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9 - [ 건축공사는 복마전이다 ]
[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 낸다'는데 아직은 기세등등한 여름더위가 좀처럼 밀려나질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가을은 올 것이고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안에 이 무더운 태양빛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찾아 오겠지요. 또 그렇게 세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
이제 시공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 들었습니다. 사실 건설공사는 우리나라 경제노동력의 40%를 차지하는 엄청난 시장이기 때문에 주변에 길가다 발에 채이는 사람이 건설로 먹고 사는 사람일 정도로 보편화, 일상화 되어있지요. 그래서 이 분야가 아주 전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별 어려움 없이 접근하고 누구나 한마디씩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개인이 건물을 지을라 치면 여기저기 걸리는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분도 많이 있고, 골치아프게 이런 저런 것 다 팽개치고 아예 지어진 건물을 구입하는 분도 많이 있습니다.
건물 짓겠다고 시공자들을 수배해보신 분은 아실겁니다만,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오는지... 아마 수십군데서 개떼처럼 달려들 것입니다. 그리고 하는 말들은 마치 입을 맞춘듯 다 똑같습니다.
"이런 공사는 간단하기 때문에 돈얼마 들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견적받으면 비싸게 나옵니다."
"누구누구하고 불알친구인데 내가 돈 남겨서 무슨 욕을 먹을라고요. 원가에 해드리지요."
"싸게 견적 넣은시공자들 조심하세요. 이것저것 핑계대서 나중에 다 챙겨갑니다."
"이거 평당200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이 이상 달라고 하면 사기꾼입니다."
"설계 어디서 했어요? 설계비는요? 저런 진작 알았으면.... 제가 아는 설계사무소에서 설계하면 그보다 절반정도면 다 하는데 괜한 돈 낭비하셨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건데....." 참으로 구구절절 합니다.
자 이 대목에서 귀를 막으세요. 절대 어떤 말에도 현혹되지 마시고요! 그들은 지금 건축주가 펼쳐놓은 생선좌판 앞에 몰려든 고양이들입니다. 그 생선을 먹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지요. 명심하세요 !
한가지 더! 꼭 머릿속에 넣고 절대 잊지말아야 할 것!
"100원짜리 건물은 100원에 지으셔야 한다는 겁니다. 100원짜리 건물을 80원에 지으려고 생각하신다면 이미 당신은 시공자와 같이 사기꾼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건축을 복마전이라고 표현합니다."
견적 받으시는 방법입니다.
첫째 앞장에서 말씀드린, 공내역서와 설계도면을 시공자들에게 제시합니다. 공내역서에 금액을 채워서 견적해달라고 하세요. 기간은 대략 3~4일이면 됩니다. 도면을 보고 특이사항 있으면 따로 금액을 표시해달라고 하고 공내역서의 형태를 절대 바꾸지 말라고 하세요.
둘째 공사비 지불조건을 사전에 제시합니다. 계약금 얼마, 중도금 얼마, 완공시 얼마하는 조건을 필히 말씀 하셔야 합니다. 외상으로 하더라도 외상 조건을 반드시 설명하셔야 합니다.
셋째 시공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셔야 합니다. 포항시장이 엄청 좁습니다. 서로 술집가면 다 만나고 알게되지요. 담합의 가능성이 정말 높거든요. 가급적 시공자들 서로 모르게 해야합니다. 서로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못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심정으로 견적금액을 높게 책정하는게 인간의 보상심리입니다.
시공자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첫째 금액입니다. 설계자가 준 '실행내역서'금액을 기준으로해서 시공자들이 제출한 내역서를 꼼꼼히 들여다 보세요. 서로 비교하면서... 그러면 공사에 대해 전혀 몰라도 금액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A회사에서 화강석 금액이 3만원인데 B사에서는 5만원인 경우도 있습니다. 전체금액은 B사가 싼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식으로 단위금액이 큰 것들을 몇가지 정리해보면 적정금액을 알 수 있는데요, 바로 이 금액이 건물을 짓는데 꼭 들어가야 하는 금액이 됩니다. 즉 내가 짓는 건물의 최적 공사비인거지요.
둘째 건설업 면허를 가진 사람하고 계약하세요. 통상 150평미만은 면허 없이 아무나 지을 수 있습니다. 면허를 요구하면 면허를 돈주고 빌려와서 제출합니다. 시공자 이름이나 명함하고 건설회사하고 다른 경우, 무조건 빌려온 면허라고 보시면 됩니다. 면허가 없다고 공사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들이 공사완료 후 책임을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면허를 빌려 준 시공회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건설업면허를 가진 시공회사를 선정하세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셋째 인연때문에 계약하진 마세요. 이 부분이 참으로 어려운데 다른데서 견적을 다 받았어도 인연때문에 계약안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전 무조건 반대인데,(이유는 제글 Chapter3-우리가 남이가?에 써 놓았습니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술한잔 하면서 부탁하실 생각일랑 아예 접어두고 철저하게 사무적으로 진행하세요. 다음에 말씀드리는 계약조건만 충족하면 인연으로 계약하는 것도 가능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참고하세요 내돈 주고 내가 짓는겁니다.
계약 하는 방법입니다.
첫째 시공계약서를 아주 꼼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표준계약서는 크게 신경 쓰실 필요 없지만 원하는 요구조건을 필히 별도약관에 적으셔야 합니다. 미리 생각해 두셨다가 반드시 시공자에게 확인 시키고 계약서에 첨부하세요. 공사기간, 재료의 선정, 설계의 변경, 도면외의 특기사항 등..... 건축주의 공부가 적을수록 약관의 길이가 짧아지지요. 나중에 분쟁의 해결은 멱살잡고 욕하면서 하는게 아니라 계약서로 합니다.
둘째 증권을 챙기는 것입니다. 통상 공사시작하면 재료를 산다는 명분으로 선급금을 요구합니다. 당연히 줘야 하는 것이지요. 공사비의 20-30%정도 인데 일종의 계약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간혹 이 돈을 받고 튀는 시공자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증증권회사의 '선급금지불증권'을 받아 놓으세요. '필요 없다.' 하고 '날 그렇게 못 믿는거냐?'고 화 내는 시공자도 있을 겁니다. 그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증권을 발행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작을 안 하시면 됩니다. 사람을 못 믿는게 아니라 돈을 몯 믿는 것이지요. '공사이행보증증권'도 받아두시고 공사 마칠 때엔 '하자이행보증증권'도 꼭 받아 놓으셔야합니다. 사실 건물 짓는 전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 한가지를 꼽으라면 전 무조건 '하자이행보증증권'입니다. 통상 공사비의 3~5%를 기준으로 하는데 전 최소 7~8%로 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증권발행금액이 조금 많이 들어 시공사에서 꺼리겠지요. 그래도 박박 우겨서라도 필히 금액을 높여두세요.
셋째 모든 대화는 녹취 또는 문서화하세요. 술자리서 한 이야기든 심각하게 토론하는 것이든 조금 야박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메모지든 어디든 글자로 기록하시고 시공자의 서명을 받아 두세요. 정말 요긴하게 쓰입니다.
자 이렇게 하는 건 그렇다쳐도 도대체 어디서 공사비가 절감되냐고요? 믿기지 않겠지만 공내역서에 견적 받으시는 순간에 이미 절감이 되어 있습니다. 모르시는 것 뿐입니다. 그러면 설계할 때 더 준 설계비며 내역서작성 비용등을 어디서 절감하냐고요? 바로 공사계약 할 때 깍는 겁니다. 공사비의 5~10% 이렇게 깍는게 아니라 설계시 추가된 비용을 깍는 겁니다. 물론 시공자에게 말하고 깍는 건 아니지요. 위에서 말씀 드린 적정 공사 금액을 결정하고 시공자하고 약간의 흥정을 하실 때 이 금액을 깍으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렇게 지어진 사례가 있냐고요? 있습니다. 죽도동 귀빈예식장 옆 지금은 연세드림치과가 있는 건물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북부교회 여장로님 건물입니다. 지금은 연세가 80세 넘으셨겠네요. 그 분께서 60대후반에 지으신 건물입니다.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인지라, 지금까지 제가 설명해드린 방법대로 한가지도 빼먹지 않고 그대로 지으셨습니다. 건물 짓는 동안 아무런 걱정도 안하시고 시공자하고 단 한번도 다툰적도 없고 아주 깔끔하게 공사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준공예배 때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입니다. "장로님 정말 대단하세요. 그 연세에 건축을 어떻게 알고 이런 건물을 지으셨어요?" "건물 짓는게 어려울게 뭐있노. 난 별로 한것도 없어. 현장에 왔다 갔다 구경만 했지, 좋은 설계자, 좋은 시공자 만나서 아주 쉽게 지었어..." 오래돼서 공사비는 정확한 기억이 안 나는데 나중에 장로님께서 밥한끼 사주시면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이실장 덕분에 한 1억정도 싸게지었어." 절감된 금액을 제가 말씀드린게 아니라 준공 후, 여기저기 알아보시고 절감된걸 아셨다고 했지요. 그리고 나서 저에게 그분이 설계비로 천만원을 더 주셨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그와 같은 또다른 사례로 운동장 앞 청솔밭웨딩홀 설계 때도, 장성동 갤러리웨딩홀 설계 때도, 그랬지요.
첫댓글 유용한글 잘읽었습니다. 건축하려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차근히 준비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한번 짓게되면 몇십년을 사용하는데..준비는 단시간에 하는거 같애요.
한번지으면 백년을 가는 유럽의 건물.. 멋진 건물 이사님 부탁해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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