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토요일, 조각들과의 만남을 위해 아침 일찍 기차에 오른다.
광주에서 출발하는 네 여인네들의 즐거운 수다가 퐁퐁퐁 샘 솟는다.
용산역 도착, 수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오가는 곳.
종각으로 가는 지하철 1호선을 찾아 잠시 우왕좌왕.
1호선 입구가 6개나 된다.
그러니 헤맬 수 밖에.
복잡한 서울 교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만남의 1차 목적지 종로족빨.
워낙 빨리 도착해선지 완전체가 되기 위해선 더 기다려야 한다.
잠시 난 짬, 바로 옆 청계천 걷기로~
예전에 다녀온 청계천과 달라진 점.
<책읽는 맑은 냇가>
노천 책방이 생겼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청계천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들도 놓여 있다.
멋스런 등잔도 보인다.
저녁엔 불을 밝혀 주려나.
한 권 들고 책 속에 푹 빠져들어도 좋겠구나.
지금은 친구들과 두런두런 정다운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만족.
친구가 운영하는 종로족빨에서 완전체 11명의 만남.
그새 더 예뻐진 친구들.
나이가 들어 감에도 더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이는 건 심리적 사랑스러움일까.
종로족빨의 보쌈과 족발.
맛이 환상이다.
늘 맛있었지만 오늘은 유독 족발에서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마늘소스를 올린 보쌈은 느끼함을 잡아주며 한없이 흡입하게 만든다.
친구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요리가 맛을 배가시키고 있는 거겠지.
뮤지컬 빨래를 보기 위해 대학로로 향한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여전히 젊음의 열기가 후끈거린다.
소극장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미리 예매한 친구의 부지런함에 매표 걱정은 없었으나 50세 이상 시니어 할인은 신분증이 있어야 한단다.
어쩌지 없는데...
11명 중 2명 신분증이 없다.
손해 본 금액 22,000원
에이 아깝다.
뮤지컬 <빨래>
6000회를 훌쩍 넘겨 롱~런하고 있고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단다.
꿈을 안고 찾아 온 서울.
하지만 수년 째 서울살이를 하면서 꿈은 커녕 삶을 꾸려 가기에도 버거운 젊은 청춘과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다.
8명의 배우들이 주인공을 제외하고 1인 다역을 해가며 이야기를 엮어 낸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여기저기 뛰어 다니면서 연기를 하는 그들.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 충분 조건이다.
각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한 걸까.
손 짓, 발 짓, 말투 하나에도 등장인물들의 디테일한 성격들이 세심하게 묻어 나온다.
뮤지컬에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재미와 감동이 충분히 담겨 있다.
눈물겹고 애잔한 내용임에도 쉼없이 잔잔한 미소와 호쾌한 웃음이 흘러 나온다.
옥탑방의 <빨래>를 매개로 연인이 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관계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제목이 <빨래> 인가 보다.
나중에 찾아 보니 여러 명의 배우들이 번갈아 가며 뮤지컬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배우들이 출연할 때 다시 한 번 봐도 좋을 듯하다.
저녁식사를 위해 전경련회관 스카이라운지로 향한다.
50층에 위치한 <세상의 모든 아침> 레스토랑에서 서울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와인도 곁들여 가며 럭셔리한 저녁식사.
TV에서 자주 보던 야경을 눈에 가득 담고 사진도 찍어가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시간.
늦은 저녁 집으로 가는 길.
친구들과의 훈훈했던 시간들과 따뜻한 마음을 가득 안고 간다.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하게 채워진 하루였다.
이런 서울 나들이라면 자주 와도 좋겠는 걸.
이쁘고 사랑스런 친구들, 모두 수고들 했다~^^
조각들의 만남,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늘 행복한 순간들이다.
첫댓글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의 작품을 읽지도 않고 또 앞으로 읽을 마음도 없지만
느낌으로는 환플기행의 카페글이 내게 훨씬 더 공감을 일으키는 노벨문학상 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카페가 참 좋아요.
오늘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어요. 독감 예방주사 맞았겠죠.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가 봐요.
전 편독이 심한 편이에요. 소설쪽으로~
다니님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글 올릴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