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가제트 형사'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었다.
약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엉뚱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사건을 해결하는 솔로몬 같은 지혜가 있다.
동식물을 계문강목과속종으로만 분류하는 줄 알았는데, 로제트식물이라는 카테고리로도 구분한다.
로제트(rosette)식물이란 장미(rose)꽃 잎 모양으로 펼치며 사는 식물군을 말한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민들레, 냉이, 고들빼기가 이러하다.
로제트와 가제트는 눈에 띄지 않은 지혜로움은 닮았다.
로제트 식물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로움이다.
최대한의 보온과 에너지 낭비가 작게, 따뜻한 땅(흙)에 바싹 엎드린다.
또한 햇볕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잎은 장미꽃잎 처럼 중복되지 않게 배열한다.
뽀리뱅이
이러한 삶의 지혜를 보면 미물이지만 존경해 마지 않는다. 우리가 동식물에서 배운 지식으로 윤택해진 삶이 다분하다.
오늘 다양한 로제트식물과 가을 꽃 향기에 푹 빠졌다.
높고 해맑은 가을 정취는 내일 즐기자. 하늘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지상에 내려 앉은 가을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물결을 일군다.
정양늪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백일홍 군락 사이에 우아한 풍채를 자랑하는 금화규도 있고, 황화코스모스, 꽃댕강나무도 있다.
백일홍, 황화코스모스, 금화규열매
꽃에 취해 들어오는 님의 바지자락을 노리는 도꼬마리,
소매자락을 훔치려는 도둑가시풀은 티라노사우러스의 이빨 만큼이나 날카롭다.
설화꽃과 머리꽃의 구분은 들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짜증날 정도로 물어본다.
학창시절 선생님한테 쥐어 박히듯, 머리를 한방 먹여도 소용없다.
최근에 정양늪에 부유하는 '생이가래' 이름을 돌아서면 잊어 버린다.
이러다가 치매 테스트 받으러 가야하는 것 아닌가.
생이가래와 금개구리
누굴 탓하겠는가, 기억이 잘 되지 않음을.
지나간 세월, 청춘만 돌려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리.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그날이여'
그렇게 토종식물을 괴롭히는 개망초도 힘을 잃어 구석진 곳에서 눈치보고 피어있다.
산책로 왼편에 샛빨간 둥근잎유홍초, 하늘로 치솟은 환삼덩굴 꽃대가 이채롭다.
생태계교란종이라며 없애야 된다고 선생님이 손수 뽑은 돼지풀.
군락을 이루며 환삼덩굴과 게릴라 전을 펼치고 있다.
이웃집 담벼락을 도둑고양이 처럼 슬거머니 팔을 펼치고 넘어오는, 양지바른 숲 언저리에 피는 사위질빵의 야사에 귀 기울인다.
옛날 어느 곳에 홀어머니가 계셨다.
가을이 되어 밭에 꺽어둔 콩단을 가져와야하는데, 마침 출가한 딸과 사위가 온 것이다.
그래서 어린 아들과 홀어머니, 사위가 콩단을 옮기려고 밭에 갔다. 많은 콩단을 옮겨야 하는데, 사위가 걱정인 어머니가 꽤를 낸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은 질긴 칡넝쿨로 질빵을 만들고, 힘센 사위는 잘 끊어지는 이 풀로 질빵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철없는 아들이 볼 때는 매형의 짊이 더 무거워서 질빵이 끊어진다고 생각할 테니, 투덜거릴 일도 없었다.
딸이 구박받을까 생각해낸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지 무엇인가.
식물의 이름도 참 다양하다.
그러고 보면 며느리밑씻개풀도 한목 한다.
설화꽃, 머리꽃
부계사회인 조선시대에 아낙네들의 시기와 질투가 대단했음을 옅볼수 있다.
철지난 애기똥풀, 쥐꼬리풀, 보랏빛 방아와 익모초, 박주가리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돼지풀 제거 작업
즉시 돼지풀 제거 작업에 들어 갔다.
생태계가 많이 아프다. 우리가 치료를 해줘야 한다.
선생님은 이대로 가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구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 서서히 진화되지 않을까? 영악한 인간이기에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답변은 한결 같다.
"아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이산화탄소(CO2)의 배출량이 많으면 인류는 멸종될 수 있다'라고.
늦기전에 생태계를 되살려야 한다.
중환자실에 갈지도 모르는 위기의 생태계를 치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