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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공듀뎐 3편입니다.
윤하공듀뎐 Episode 3. 왕자의 사랑
마법사 케이티
어떻든, 강자들이 잔뜩 몰려있던 이 어렵고 긴장되는 무대에서 윤하 공주는 당당히 공동 1위를 차지하게 되어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7명의 경연자들 중 5명이 Top10 결정전에 올라가게 되고 우승자와 준우승자까지도 이들 중에서 나오게 된답니다.
6번째 순서로 경연한 바다 건너 동쪽 뉴저지 공국의 케이티라는 어린 마법사 얘기를 빼놓을 수 없지요.
케이티는 마법을 익히다가 그만 잘못해서 말을 느리게 하는 저주에 걸리고 말았어요.
“저는 뉴저지에서 왔다요. 이름은 케이티다요…..” 이 소개말 한마디 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어요.
사람들은 케이티가 말을 시작하면 대체 어느 세월에 끝날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말 시키기가 겁이 났어요. 그래도 예의상 마법사들은 또 물어봤답니다.
“케이티는 말이 되게 느린데 친구들이 답답해하지는 않소?”
“저는 괜챦은데 듣는 사람이 답답해하는 때가 많다요. 이제는 적응돼서 괜챦다고 한다요.”
그 짧은 말을 하는데 지금껏 오디션 시작해서 여태 걸린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흘러갔어요.
사람들은 말 중간에 하품도 여러 번 하고 아예 책상에 엎어져 자는 사람도 나왔어요. 제발 쟤한텐 말 시키지 말고 노래 빨리 부르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근데도 마법사들은 또 질문을 했어요. 마법 세계의 예의는, 할 말이 있는 사람의 말은 끊을 수 없게 되어 있답니다.
“버글리 마법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오?”
“작곡이랑 퍼포먼스 전공하고 있다요. 나 독학으로 거기 들어갔다요.”
사람들은 놀랐어요. 인간계 최고의 마법 학교에 혼자 공부해서 들어갔다니?
“아무리 봐도 멍청해 보이는데, 도리어 천재일 지도 모른다.” 눈을 꿈벅꿈벅하면서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는 케이티에게 사람들은 눈길을 떼지 않고 노래를 경청하게 되었어요.
자기 순서가 시작되자 케이티는 노래에 마법을 섞어서 부르기 시작했어요.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 이를 들은 심사 마법사들은 다들 기절할 뻔했답니다.
“이.. 이건 뭐지?”
“노래에 마법이 들어 있소”
“죽여주는구마이”
“노래 제목에서도 죽이겠다는 말이 나오쟎소.”
“노래는 잘하는데 성격이 이상한 건 아닐까?”
“콧구멍은 왜 벌렁거리는 것이오? 저것도 마법이오?”
이 신비한 여 마법사를 놓고 깜짝놀란 마법사들과 드래곤들 사이에서는 벼라별 얘기들이 다 나왔어요.
경연이 끝났습니다.
마법사들은 줄세우기 오디션인지라 순위를 어떻게 매길 지 한참 고민을 했어요.
“이거 대체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오?”
“그건 그렇고 1등은 대체 누구요? 죄다 1등같구먼”
약 2박3일의 긴 회의 끝에 결국 마법사들은 결정을 내렸어요.
윤하 공주와 마법사 케이티는 공동 1위가 되었고, 나머지 7명도 순위에 상관없이 모두 합격하여 3회전에 진출하게 됩니다.
벌써 다른 나라 공주/왕자들과 친해진 윤하 공주는 같이 껴안고 기쁨을 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케밥 스타에서는 이들 뒤로도 대단한 실력자들이 연이어 출현하고 있었답니다.
바다 건너 멀리 LA공국에서 온 존 추 왕자, Someone like you를 부른 그레이스 공주, 마음대로라는 곡을 들고 나와 또다시 극찬을 들은 지나 공주. 서쪽 바다 보령국이라는 곳에서 온 푸름 공주.
과연 이런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우리의 윤하 공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릴리 머로우
큰 바다 남쪽에는 코알라 공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어요.
이 나라는 땅이 워낙 크고 숲이 우거져서, 사람들이 뜨문뜨문 여기저기 시골에 흩어져서 살고 있었답니다.
13살의 릴리 머로우 공주도 이렇듯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라났어요.
공주는 아기때부터 이 우거진 숲의 노래하는 요정들과 뛰어놀며 시간을 보냈어요. 작은 요정들과 어울리면서 릴리 공주는 너무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했고 노래도 하루 종일 원없이 불러댔답니다.
공주의 어머니가 케밥 스타를 너무 좋아하셔서, 릴리 공주도 지원서를 보내고 이렇게 먼 나라로오게 되었어요.
릴리는 첫 번째, 두번째 무대에서 연속해서 마법사들의 극찬을 받았어요.
“표정과 힘에서 사람 마음을 빼앗아가는 뭔가가 보이는구료.”
“노래 부르면서 나오는 미세한 표정들이 사람을 빠져들게 만들고 있소”
특히 마법사 제와프와 양싸 두 사람은 이때부터 경연대회의 종반에 이르기까지, 릴리 공주에게 한결같이 마음을 내주고 맙니다..
어떤 역사가들은 릴리 머로우 공주를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내놓습니다.
릴리는 타고난 아름다운 목소리와 감수성 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대신에 노래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 단순히 목소리뿐이 아닌 표정과 몸짓과 모든 것에서 노래가 나오고 있는 소녀였다.
마법사들이 경연 대회 후반에서 릴리에게 파격적인 점수를 주고 편파적으로 심사를 했다고 비난하는 당시의 여론은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주장과 같이 마법사들이 흑마술의 최면에 걸려서 그리하였다기보다는, 단지 이 작고 사랑스러운 소녀를 측은하고 대견스럽게 봄으로 인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분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마법사들이 침을 흘리도록 좋아했다고 전해진 이 릴리 공주가,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윤하 공주와 불꽃 튀는 노래 결투를 벌이게 된 장본인이었답니다….
3회전 팀 결성
그 해 겨울은 초입부터 대단한 추위가 시작되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매서운 바람과 꽁꽁 손발을 얼려버릴 듯한 추위에 그만 얼어죽는 동물과 사람도 속출했어요.
2회전이 끝나자, 정말로 많은 인간과 호빗, 난쟁이들이 탈락이 결정되어 집에 돌아가게 되었어요.
이제 남은 사람은 단지 45명뿐. 수없이 많은 참가자들 중 그 바늘귀를 뚫고 나오는 것같은 경쟁을 헤쳐 올라온 이들이었어요.
2회전이 끝난 직후 곧바로 다음 라운드인 3회전의 준비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모두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때부터는 경연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답니다.
일단 3회전에서는 팀별 경합을 벌여 이긴 팀이 4회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어요.. 이 팀을 예비 원정대 또는 임시 원정대로 불렀어요.
이 원정대가 다음 회전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답니다.
4회전에서 각 참가자는 원정대를 재구성하게 되고, 각자 자신들의 미션을 받게 되는데, 그 원정대 단위로 받은 미션을 빨리 해결하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뽑힌 사람들은 각각 세 명의 마법사들이 지도자가 되는 정식 원정대에 속하게 될 예정이구요..
이 정식 원정대의 참가자마다 경연을 펼친 후 열 명이 뽑혀 최후의 미션을 받게 되는데요. (사람들은 이들을 탑 10이라고 불렀답니다.)..
이때부터 받는 미션은 연습이 아닌 실전이 됩니다.
예를 들어 포악한 드래곤의 성 앞에 가서 노래를 불러 드래곤을 감동시켜 선물을 받아오는 것 같은 미션이었죠. 만약 노래가 시원챦고 드래곤의 맘에 안 드는 경우엔 드래곤의 화염에 맞아 위험해질 수도 있는 그런…
정말 말 그대로 실전에 들어가는 것이니, Top 10은 실력이 출중해야 했지요.
일단 45명의 왕자와 공주들은 18개의 팀으로 만들어져서 세 번째 경연에 임하게 되었어요.
여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조는 단연 서쪽 나라의 승완 왕자와, 키 큰 거인족의 동우 왕자가 결성한 “나이 든 소년” 조였어요.
예비 원정대를 결성하는 날, 윤하 공주는 북쪽 일산국에서 온 13살의 다온 공주를 눈여겨 보았어요.
꼬마 때부터 만화 주제가를 많이 불렀던 다온 공주는 아주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자기와 잘 맞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북쪽 나라의 어린 다온 공주. 나와 같이 팀을 만들어보겠니?”
아직 한참 어린 티를 못 벗은 다온 공주는 세 살 위인 윤하 공주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끄덕했어요. 이어 팀 결성 행사에서 윤하 공주는 다온 공주의 어깨에 스티커를 붙여 자연스럽게 예비 원정대가 확정되었어요. 두 사람은 손에 손을 잡고 걸어나왔어요.
“어린 다온 공주는 어인 연고로 볼이 그리도 빨간 것이니?”
“모르옵니다. 우리 사는 동네가 북쪽이라서 찬 바람을 자꾸 맞아 이와 같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사료되오.”
“내가 보기엔 어린 다온 공주의 볼이 참으로 귀엽네”
“남쪽 나라의 윤하 공주. 저 음료수 하나 사먹었으면 하는데 어이 생각하십니까?.”
“마침 잘 되었네. 나도 따뜻한 걸 한 잔 먹고 싶던 참이었네.”
두 공주는 근처 찻집에 들어가서 날씨가 너무 추워서 언 몸을 녹이자며 나란히 핫초코를 시켜서 마셨어요. (미성년자에게는 커피 판매 불가)
“북쪽 나라의 어린 다온 공주. 우리 팀의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꼬?”
두 공주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찻집의 창 바깥을 내다보며 이름을 여러 가지로 궁리해 보았어요.
“깨끗한 소녀들의 목소리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상큼하면서… 너무 노티 나지 않는 게 좋소.”
문득 다온 공주가 말했어요.
“이거 어떻습니까? 우리가 먹고 있는 거.”
“핫초코?”
“네, 공주.”
“날씨가 이렇게 추우니 그것도 괜챦겠구나. …”
“안녕하세요 우리는 모두의 마음을”
“노래로 따뜻하게 해드리고 싶은 핫초코입니다.”
두 공주는 손뼉을 치며 재미있어했어요.
“동작도 좀 넣어야하지 않겠소? 어린 다온 공주”
“저 다니던 유치원에서 했던 거 어때요? 손바닥을 턱에 대고.. 이렇게 후…하면서 불면, “
“후~~~”
“아바마마는 이렇게 하는 거 되게 좋아하셨더랍니다.”
“마법사들 심장이 바닥에 떨어지면 어쩌지?”
“아저씨 힘들다 소리 또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소녀는 허리를 꺾으며 웃었어요.
이렇게 두 공주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동안, 창 바깥에 쌓이는 눈밭 어두운 구석 파란색 빛이 나는 수십 개의 점들이 그쪽을 향해 살벌하게 번쩍이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앙상하게 말라서 뼈가 다 드러난 추하게 생긴 오크 한 마리가 쓰레기통 옆에 숨어서 눈에 불을 뿜으며 으르렁대는 늑대들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요.
이 앙상한 오크는 징그럽고 비열한 웃음을 흘리면서 중얼거렸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라. 저것들이 경연 바로 전날 밤 연습하다 늦게 길을 떠날 것이 분명하니, 그날 밤에 우리는 행동을 개시한다. 저 조그만 소녀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비열하게 생긴 오크는 성공을 확신했는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킥킥거리고 웃었어요.
늑대들의 습격
어느 아주 아주 추운 날 저녁, 경합을 벌일 상대조를 추첨하는 행사가 열렸답니다. 이때 45명의 왕자와 공주들은 각각 공을 뽑아서 상대 팀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추첨 결과 나이 든 소년 조는, 아리따운 혜수 공주와 군포국의 소현 공주가 결성한 “머쉬 멜로우” 조와 경합을 벌이게 되었답니다.
한편 윤하공주와 경합을 벌일 조는 남쪽 땅의 릴리 공주와 같은 고향에서 온 수현 공주, 그리고 치킨을 좋아하는 보령국의 푸름 공주 이렇게 세 명이 결성한 “멍멍이들” 이라는 팀이었답니다.
여러 왕자와 공주들이 시끌벅적하게 한바탕 추첨 행사를 마치고 출정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모든 왕자와 공주, 어린 마법사들은 나 엠씨 현무의 말을 들으시오.”
마이크를 들고 장내를 정리한 것은 엠씨 현무라는 이름의 호빗이었는데 목소리가 아주 컸어요.
“여러 왕자와 공주들은 이제 자기 조와 할 일을 숙지하시고, 아무쪼록 경연날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스텝들에게 바로 바로 전화하시오. 여러분들 중 이미 유명해진 분들도 많으니, 너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진 마시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말하길, 밤길에 오크와 늑대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띈다 하니 될 수 있으면 어두운 밤에는 다니지 마시고, 꼭 여러 명이 같이 다니도록 하시오. 자, 그럼 예비 원정대에게 축복이 있길!!.”
모든 예비 원정대는 이날 이후 열심히 선곡을 하고 곡을 다듬어서 맞춰보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윤하 공주와 다온 공주는 음악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기에 화음도 넣을 줄 모르고… 많이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아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어요.
한편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예비 원정대인, ‘늙은 소년들’ 조의 승완 왕자와 동우 왕자도 같은 장소에서 매일 매일 늦게까지 연습하고 있었답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3회전을 하루 앞둔 날 밤이 되었답니다.
윤하 공주와 다온 공주는 그날 어두워진 뒤에야 연습실을 나섰어요.
승완 , 동우 두 왕자 역시 언제나처럼 늦은 저녁으로 치즈라면, 떡라면, 김밥을 먹었어요.
승완 왕자는 노래하는 목을 매끈매끈하게 만들기 위해 늘 치즈라면을 고집했다는 일화는 야사에만 나오는 “썰”이 아니라 이제는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에요.
두 왕자는 형동생처럼 어느새 많이 친해져서, 식사 후 밖으로 나와서 케밥스타의 협찬 음료수인 TOP 캔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승완 왕자는 요즘도 무에타이 연습을 좀 하는가?”
“요즘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반짝거리는 별들을 쳐다보면서 왕자가 말을 이었어요.
“옛날 한때는 인간계 전체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적도 있는 실력이었습니다만…사실 지금은 싸울 일이 별로 없어서…..”
“나도 격투기라면 자신이 있네만, 아무래도 자네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겠지…..”
때는 12월의 매섭게 찬바람이 부는 밤이었어요. 주위는 불이 꺼지고 인적이 드물어져서 적막했답니다.
승완 왕자가 문득 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했어요. “동우 왕자.”
왕자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어요.
“저쪽에 파란 불빛이 보이십니까?”
“나도 보고 있었다. 승완 왕자. 저건 심상치 않아. 좋지 않구나.”
두 왕자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는 그때 어둠 속에서도 연습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두 명의 소녀가 보였어요. 두 소녀는 서로 손을 흔들더니 한 명은 큰길쪽으로 달려갔고 또 한 명은 작은 소로로 곧장 걸어갔답니다.
승완 왕자는 그 소녀가 누구인지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윤하 공주!”
갑자기 쉿!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파란 불빛들이 열을 맞춰 빠르게 윤하 공주가 간 작은 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뒤이어 짐승들의 타는 듯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게 무슨 일이며, 왜 저것들이 움직이는지, 의아해하고 생각할 여유도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왕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뛰기 시작했어요.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파란 불빛들 주변의 형체와 윤곽이 눈에 들어오고 분간이 되기 시작했어요.
“어둠의 늑대들이다.” “공주! 공주!”
저 멀리서 걸어가는 윤하 공주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못 들은 것인지, 뒤돌아보지도 않고 종종걸음치고 있을 뿐이었어요.
후세의 사가들은 이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때 윤하 공주는 다음날 경연곡을 모니터링하느라 핸드폰에 녹음한 자기들 팀 노래를 이어폰을 꽂고 듣고 있었다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조용한 밤에 승완 왕자가 목이 터져라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을 턱이 없는 거죠.
승완 왕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긴 했지만, 사실은 무에타이의 절정 고수였답니다.
왕자는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나가 선두에서 사납게 달리고 있는 늑대를 덮쳤어요.
승완 왕자가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을 흘리는 늑대의 목을 오른손으로 낚아채고는 왼손 주먹으로 늑대의 옆구리를 강타하자 우두둑하는 소리가 나며 갈비뼈가 부러진 선두의 늑대가 주저앉았어요. 그런데 뒤이어 달리는 어둠의 늑대들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어요. 두 번째 늑대가 순식간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승완 왕자의 목줄기를 덥석 무는 것이었어요.
“안돼” 뒤이어 달려온 거인족인 동우 왕자는 - 다리 길이가 보통 사람들보다 2배도 넘게 길었어요. - 늑대의 복부를 발로 가격하였고 어둠의 늑대는 깨갱거리며 승완 왕자를 풀어주었어요.
윤하 공주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고요.
늑대 두 마리는 제압당했다지만 자그마치 열 마리가 넘는 늑대들이 두 왕자를 겹겹이 에워싸고 날카로운 이빨을 번쩍거리고 있었어요.
이때 늑대떼의 뒤에서, 앙상한 뼈를 드러낸 비열한 얼굴의 오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답니다.
“이게 누군가, 왕자님들, 그대들에게는 볼 일이 없는데.. “
동우 왕자는 목에 부상을 당한 승완 왕자에게 다급하게 말했어요. “승완 왕자. 많이 다쳤나?”
“왕자님. 저는 괜챦소. 제가 이들을 막을 테니 어서 먼저 도망가시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가? 내가 여기서 자네와 윤하 공주를 모두 지키겠네. 자네가 부상당했으니 어서 공주를 따라서 도망쳐.”
뼈가 앙상한 오크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자네들은 케밥 출연자들인가 개콘 출연자들인가. 내 이렇게 웃기는 젊은이들을 못 보았구먼. 자네들이랑 공주 전부 다 오늘밤 죽어.”
승완 왕자가 다친 목으로 꽥 소리를 질렀어요. “너는 흑마술사가 보낸 놈이냐. 무엇 때문에 공주를 노리느냐.”
“아…. 시끄럽구나. 왕자. 우리 아이들의 이빨에는 독이 있어. 목을 물렸으니 그대는 앞으로 노래를 제대로 못할 것이야. 그냥 죽어라.”
참으로 절체 절명의 순간이었어요.
영리한 공주
머쉬 멜로우라는 팀을 만들어서 어느 팀보다도 열심히 연습하던 혜수 공주는, 소현 공주를 먼저 보내고 혼자서 연습실을 나오던 중이었어요.
날이 너무 추운데 혜수 공주는 몸이 약한 편이어서 찬바람을 맞으면 쉽게 감기나 독감에 걸려서고생하는 체질이었어요.
당연히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마음이 급했답니다.
건물의 문을 열고 거의 마지막으로 나온 혜수공주의 눈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멀리서 얼핏 봐도 열 몇마리나 되는 사나운 늑대들이 조그만 여자 한 명에게 기세가 살벌하게 달려드는데
한 명의 남자가 맨몸으로 몸을 날려 주먹을 휘두르며 늑대를 공격했어요. 또 한명의 남자가 가세했지만 숫적으로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고,
늑대들은 남자 둘을 에워싸고 빙빙 돌고 있는데 남자들 중 한 명은 부상을 입은 걸로 보였어요. 게다가 오크도 한 마리 보이는데 그게 지휘관으로 보였어요.
부상당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보아서는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같이 보이는데…. 혜수 공주는 너무나도 무서운 장면에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어요.
그래도 영특하고 똑똑하기로 유명한 공주는, 그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든 침착하려고 노력했답니다. 자기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생각하는데 수십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고 해요. 공주는 스마트폰을 꺼냈어요.
스마트폰에는 여러 종류의 효과음 애플리케이션이 있었는데 그 중에 드래곤의 울음소리를 내는 앱이 있었어요. 머리 회전이 빠르기로 유명한 혜수 공주는 재빨리 핸드폰의 음량을 최대로 켜고 커다란 드래곤의 울음소리를 틀었어요.
“꺄아아아아아악”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려퍼졌어요.
순간 살기가 등등하던 늑대들은 눈빛에 생기를 잃고 순식간에 꼬리를 내려 쩔쩔매기 시작했어요. 지휘하던 오크도 공포에 질려 눈이 동그래져서 주변을 돌아봤어요.
그때까지의 기세등등하던 살벌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겁에 질린 눈빛에 식은땀이 흘러나올 뿐이었답니다.
“이… 이건 레드 드래곤인가? 설마…..”
“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려나왔어요.
늑대들은 동요하고 있었고 뼈가 나오도록 앙상한 오크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럴 수가. 오늘밤 잘못하면 주군께서 주신 부대를 모두 잃겠구나.”
소리가 계속 커지는 것이 마치 커다란 드래곤이 이쪽으로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것같이 느껴졌어요.
오크는 입술을 깨물었어요. 심장이 덜컹거려 발이 떨어지지도 않았답니다.
“도망치는 수밖에…..”
하지만 지휘도 뭣도 필요 없었어요. 어둠의 늑대들은 모두 갑작스럽게 들려온 대형 드래곤의 울음소리에 이미 싸울 의욕을 잃고 사분 오열. 이곳 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실패다. 틀렸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지금…...” 앙상한 오크는 몸을 돌려 드래곤 소리가 들려온 반대쪽 방향으로 뛰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혜수 공주는 손이며 발이며 모두 다 떨렸어요. 자기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용기를 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승완 왕자에게 뛰어갔어요.
“왕자님!!”
동우 왕자가 승완 왕자를 부축하고 있었어요.
“여보게. 승완 왕자. 정신이 드는가. “
“승완 왕자님…” 혜수 공주는 떨려서 말도 제대로 안 나왔지만 침착하려 노력하면서 왕자의 상태를 재빠르게 살펴봤어요.
“다치신 곳은 목뿐인가봐요. 다행히 출혈이 없네요. 왕자님. 숨을 깊이 들이마셔 보세요.” “왕자님? 목에 힘을 주시면 안돼요. 의원을 부를 테니 긴장을 풀고 편안히 누워계세요.”
승완 왕자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난 괜챦소… 윤하 공주는? 공주는 어찌 되었는가요?”
윤하 공주는 뒤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답니다.
후세의 사가들은 이날의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이날 승완 왕자는 “사랑에 빠지고 싶다”의 작곡자 윤일상이 선물해 준 최고급 K2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을 것이다. 이 점퍼는 목 컬러까지 거위털로 빽빽이 차 있어서, 늑대 이빨이 다행히도 왕자의 목 깊숙이까지 박히지 않았고 이때문에 왕자는 중한 부상을 입지 않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이죠 …
또 어떤 음유시인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윤하 공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왕자가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던 사건이 이날 밤 어둠의 늑대 습격 때부터였다고 하고요. 어떤 음유시인들은 위험에 빠진 윤하 공주를 살리기 위해 북쪽 숲의 여왕이 승완 왕자에게 순간적으로 힘을 주고 혜수 공주에게 지혜가 떠오르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와요..
그러나 어떻든 이날 밤 숨길 수 없었던 한 가지 사실은, 승완 왕자가 윤하 공주를 이미 이때부터 목숨을 내던질 만큼 흠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승완 왕자는 이렇게 상처 입은 목을 하고 다음날 3회전 경연에 참가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었지요……
핫초코와 머쉬 멜로우
의원은 승완 왕자의 목은 타박상과 찰과상 뿐인 것으로 진단했어요. 천만다행한 일이었고 승완 왕자는 겉보기에 만큼은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어요.
그러나 속안의 상황은 틀렸지요. 승완 왕자는 자기 노랫 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어요. 리허설을 준비하면서 점점 왕자는 자기 상황이 절망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늑대 이빨에 발라져 있던 독이 비록 소량이었지만 영향을 끼쳐, 고음을 부를 때 자꾸 목이 갈라지게 되는 것이었어요.
동우 왕자가 말했어요. “승완 왕자.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네. 목숨을 부지했으니….. 그런데, 윤하 공주에게 어제 일을 얘기해 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승완 왕자는 고개를 저었어요. “오늘 경연인데다 공주가 앞으로도 머리 아픈 일이 많을 터인데, 모른다면 그냥 계속 모르게 하고 싶소..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같소이다, 왕자…..”
연습한 대로 무난하게 진행되었던 머쉬 멜로우와, 정상이 아닌 목 상태의 승완군이 노래한 늙은 소년들의 경합은 머쉬 멜로우 조의 승리로 끝났어요. 혜수 공주는 승완 왕자의 목 상태가 너무 걱정되어 계속 승완 왕자를 살폈답니다.
한편, 간밤에 일어났던 일을 하나도 모르고 경연에 임한 윤하공주의 핫초코팀은 릴리 머로우의 “강아지들” 팀을 누르고 경연에서 승리. 연속되는 극찬 속에 4회전으로 올라갑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났고 탈이 많았던 회전이었지만, 3회전의 선곡 및 팀 조합, 경연 내용 등을 볼 때 윤하 공주는 이때 이미 자기만의 목소리, 자기가 제일 자신 있는 음색을 잘 알고 있었고 또, 그것을 앞세워 확고하고 색깔 선명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여주었다고 평할 수 있답니다…. .
그리고, 승완 왕자에게는... 앞으로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윤하공듀뎐. Episode 3. 왕자의 사랑. 끝.
첫댓글 케이팝스타 진행과정을 소설로 재미있게 쓰셨네요 ...소설이니 만큼 픽션이 있겠죠?. ..
자꾸 읽으면서 공주들과 왕자들이 많은지라 의상비가 많이 들거라는 상상이...ㅎㅎㅎ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
이상하네요.... 에피소드 1이랑 2보다 에피소드 3에 조회수가 더 많은 이유가 모지...??ㅠㅠ 궁금궁금
흥미진진하네요. ^^
정말 감사해요 ^^ 앞으로 더많은 팬픽소설 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