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에 다녀와서
나는 항상 여수 향일암에 다녀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했다.그러는 중 지난 토요일 운동갔다가 저녁을 먹고 들어온 남편이 불쑥 향일암엘 가자고 한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데 가지를 못하고 있어 같이 가 준단다.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간단한 준비를 마치니 9시가 다 되어갔고 그럴즈음 남편이 들어왔다.
다 준비가 되었으면 출발을 하자고, 들뜬 맘으로 5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뱉으며 청주를 출발하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청원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급물살에 합류를 했다.
대진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진주로 해 남해 고속도로로 들어서며 오랜만에 둘이만의 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열 두시가 넘어서야 여수로 접어들었고, 돌산도를 들어서니 거진 한시가 다 되어갔다.
깨끗한 모텔을 찾아 눈은 두리번 두리번, 출장을 보낸 눈은 바로 일을 완수했다며 미소를 띄워 적당한 곳을 찾은 안도감으로 숙소로 들었다.
아이들때문에 둘만의 여행은 꿈도 못 꾸어 보며 살았는데, 이젠 같이 가자고 사정을 해도 도리질을 하는 아이들이기에 둘이만의 여행이 되어 버렸다.
신혼때의 맘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허전함이 밀려 오기도 하는 묘한 기분으로 둘만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장거리 운전에 피곤한 몸으로 축축 처지기도 할터인데 남편도 맘이 조금은 들뜨는 기분이 되었는가 보다. 이런전런 농을 걸며 티브이를 틀어놓고 이리저리 체널을 돌리는 중에 모텔에서 보내주는 성인 방송이 보이니 장난기가 발동을 하여 한참을 웃으며 이런곳엘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들어올때 주인 아주머니가 뒷쪽에 서 있던 나를 멀쭘하게 쳐다본 눈초리 이야기들로 시간을 조금 죽이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원래의 목적인 여행객들의 잠자리가 지금은 남녀의 불장난의 장소로 되어 버린것에 씁쓸한 기분이 되니 입에 쓴맛이 도는 기분이다.
햇님이 얼굴을 디말고 인사를 건네니 돌산도 끝 지점인 향일암으로 출발을 하여 한참을 가다보니 둔전리라는 곳이 나왔는데, 그곳을 막 벗어나려는 지점 오른쪽에 기사식당이 눈에 보였고 출출하던 배가 식당을 끌어 당겨 고무줄이 끌여당기듯이 시장기가 그곳으로 길 안내를 하였다.
큰 기대를 하지않고 그저 아침식사가 되는곳을 찾다 들어선곳, 그 곳에서 뜻밖의 큰 수확을 얻은 기분이다. 이유는 아침이라서 특별식도 필요없던 터에 5.000월짜리 백반 둘~~ 하고 외쳤는데...
조금있으려니 주인아저씨가 가져오는 상을 보고 아니~~ 이것이 오천원자리 상 맞아?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내밀었고 젓가락에 음식을 잡아, 입에 넣는 순간 아줌마의 음식 솜씨에 와~~~
값을 더 쳐주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입안이 꺼끌거리는 아침이건만...돌산도의 특산물인 갓김치에, 생선구이, 돼지고기 두루치기, 해물된장찌게, 기타 이런저런 반찬들....
말 그대로 음식 맛으로도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울랑, 아저씨 밥한그릇 더 주세요 하고는 두그릇을 먹어 그집 음식맛을 확인 시켜 주었다. 배가 부르니 모든것을 다 얻은듯한 기분이 되었고, 그 곳에서 조금을 더 가니 바로 도착지에 이르렀다
향일암 가는 길 양옆은 그곳의 특산물인 돌산 갓김치 상점들이 즐비했고 맛을 보라는 손들이 코 앞까지 다가와 유혹을 했다. 배가 부른 우리는 그 유혹은 넘의 일인듯이 다가와 많은 계단으로 되어있는 향일암가는 길을 한 발 두 발 걸어 올라가며 오랜만에 움직이는 몸에서 놀랬다는 듯이 뿜어내는 땀과 타협을 하기 시작을 했다.
열계단도 안되게 올라가서 조금쉬고, 수건꺼내 땀 닦고, 한동안 운동 안 한 몸은 힘들다 아우성을 쳐 대고 하는사이 돌들의 군락지같은 곳에 앉은 사찰로 들어섰다. 몇년을 걸쳐 가보고 싶었던 그 곳 향일암에 드디어 발을 들여 놓은 것이다. 남해 바다인데도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앞이 탁 트였고, 잔 섬들의 군락이 없어 일순간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찾아 들었다. 그 곳의 돌들은 신기하게도 모두가 거북이 등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도 작은 돌들도 거북이 등의 모양으로 독특함을 충분히 갖추고 방문객들을 맞이 하였으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 들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웅전에서 뒷 쪽으로 원효대사 기도처라는 이정표를 보고 걸음을 옮겼는데 몇 발자국을 놓으면 앞을 바위가 떡하니 가로 막았고 가까이 다가서면 작은 바위 구멍이 있어 길이 되어주길 몇 차례 하고나니 기도처라는 곳이 환하게 다가왔다. 바위로 인한 빛의 차단이 있던곳을 지나 그곳에 다다랐으니 주변의 밝음이 더 크게 다가왔고 앞으로 탁 트인 바다는 더 장관으로 눈앞에 펼쳐 지고있었다.
향일암을 품고있는 금오산을 등산하자고, 그리 높은산이 아니니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계단으로 이루어진 바위산 금오산을 등반하게 되었다.
등산화를 준비해가지 못하여 단화를 신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여 오르다 보니 어느덧 집채만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고 웃고 있었다. 사각 설탕처럼 생긴 바위를 이리저리 쌓아놓은듯이 생긴 곳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커다란 바위의 군락이 나왔다.
무슨 병인지 몰라도 산을 올라도 바위산이 좋고, 집채만한 바위에 올라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맘이 편안해지는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상에 올라 바위에 앉아 저 넓은 망망대해를 바라다 보며 한참을 바위에, 바다에 혼을 빼앗기고 마음을 한없는 떠돌이 여행을 떠나보내며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머물고 있었다. 순간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도 너도 바위도 바다도...
남편이 부르는 소리에 들어온 정신, 이젠 내려 가잔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하며 내려와 등산로 초립에 다다르니 동동주 파는 가게가 나왔다. 시원한 동동주 한 잔으로 떠나는 발걸음을 달래고 금오산과 작별인사를 했다.
아침에 잘 먹어둔 든든한 식사가 점심을 찾지않게 해주어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