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을 떠나 체르마트 가는 날
중간 환승역인 슈피츠역 라커에 짐을 잠시 맡기고 마을 구경을 나선다.
슈피츠 성을 보러 내려 가는 길
얕은 보도블럭 턱에 발이 살짝 삐긋, 얼른 피하려다 다시 된통 삐긋하고 말았다.
이미 접질린 곳이라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일며 숨이 턱 막혔다.
주저앉아 정신을 수습하는데 통증으로 한동안 머리속이 하얗다.
그 와중에도 물 마시고 싶다는 한 마디에 주저없이 뛰어가는 강.
얼마큼 시간이 지나자 큰 유리병에 담긴 물을 가지고 온다.
주변에 물 살 곳이 없어 이곳 저곳 헤매다 호텔에서 사왔단다.
우리나라처럼 편의점이 곳곳에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물 사기도 힘들었나 보다.
늘 곁에서 챙겨주는 든든한 남편, 아픔을 비집고 감동이 슬그머니 올라 온다.
한참을 발목을 주물러 준 다음 조심조심 걸어 본다.
슈피츠 성에 먼저 가 있던 일행을 만나 커피 한 잔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다행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평점 좋은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 샐러드 피자를 먹는다.
예상외로 맛이 좋다.
스위스 음식 맛없다는 거 진짜야?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는 튠 호수의 모습은 다양하다.
카누를 타는 사람들, 요트에 한가로이 몸을 맡기는 이들, 스위스 국기를 커다랗게 늘어뜨린 유람선..
참 잘생긴 커다란 나무 한 그루까지 눈길을 끈다.
루체른에서 탔던 꼬마 기차의 좋은 기억으로 다시 꼬마기차를 탄다.
마을이 작아서 인지 한 바퀴를 휙 돌았음에도 볼만한 게 별로 없다.
루체른의 꼬마기차랑은 차원이 한참 다른
비추 항목
슈피츠역에서 차량을 실어 나르는 기차를 만났다.
앞 뒤 끝이 보이질 않는다.
엄청 많은 차들이 기차에 실려 주인을 찾아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차로 몇 대씩 실어 가는데
철길이 발달한 스위스는 기차 이동이 훨씬 용이하겠구나
다시 기차에 올라 비스트에서 체르마트행 기차로 갈아 타고 도착
7년 전의 모습과 확 달라져 있다.
길거리도 건물들도 상점들까지 모두 깔끔하다.
뭔가 무척 세련되어진 느낌
가게들마다 전시해 놓은 물건이나 소품들도 멋스럽고 정성스레 진열되어 있다.
마을 규모도 더 커졌다.
둘러 볼 맛이 난다.
다섯 분의 소규모 연주자들이 세미 클래식 연주를 하고 있다.
몸을 흔들며 흥겹게 박자를 맞추고 큰 박수를 보내 드린다.
체르마트의 가장 큰 볼거리는 마터호른이다.
해 질 무렵, 해 뜰 무렵 마터호른의 황금빛 봉우리를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든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샷을 담기 위해 누르고 또 누르는 사람들
나도 덩달아 신나게 누른다.
찰칵찰칵!!
시시각각 변해가는 마터호른 봉우리의 색깔이 신비스럽다.
첫댓글 "늘 곁에서 챙겨주는 든든한 남편, 아픔을 비집고 감동이 슬그머니 올라 온다."
-> 정다운 부부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아름다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