘이 텅비고 없음으로 하늘을 모시고 몸에 하늘의 원기가 충만하여 우주와 내가 하나로 통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될 때 생명 평화 통일의 운동을 할 수 있다.
씨알명상
예수살기 명상
글 읽기
성경과 명상의 글에서 나를 찾고 그이, 하나님, 그리스도를 찾는다.
글은 그를 그리워하여 읽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 그이가 그립고 얼은 울린다.
하나님, 그이가 그리워 읽는 글이고 그이가 그리워 글을 읽으면 얼이 울려
얼이 우러러 위로 올라간다.
성경공부와 예배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