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5. 10
문재인 대통령이 드디어 임기 1년 남겨 놓았다. 10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기자회견을 갖는 것을 보니 이제 실감이 난다. 외신에서 조차 ‘내로남불’을 영어로 표기할 정도로 비판 받는 문 정권이 이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아직 1년이라는 세월이 남았지만 문 정권의 위선과 독주, 아집도 이제 1년만 견디면 되는구나 싶다. 그 와중에 무슨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사실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순식간에 몰락할 지 누가 알았나.
사실 문 대통령은 정권을 그저 주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문 정권은 사실 박근혜 탄핵이 성사될지 장담을 못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박근혜 탄핵 과정을 알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탄핵은 어렵다고 봤다. 탄핵소추안의 국회통과도 당시 여야 의석수를 보면 어렵고, 통과가 된들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문 대통령 입장에서 그 탄핵 과정이 얼마나 드라마틱했을까.
그래서 그랬는지 문 정권 4년은 거의 망나니 칼춤에 비유될 정도로 갈지(之)자로 흘러왔다. 운좋게 최순실 사태를 만나 정권에 무임승차를 하고 보니 내밀하고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그저 남 탓과 독선으로 일관해도 극렬지지층이 “우리 이니하고 싶은대로 해”라며 뒤를 봐줬다. 실력은 필요 없고 오로지 상대방 탓만 하면 됐다. 그래도 초반부터 역점을 두고 장악했던 검찰과 경찰, 사법 권력이 입맛대로 움직였다. 그렇게 정권의 독선과 독주는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했다.
▲ 작년 5월 10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다 문 정권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 터졌다.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으로 빚어진 조국 사태가 그것이다. 진보와 민의를 앞세우면서 가장 우선시 한 것이 도덕적 우월감인데 이를 깡그리 무너뜨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문 정권의 산파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사다. 이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가치관의 전도현상을 불러왔다. 윤리와 정의의 기준은 뒤집혔고 진보는 위선과 동의어가 돼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문 정권 집권 4년 만에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덜떨어진 사람이 됐다. 집권 세력 운동권들의 ‘자기 우월의식’은 오직 자기 최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위선’과 ‘내로남불’은 문 정권의 상징적 단어가 됐다. 정권의 도덕적 가치 실종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국 사태에 이어 윤미향과 추미애,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 등 정권 관련 추문은 계속됐다. 최근에는 LH사태로 전 국민이 공분하는 가운데 김의겸, 김상조, 박주민 등이 정권을 향한 ‘내로남불’ 비판에 불을 당겼다. 결국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세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논어에서 공자는 “정치를 할 때 못사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평등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不患貧患不均)”고 했는데 진보 정권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 모양이다.
그러나 문 정권의 오만과 독주는 여전히 거칠 것이 없다. 작년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의 대승‘을 거둔 것이 이들의 ’마이웨이‘식 정국 운영을 돕고 있다. “아무리 ‘위선’ ‘내로남불’정권이라고 해봐라” “누가 뭐래도 제 갈길 간다”는 것이 문 정권의 현재 기조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에 참패를 당한 후 잠시 주춤하던 내로남불 행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도부 자리에는 친문과 범친문이 차례로 원내대표, 당대표가 됐다.
문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도 멈출 줄을 모른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극복 구상을 밝히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정권이 보인 ‘실력’을 감안하면 백신 후진국 탈피는 기약하기 어렵다. 또 이번 마지막 장관 인사에서도 드러났듯 문 대통령 인사는 끝까지 참사다. 총리를 비롯 5명의 장관을 내정했지만 김부겸 총리 내정자와 3명의 장관 내정자는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했고 정의당도 2명의 장관은 부적격이라며 가세했다. 거의 비리 백화점 수준인 이들을 문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총리, 장관으로 내정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비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장관으로 뽑아 올린 청와대 인사수석과 인사라인의 ‘실력(?)’이 돋보일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희정과 유시민에게는 정치 대신 농사를 짓거나 글을 쓰라고 했단다. 대신 한참 나이 어린 친구인 문 대통령에게는 정치를 하라고 그렇게 권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관련 각종 회고록에 보면 그런 말이 나온다. 그런데 정치 9단까지는 안 돼도 8단은 될 법한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를 권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아무리 봐도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담을 쌓았어야 할 사람인데 노 전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지금까지 4년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은 여느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실패 사례로 기억될 듯 한 데 남은 1년 무언가라도 있단 말인가. 은근히 걱정된다.
이상곤 / 정치 칼럼니스트
월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