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부터 오늘까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겐 숨가쁜 시간들이었다.
교장이라는 자리!
많은 교사들의 인간적 목표이자 희망인 자리에 덜컥 내가 앉다보니 이제 생각이 많아진다.
2월 21일 교장 승진 서열이 발표되던 날, 내 자신의 눈이 의심스러웠다.
승진이라는 설레임과 또 다른 걱정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난 복도 많다...'
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서열이라는 것 참 좋기도 했지만 엄청난 부담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앞에 있다는 것이 표정으로 관리하기 정말 힘들었다.
웃을 수도 없었고, 웃고 있자니 부담스러움도 그만큼 컸다.
교육부장관님의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광주의 첫번째 수여자로, 교육감님의 임용장 수여식에서도 맨처음....
4.19 영령추모비, 국립5.18민주 묘지에서도 자랑같지만 분향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기쁨도 잠시....
임용장 수여식에서 교육감님께서 손을 잡으시며 말씀하신다.
"학교 잘 부탁합니다."
다른 교장선생님들의 임용장 보다도 더 오랫동안 재차 두번씩이나 강조하시면서
"학교 잘 부탁합니다."
라고 하실 때 정말 걱정이 태산같아졌다.
물론 교육감님께서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진 않으셨겠지만 내겐 참으로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기대하시는 것이 크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생애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참 많아졌다.
광주 혁신학교에서 첫 배출된 교장,
대학동기 중 전문직 등을 제외하고 첫 교장,
기타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차마 올리기 민망해서 생략한다.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하게 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순간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잊지 않아야할 것이 자신의 태어난 날일 것이고,
초등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중, 고등, 대학교 입학식은 생각 나지 않고 졸업식,
그리고 처음 발령지였던 광주동운초등학교
교감 처음 승진지 광주풍향초등학교
그리고 교장 처음 승진지 광주지산초등학교....
내겐 광주지산초등학교가 첫사랑인 것이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지산초등학교와 북분교.....
아이들이 참 순박하고 조용하다.
학교 이곳 저곳을 살펴보니 낡고 비좁고 손봐야할 곳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다.
현안 사업들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는데까지 해봐야되지 않겠는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열심히 해 보겠노라'고 다짐하며 광주지산초등학교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교장 발령 이제 1주일째.....
자꾸 머리에 맴도는 말씀이 있다.
"학교 잘 부탁합니다."
"학교 잘 부탁합니다."........
이제 지산 가족들에게 교장으로서 한 말씀드리고 싶다.
"학생들을 위해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