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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예술대학교 교수님들 괴강(槐江) MT 이야기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초복날 남부지방부터 비가 올거라고 한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날을 잡아 놓았는데 비가 온다고 하니 걱정이다. 더욱이나 태풍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준비를 위해 하루 먼저 괴산(槐山)으로 내려간 박사장에게 물놀이를 다음주로 연기 하면 어떻겠느냐고 전화를 했더니 한마디로 거절이다. 똥개도 잡아 놓았고 다리 밑에 텐트도 한 동 칠 준비를 다 해놓았으니 잔소리말고 일행들을 인솔해 당일 12시까지 도착하란다. 해병대 출신 답게 성질 한 번 딱 부러진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 대덕리는 우리 박사장의 고향이다. 그곳에 막네 여동생이 고향을 지키고 살고있다.
2012년7월18일 오전11시20분 괴강(槐江) 다리밑에 도착했다. 박사장 여동생집은 이 다리밑에서 걸어가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여동생 집에 들렸더니 어제 똥개 한마리를 잡아 푹 삶아 놓았다. 오늘은 초복(初伏)이다. 비가 올거란 예보는 천만다행으로 틀렸다. 잔뜩 흐려있는 하늘은 오히려 햇볕을 가려줘 안성맞춤 이였다. 승용차 두대로 일용할 양식을 전부 다리밑으로 옮겼다. 이곳 괴산은 비가 내리지 않아 강물도 맑고 수량도 적당해 물놀이로는 딱이였다. 강바람에 간이 살살 녹는다.
도로가 쏘가리매운탕 집에서 들어오는 진입로 전경이다. 산에서 흘러오는 계곡물이 다리밑에서 강물과 합처진다. 계곡물이 어찌나 시원한지 강물과는 게임이 안된다. 강물이 불어날 경우에는 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놀면 된다. 주변에 쌈싸먹는 연한 씀바귀풀이 많아 상추와 곁들이니 그 또한 별미이다. 이곳 괴강의 다슬기는 씨알이 토실하고 맛 또한 명성이 높다. 괴산에 오면 올겡이 국을 꼭 먹어봐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다슬기를 줍기에는 물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초복(初伏)이란 삼복의 첫째 복으로 여름의 시초가된다. 하지 이후 제3경(庚)일을 초복이라 하는데 대략 7월11일부터 7월19일 사이에 온다. 이 시기는 소서(小暑))와 대서(大暑)사이가 되므로 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때 가된다. 괴강 다리밑 바람통이 지나가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우선 점심부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똥개 배받이부터 뜯어본다.
오늘 하루를 보낼 물놀이 터잡는 공사가 한창이다. 창넓은 벙거지를 쓴 양반이 황사장님이시다. 이 양반 별명은 "벌떡꿍"이다. 청량리 바닥에서 벌떡꿍 아저씨로 통한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관계로 월당선생과는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옷장사로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자칭 페션계의 대부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산 잘타고 술 잘먹고 춤 잘추고 하여간에 똑 소리 난 양반이다. 오늘도 마당쇠 이기를 거부하지 않고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
이곳 대덕리의 괴강에는 큰 다리 세개가 들어서 있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듯 한 대교가 제일 아래쪽에 있었는데 건설회사가 경남기업이라 적혀있다. 얼마전 TV 대담 프로에 출연한 경남기업의 회장을 본적이 있었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성완종회장님이 바로 그분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여나 국민학교를 중퇴 할 정도로 가난했다. 그런 그가 경남기업의 회장이 되었고 금년 19대 총선에서 는 당당히 국회의원으로 당선까지 됐다. 2011년 총 매출액이 1조5천억원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75층짜리 빌딩을 건설할 정도로 외국에 잘 알려진 건설회사 이다. 경남기업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똥개 배받이 먹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오늘의 주인공 박사장의 여동생이 살고있는 작은 마을에는 한 집에 똥개를 세마리씩은 키운다고 한다. 괴강(槐江) 주변에 산재해있는 매운탕집에서 나오는 짬밥을 걷어다 먹이기 때문에 사료 걱정도 없다. 그래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기똥차다. 오늘 우리가 잡은 똥개는 30근 짜리인데 똥개값만 18만원이다. 잡는 비용4만원을 포함해 총22만원이 원재료비 였다. 총인원 10명이 1박2일동안 냄새가 나도록 먹고 남을 정도였다. 무공해 상추와 강뚝에 널려있는 씀바귀로 쌈을 만들어 포식을 했다.
강가 다리밑에서 똥개 배받이를 뜯는 맛이 일품이다. 어찌 생각하면 잔인한 짖일지 모르지만 동양 3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즐겨 먹었던 개장국이 그 원조이다. 여름철 허약해진 몸을 다스리는 보양식으로 이만한게 없다. 박사장 여동생집 앞 마당에 검정솟을 걸어놓고 장작불로 푹 고와낸 고기여서 그런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우리가 소시적에 천렵(川獵)이라는 놀이가 있었다. 개울가에서 쪽대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고 홀딱 벗고 멱을 감던 그 시절 이야기가 바로 천렵이다. 사실 오늘 투망을 던저볼 생각이였는데 강가 입구에 경고문이 섬뜩했다. 이 강에서 어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을 경우에는 벌금 50만원에 처한다고 적혀 있었다. 단 손으로 잡았을 경우는 제외 한다고 토를 달았다. 월당선생이 무순 재주가 있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단 말인가... 앓으니 죽고 말겠다.
이곳 괴산지방에는 찰옥수수와 고추가 유명하다. 오늘 간식용으로 먹을 찰옥수수가 대기 중이다. 알맹이가 토실하고 달작지근한 맛이 강원도 옥수수와 다를게 없다. 하늘에 비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이상하리 만치 빗방울은 내리지 않는다. 일기예보로는 태풍이 북상중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비가 내릴 것 같다. 준비해온 텐트를 칠건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만약을 몰라 가까운 곳에 방 두개를 예약해 놓았다. 아짐씨들을 위한 배려엿다. 아무래도 고스톱 판을 벌려야 할 것 같다.
우리 벌떡꿍 아저씨가 조성한 물놀이 집터 전경이다. 박사장 여동생이 찰옥수수를 삶아 내왔다. 그녀는 충북 민속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우리매운탕집"의 주방징이기도 하다. 똥개 반마리를 다 뜯어 치웠는데도 찰옥수수가 또 들어간다. 세상만사 모든 시름을 강물에 뛰어보내고 정말 행복한 마음들만 남았다. 행복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 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 했다. 로또복권에 일주일을 걸지말고 1만원으로 건질 수 있는 행복을 찾는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청량리 도매시장에서 소주 640리터짜리 한 박스 준비해 왔다. 수박과 참외는 오늘이 괴산 장날이여서 현지 구매를 했다. 산에서 흘러오는 계곡물이라 무지하게 차겁다. 그 속에 소주를 담궈 놓았으니 냉장고 속 소주보다 더 시원하다. 취기도 돌고 기분도 따봉이라 고스톱 판을 벌렸다. 점 200원짜리를 첬는데 우짠일로 월당선생이 장원급제를 했다. 오후7시 강가에 어둠이 젖어들자 하루살이란 놈들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가는 빗줄기까지 내리기 시작해 결국 강가 철수를 서둘렀다. 예약해둔 궁전모텔로 이동을 했다. 초복(初伏) 첫날은 이렇게 저물었다.
밤새 창문을 두들기며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젖다. 지혜 없이 강가에 텐트를 첬드라면 큰 낭패를 보았을 것 이다. 만사는 불여튼튼 이라고 했다. 아침9시 전원기상을 지시하고 밤11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튼날 아침 9시40분 박사장 여동생집에 도착했더니 서방님께서 국물을 뜨끈 하게 끓이고 있었다. 아직 가는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고있어 밥먹을 장소를 찾아야 했다.
여동생집과 이웃하고있는 양옥집이 사촌 언니댁이다. 입구에 깔끔한 비닐하우스가 아침식사를 할 장소로 정해젖다. 비가오지를 않았으면 저곳에서 잠을 자도 되는데 아무래도 극성스러운 하루살이와 모기때문에 포기를 했던 곳이다. 비닐 하우스는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찜통이다. 오늘은 비가내리고 바람이 살랑거려 비닐하우스 안이 그런대로 선선해서 좋았다.
박사장 여동생집의 전경을 담아보았다. 괴강 다리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바로 진입 할 수 있도록 집입로를 만들어 놓았다. 포장까지 해놓아 편리하다. 마당 입구에 작은 상추밭이 있고 안쪽에는 비닐하우스식 가건물이 들어서있다. 백구 한 마리가 연신 짖는다. 어쩌면 저녀석도 됀장을 바르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 은 키가 큰 상추였다. 말하자면 상추나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상추잎을 똑 따냈더니 하얀 진물이 줄줄 흐른다. 우리가 서울에서 사먹는 그런 상추와는 차원이 달랐다. 어제 남겨둔 똥개 배받이를 뜨거운 국물에서 건져내 아침식사 준비를 완료했다.
깨끗하게 정리가 된 비닐하우스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하우스 양쪽의 바람막이를 걷어올린터라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이렇게 부슬비가 내릴때는 아주 명당자리 였다. 어제 약주들이 과했는데도 다들 멀쩡하다. 아무래도 똥개 배받이 덕이 아닐까 생각 된다. 술은 즐겁게 먹으면 약이 된다고 한다. 강물에 발을 담그고 배꼽잡으며 웃고 떠들었으니 술이 취할 리가 없다.
배받이는 물기를 쪽 뺀 뒤 약간 꼬들꼬들 해야 맛이 좋다. 요녀석은 칼질도 잘 해야한다. 무조건 싹뚝싹뚝 썰어놓으면 씹는 맛이 반감 된다. 껍질 쪽에서 안쪽으로 길게 썰어야 쫄깃 거리는 맛이 배가된다. 이 마을에는 씀바귀가 흔하다. 장독뒤에도 무성하고 담장밑에도 줄기에 독이오른 잎들이 칼퀴잎을 쩍 벌리고 있다. 끝쪽에 여린 잎들을 따서 상추와 함께 쌈을 하면 기가 막히다. 특히 보신탕 수육을 쌈으로 만들어 먹으면 그 향긋한 맛이 사람 죽인다. 씀바귀는 암세포 증식을 무려 87% 나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토코페롤의 보고라고 하니 이래저래 오늘 월당선생 몸보신은 똑소리나게 한 셈이다.
하루종일 고아낸 국물이 진해 입에 짝짝 붙는다. 어제 배가 터지도록 포식을 했는데도 아침에 큰일 한 번 야물닥지게 보고 났더니 거뜬하게 소화가 되버렸다. 이렇게 소화가 잘되는 고기도 없을 것이다. 먹기위해서 사는 것 인지 살기위해서 먹는 것 인지 헷갈린다.
오늘 아침은 이곳에서 먹고 괴강 다리밑으로 이동할 판이다. 어제 밤새내린 비로 강물이 불었을 것 같은데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점심식사용으로 국물과 똥개 뒷다리 한 개는 남겨두었다. 네끼 식사를 모두 멍멍탕으로 해결 할 판이다. 한끼 정도는 피래미라도 잡아 매운탕 끓일 예상을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보슬비가 멈추더니 구름사이로 햇볕이 잠깐 얼굴을 내밀어 준다.
오전11시20분쯤 괴강 다리밑으로 나가 보았다. 예상했던대로 강물이 불어나 어제 애써 만들어 놓았던 물놀이터가 흔적도없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흙탕물로 변해버린 강물은 사납게 소용도리를 친다. 거기다가 소방 헬기까지 나타나 강물을 따라 선회비행을 하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 결국 다리 입구쪽 계곡물에 자리를 다시 만들고 수박과 참외로 물놀이를 대신했다. 오후3시30분 점심까지 해먹고 귀경길에 오를 준비를 했다. 괴산 찰옥수수도 공동구매를 해 사이좋게 나눠갖었다.
박사장 여동생집 바로 앞에있는 동산을 담아본다.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을 것 같은 저 조그만 동산이 참말로 마음에 든다. 어린시절 내고향 장좌리에도 저런 동산이 마을 한가운데 있었다. 지금은 초라한 동산이 되버렸지만 그시절 팽나무는 대단했다. 또다시 이곳 괴강을 찾게 된다면 저 동산을 기웃거려 보고 싶다.
첩첩한 산주름살 한 가운데 괴산(槐山)땅은 박혀있다. 동쪽으로는 소맥산 줄기가 경상북도 문경과 경계를 짖고 서쪽으로는 증평읍내가 겨우 숨통을 트일 만큼 작은 평야로 출입구를 열어주고 있다. 그런 지리적 환경때문인지 괴산 사람들은 성격이 꼬장꼬장하다고 한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씨는 그런 괴산의 풍토속에서 자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몇차례나 중단을 하면서도 14년에 걸쳐 대하소설 임꺽정에 매달린 질긴 고집 또한 괴산 사람이였기에 가능 했을 것이다. 그런 괴산땅에서 1박2일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차량편의를 제공해준 수유리 이사장님과 금호동 언니에게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초복에 물놀이를 했으면 중복(中伏)에도 물놀이를 해야 탈이 없다는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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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두봉 오라버니 술취해 깽판 부리던 모습 생각납니다.
박사장님, 금년 여름에 괴강 다리밑 다시 한 번 델구 가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