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본연경(菩薩本緣經)★
중권▷5. 월광왕품(月光王品)◁
성내고 노함이 마음에 있으면 법의 옳음을 보지 못하나니 인욕행을 닦는 사람은 성내는 것을 제거하느니라. 성냄은 마음을 더럽혀서 형모가 단정하지 않나니, 마치 운무가 청정한 달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라.
출가한 사람은 마땅히 성내지 않나니 성내는 자는 단정하지 못함이 마치 술을 마시면 목구멍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것과 같으니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제 말하는 바는 비록 미묘하고 선한 것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거친 광기가 있으니 어떻게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다만 내게 머리나 보시하고, 다시 더 말을 말라. 내가 이제 그대의 말하는 바를 들으매 비록 선한 것이지만 듣고 나면 배나 더 성이 나니 마치 기름을 맹렬한 불에다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때 왕이 대답하였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일찍이 남에게 악한 일을 권하지 않았노라. 이제 이 몸뚱이를 그대 마음대로 스스로 찍으라.
이 몸뚱이는 실로 추악한 것이어서 똥 구덩이와 같은 것이니 진실로 애석할 것이 없다마는 다만 그대가 지옥에 떨어질 것을 가엾게 여기노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지옥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
그 때 대왕이 곧 딱한 생각을 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이하도다, 중생이여. 애달픈 일이로다, 이 세간이여. 이에 한 사람도 선한 법을 닦아서 자기의 이익으로 삼으려는 자가 없구나. 내가 비록 갖가지로 이 사람에게 권하고 타이르지만 그 본 마음은 오히려 악을 행하기를 즐기니, 마치 파리가 꿀그릇 속에 있는 것을 누가 빼내어 주어도 그 마음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고 집착하니 즐기어 집착하기 때문에 필경에는 목숨을 잃는 것처럼, 이 바라문도 역시 이와 같구나.”
그 때 바라문이 한 예리한 칼을 사슴 가죽으로 싼 것에서 곧 꺼내어, 왕의 머리카락을 잡아서 나무 위에 매고는 성난 마음으로 왕의 머리를 베려고 하였으나 칼질이 잘못 되어서 미치지 못하고 나뭇가지만 끊어졌다.
바라문이 그리고는 이젠 완전히 잘라 버렸다고 기뻐하였다.
이것은 이 보살과 모든 천신들의 위덕 때문에 그에게는 왕의 몸에서 머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 나무의 신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디에 예리한 칼을 지니고 사람의 목숨을 살해하는 바라문이 있단 말이냐. 네 손이 어찌하여 땅에 떨어지지 않고, 이 땅이 어찌하여 갈라져서 네 몸뚱이를 빠져들게 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이 청정한 사람에게 그런 악한 마음을 내느냐. 그러고도 네 몸뚱이가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은 것은 이 보살이 너를 옹호한 때문이니라.”
그 때 바라문이 진실로 보살의 머리를 베었다고 하면서 원한심이 풀려서 곧 돌아갔고 왕도 역시 궁전으로 돌아오니 몸이 안전하여 조금도 상한 데가 없었다.
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행할 때, 능히 이렇게 하여 버리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