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를 처음 봤던 그 여름엔,
지금의 내가 이토록 무뎌지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그 여름엔,
마고처럼 물 속을 참 오랫동안 헤맸던 것 같다.
부엌을 가득 메우는 따듯한 햇살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강렬한 노을.
어느 하나 쉽게 저버릴 수 없는 사랑이라,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빈틈을 메꾸며 살아가지만,
빈틈이 아닌 공백임을 깨닫는 순간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스물 넷의 나는
더 벌어진 빈틈을 메우려 발버둥 치고 있을 뿐임을.
첫댓글 공백을 비워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 참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