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함박눈이 내리는 백덕산 산행의 추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산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문막읍에 입산가능여부를 알아보고 연이은 송연회의 깊은 휴유증을 안고 산행을 나섰다.
일주일째 계속되는 한파에 동지를 앞둔 한겨울의 7시는 어둠이 채가시지 않은 꼭두새벽이다.
두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근교에 위치한 원주시 문막읍의 명봉산
봉황을 닮은 아름다운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이라 해서 붙여진 鳴鳳山
산행들머리 건등3리 메나골
고려태조 왕건이 성을 쌓고 궁촌리의 견훤과 싸워 대승을 거둔 뒤 왕건이 올랐다 해서 건등산이 되고 지명도 건등면이던것이 1937년 문막면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1945년 축조된 건등저수지는 살얼음이 얼어 있고 이지역의 몇 안되는 낚시터며 건등리의 농업용수이다.
메나동의 ‘메나’는 산에서 나오는 곳이므로 메나골이라 하였다는 유래와 메나는 목화의 영서지방 방언으로 목화농사를 짓던 골짜기라는 유래가 있으며 지금도 농촌특성화마을로 지정되어 목화를 곳곳에서 재배하여 9월말에는 목화체험학습장을 열기도 한단다.
건등저수지를 지나 우측 울타리안에 있는 느티나무는 당목으로 사용되었으며 수령 300년된 군목으로 지정된 보호수인데 사유지처럼 철제 휀스를 쳐 놓아서 당목으로도 여름철의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로도 이용되지 못하는 듯한것이 땅소유주의 심술로 보인다.
흑염소요리로 유명하다던 명봉원을 지나자 마자 갑자기 깊은 골짜기로 변했다. 계곡물은 꽁꽁 얼어 붙어 있고 푹신하게 쌓인 낙엽를 밟는 느낌이 편안하다. 20분정도 올라가니 좌측으로 ‘신배나무골’ 표지판이 보이고 5분정도 후엔 달밝골 삼거리다 이후엔 인공적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걸 보면 절터길임이 분명하다.
절터가 어디인가 둘레둘레 보아도 돌무더기가 쌓인 곳은 급경사지고 절터를 확인하지 못하고 커다란 무덤이 있는 지능선에 올랐다.
낙엽밑 땅은 얼어서 부풀어 올라 무심코 오르다보면 미끄러지기 십상인 급경사를 올라 널찍한 헬기장을 지나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에 599m 명봉산이 선명하다. 북쪽으로는 문막읍의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섬강의 물줄기가 뚜렷하다.
동쪽으로 보임직한 치악산은 안보이고 발아래 조성된 골프장이 썩 어울리지는 않았다.
용인휴게소에서 만난 ‘윤도현님’이 준비한 불고기에 배추쌈이 특별하다.
수원의 산악회 소속인데 매번 용인휴게소에서 합류하는데 버스를 만나지 못하고 박광우부회장을 만나 우리와 합류한 분인데 예사 산꾼이 아니다. 덕분에 쓰러지는 이슬이가 주체할 수 없었지만 아주 특별한 만남이었다.
정상표지석이 있는 이곳은 실제 정상은 아니지만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있고 산행중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이라서 정상으로 삼은 것이 분명하다.
능선을 잠시 내려섯다 올라가니 북쪽으로 갈라진 삼거리다. 동쪽으로 5분거리에 있는 정상은 숲에 가려서 조망이 없고 평범한 언덕처럼 보이는 것이 표지석을 뺏긴 이유가 충분하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서 아름드리 적송이 즐비한 지능선을 내려오며 이산이 높고 깊지는 않아도 이지역의 근교산행지로 좋은 곳임을 말해준다.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급경사지에 매어놓은 고정로프를 내려서니 하산지점의 표지판이 고맙다. 떡갈나무 잎이 수북히 쌓인 푹신푹신한 등산로가 기분이 좋다. 눈이 쌓이면 엉덩이 썰매타기 딱 좋은 하산로다.
이윽고 신배나무골 입구에 내려서 한숨돌이고 있는데 한무리의 일행이 시끌시끌 내려오고 있는걸 보면 달밝골로 하산했는가 보다.
저수지 위에서 라면을 끊여 먹고 생각해보니, 명봉원의 흑염소요리도 휴업이라서 서운하기도 하지만 간혹 힘들어 하는 회원이 “딱 내스타일이야 힘들지도 않고” 하며 흡족해 하는걸 보면 오늘 산행은 성공이다.
돌아오는 도로도 편안하여 한숨 자고나니 기흥 휴게소다. 해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너무 일찍 돌아왔다고 푸념하는 회원들을 보내고 몇몇이 허름하지만 인정 넘치는 두부집에 뭉쳐서 즐겁게 올해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년말에 건강 잘 챙기시고 경인년 새해에도 산행에서 쭉 뵙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소설가 박범신이 잃어보고 울고가겠어요..올한해 산행중 제체질에 아주딱이었습니다...감사..
수고하셨습니다~~
대장님의 글은 어쩜 이러케 감칠맛이 나죠?...........수고 많으셨어여^^*
명봉산에서 봉황울음소리는 듣고 오셨나요?
새소리는 간데없고 낙엽밟는 소리가 괜찮았어여 덤으로 얼음속에 흐르는 계곡물소리도 청량했구요
그류?
수고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