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처리해야 할 문제는 집이다. 한국에서 살다가 결국에는 돌아올 것이기에 지금 거주하는 집을 처분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곳의 장기적인 주택 수급 전망이 계속 집값의 상승을 예고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살림을 약 반 정도는 버리거나 처분을 하고 꼭 필요한 것만을 지하실과 이층의 보너스룸에 집어 넣는 방법이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약 이천불을 받을 수 있는 렌트가 약 천오백불로 낮아질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두대의 차가 있다. 한대는 처분을 하고 한대는 한국으로 가져가면 좋겠다. 그런데 국산차만 면세를 받는다니 나에게는 오히려 한대는 처분하고 한대는 아이들에게 사용을 부탁하고 한국에서 저렴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이 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제는 두가지 라이센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 한다. 회계사 자격증은 이미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이고 부동산 일은 해볼수록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음을 본다. 이제는 금전적인 가치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관계성에 도움이 되는 취미와 일을 찾아야한다.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는 주식거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미국에서 거래시간이 한국에서는 밤 열시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여서 장이 열린 대부분의 시간에 거래를 할 수는 없다. 단지 가장 중요한 시간인 미국시간 오전 9:30-10가 한국에서는 밤 10:30-11시여서 그 시간은 거래를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어디에 살아야할까. 아직은 용인에 어머니가 사시던 아파트가 있어서 그곳에서 시작은 하지만 내 마음은 전라도나 경상도의 해안 쪽으로 마음이 간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를 자주 보는데 산골이나 도시의 음식보다는 바닷가의 음식이 한결 맛있어 보인다. 며칠 전 함께 식사를 한 어느 분의 말로는 군산이 회등의 바닷가 음식으로는 저렴하고 싱싱한 것으로 최고라고 하는데 아내의 고향인 전주에서도 멀지 않고 서울에서도 멀지않은 편이어서 고려의 대상이 되겠다.
앞으로 남은 이년동안을 무엇을 하며 준비를 해야 하나. 첫번째는 당구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국에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단연 어울림의 첫째는 산행이요 그 다음이 당구이다. 적어도 삼백점 정도는 만들어야 누구와도 어울려서 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한국에서 봉사를 위주로 하는 영어교육의 준비이다.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데 필요한 자격증의 하나로 TESOL이라는 것이 있는데 온라인으로도 딸 수가 있어서 좀 더 알아보고 시도해봐도 좋겠다.
세번째는 끊어졌던 친척, 친구, 지인등과의 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역이민식구들도 포함이 된다. 단지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한 관계가 중요하다. 역이민공동체가 중요한 것은 그동안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만나자마자 마음이 편하고 금방 서로 통한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동시대를 살면서 두 문화를 겪으며 비슷한 고생을 했고 같은 사건들을 겪었으며 두 문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일종의 폭과 여유가 있기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고향에 대한 향수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네번째는 내 인생의 한 매듭을 짓는 것이다. 그동안 가져왔던 묵은 오해는 풀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지난 사십 년 가까운 이민생활을 일단은 평가해보아야 한다. 내가 성공했던 것은 무엇이고 실패했던 것은 무엇일까. 궂이 따지자면 나의 실패를 더욱 들여다보아야 한다. 골프를 칠 때도 나의 경향은 처음에는 잘 하다가 중반으로 가면 마음이 해이해지며 관리를 못하는 편이다.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든 아니면 어떤 일이 되었든 처음과 끝이 같은 집중과 관리가 필요하다. 쉽게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버릇을 바로잡아야 한다.
0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