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도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사용자인 교회 담임목사에게 임금과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유죄를 인정한 판결
2022.02.24
[대상판결 : 춘천지방법원 2021. 12. 24. 선고 2020노1052 판결]
1. 사안의 개요
B씨는 신학교 및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 정규교육을 받은 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A씨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였습니다. B씨는 이 교회에 사역을 지원하면서, 연봉제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A씨에게 제출했으나 서약서에는 구체적인 근로조건, 지급금액 등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B씨는 서약서 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으며, 별도로 교회에서 전도사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도 없었습니다.
다만 B씨는 A 담임목사의 직무지시에 따라 업무를 하였는데, 주로 예배 및 기도회 참석, 교인들의 가정방문활동, 교회 차량 운전, 자료 작성, 신도 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습니다. 또한 B씨는 사례금으로 초기에는 월 110만 원을 받았고, 이후 사례금은 점차 증액되어 근래에는 월 14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B씨가 퇴직하는 과정에서 교회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A 담임목사가 전별금 명목으로 600만 원만을 건네자, B씨가 A 담임목사를 고소하였습니다. B씨는 임금 7686만 원과 퇴직금 1722만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은 A 담임목사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는데, ① 교회의 종교활동은 본질적으로 이윤 창출이 아닌 신앙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종교활동을 담당하는 성직자에게 지급되는 금원을 종교활동이라는 근로의 대가로 보면 종교활동 자체가 금전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어 종교적 신념에 기한 자발성을 본질로 하는 종교활동의 본질을 해하게 되는 점 등을 들어 A 담임목사가 B씨에 지급한 금원을 근로의 대가가 아닌 사례비로 파악하였습니다.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2심은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B의 사용자로서 최소한 최저임금에 따라 산정된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에게는 위 나머지 금액의 미지급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2심이 제시한 근거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교회에는 별도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나, 해당 교회의 「독립지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 규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담임목사인 피고인은 전도사를 비롯한 이 사건 교회 교역자 들의 채용뿐만 아니라 그 면직에 관하여도 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 사건 서약서에도 자질,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채용이 취소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B는 담임목사인 피고인의 직무지시에 따라 교회행정 업무를 처리하였으며, 피고인의 지시로 매주 주간사역보고서를 작성하여 예배, 심방, 당직, 기타 집회, 전화상담 내용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였고 매월 목회계획서도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
B는 이 사건 교회에서 전도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 사건 교회로부터 고정적으로 일정 금원을 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그 명목 내지 명칭과 무관하게 전도사로서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B가 이 사건 교회의 업무를 수행한 시간 및 이 사건 서약서 제4, 11항 기재와 같은 겸직금지 조항 등에 비추어 이러한 급여는 생계수단인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단지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이라 볼 수는 없다.
B가 교회행정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제공된 사무실 및 이에 비치된 비품 등은 모두 이 사건 교회가 제공하였고, 전도사로서 심방 활동을 하거나 기도회에 참석하려는 신도들을 데려오기 위하여 운전한 차량 역시 이 사건 교회가 제공하였다.
피고인은 B에게 지급된 사례금 명목의 금원에 대하여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였고, B를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이 사건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하였다.
B는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근로조건이나 급여의 수준에 관하여 서면을 작성한 바는 없으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ㆍ종교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설령 B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기관인 이 사건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종교활동의 일환으로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여 그에 따른 보호를 받는지 여부는 종교적 교리 기타 종교의 자유에 의하여 그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법원은 기존에도,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본연의 종교활동 이외에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교회와 관련된 각종 업무를 망라하여 수행한 전도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춘천지방법원 2013. 4. 26. 선고 2012구합2090 판결).
이 사건의 경우 전도사가 교회에서 근무를 하면서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한 것은 아니었으나, 관련 규정 및 서약서상 목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되어 있던 점, B씨는 목사의 지시에 따라 각종 행정업무를 수행하였고 일정 금원을 지급받았으며 관련 비품 등도 교회로부터 지급받은 점 등을 들어 실질적인 관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에서는 지휘ㆍ명령 아래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근로 수행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은 것인지를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비록 명시적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