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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기행 / 신화에 파묻힌 늙은 나라
그리스는 늙은 나라입니다. 사람이 늙으면 옛말을 즐기듯이 그리스도 온통 옛이야기에 파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는 구경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나라입니다.
다른 곳의 교회와 사원은 기도를 하는 곳이지만 그리스의 신전은 신들의 거처였습니다. 신들이 살았던 곳이어서인지 그리스에는 파란 색과 하얀 색밖에 없습니다. 에게 해(海)의 짙푸른 물결을 넋 놓고 한참 보고 있노라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물결이 일며 신들의 사랑과 미움 놀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신화 속 신 들의 감정은 인간보다 훨씬 골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눈부신 태양 아래 빛나는 흰 대리석의 신전들. 그 주인이었던 신들의 이야기는 도처에 산재한 유적에 프레스코(Fresco)로 남아있습니다. 선술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다보면 술과 포도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만날 것만 같고, 검은 눈과 검은 머리 하얀 원피스의 깜찍한 소녀를 보면 끔찍하게도 제우스의 머리를 뚫고 나온 처녀 신 아테나가 떠오릅니다.
"포세이돈은 어디에서 바다를 지켜볼까요?"
"해변에 제 집이 있지만 글쎄… 높은 산에서 보지 않을까요?"
"구름 위에서 보고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런데 가만.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렇군. 그렇다면 아폴로가 근처에 있다는 거네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동화라고 한다면, 그리스의 신화는 어른들의 그것입니다. 동양의 신은 인간세상을 왕래하며 권선징악을 내리지만 그리스의 신들은 인간보다 더 모질고 잔인하게 저희들끼리 질투하고 싸우는 것으로 교훈을 남겼습니다. 뺏고 차지한 모양이 난폭하고 탐욕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변덕 심한 것까지를 더하면 신들의 행실이라기보다 잡신(鬼神)들의 이야기 같습니다. 지상의 인간이 한결 도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이 문명적으로 앞서는 바람에 동양은 귀신들까지 보이지 않는 손해를 입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신(神)이 되었는데 동양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양의 신들보다 한결 점잖고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귀신(鬼神) 대접 밖에 못 받고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서양의 엑소시스트(Exorcist)는 훌륭한 성직자로 대접하는 반면 우리의 무당은 미개한 원시종교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이야기가 다듬어지고 의인화(擬人化)되어 오늘날에 와서는 신화(神話)로서의 품위를 갖추게 되었지만, 그리스신화도 그 원형은 토템 숭배를 포함한 소박한 애니미즘(animism)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지방적 신인 헤로스, 힘의 영 다이몬, 동식물 모습을 한 아르테미스, 포세이돈, 헤르메스 등의 숭배로 이어집니다. 원형적인 이야기는 삼국유사(三國遺史)에 흔한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의 도깨비들은 지(知)와 정(情)과 의(意)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서양의 신(?)들은 권위적이면서 하나같이 애욕(愛慾)의 화신들이란 점이다.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습니다. 특히 음탕함에 있어서는 인간세계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신화에 흥미가 없던 사람도 그리스 땅을 밟고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의 신"과 친구가 됩니다. 성욕(性慾)으로 대변되는 음기(淫氣)는 누구에게나 있고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나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법이니까.
그리스 인에게 신화(神話)는 특별할 것 없는 소설…
신화 Mythology의 어원인 Mythos는 그리스어로 '이야기'란 뜻입니다. 그 내용에 어처구니없는 게 너무 많아 신화가 되었다는 것이 그리스 학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런 가운데 인간 세상에 있음직한 스토리는 다 들어있습니다.
천지창조에서부터, 영웅들의 무용, 신들의 나라 세우기, 갖가지 풍속의 유래, 각 지방의 설화 민담… 그리스신화는 유럽인들의 정신세계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나 를 확연히 짐작하게 하는 엄청난 크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딧세이에 신화의 주인 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 뒤에 나온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천지창조와 신들의 계보가 있는 사실을 들어 BC 8세기쯤에서 뼈대가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BC 6세기 이후 그 내용이 서정시를 통해 아름답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고 보는 게 통설입니다.
그리스문화 전성기에는 3대 비극 시인과 철학자들이 신화를 새롭게 해석하며 철학성 도덕성을 가미하는 작업을 광범위하게 벌였습니다. 알렉산더가 대제국을 건설한 뒤 헬레니즘 시대가 되자, 각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나 매우 어지럽게 퍼져있던 설화 민담들이 보태져 신화의 세계는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이어 로마가 유럽의 중심이 되자 그리스신화는 로마에 그대로 옮겨졌습니다. 로마에도 토착 신들이 있었으나 그리스의 신들처럼 오랜 세월 갈고 다듬어진 의인화된 인격신은 아니었습니다. 문화적으로 후진국이었던 로마의 신들이 그리스의 신들에게 흡수 통합되어버린 것은 BC 3세기 후반부터였습니다. 그러나 감쪽같이 같아질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대체로 비슷해졌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신비적이고 원시적인 힘을 상징합니다만, 로마의 비너스와 큐피트는 연애적이랄까, 유희적 분위기가 강합니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로마 신화 쪽이 더 목가적이고 달콤하며 아름다운 로맨스가 많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신화와 헬레니즘을 낳은 고대 그리스 문명도 문명은 망했고, 로마제국도 사라졌습니다. 신화도 함께 묻혔습니다.
지금의 그리스는 1830년에 새로 태어났습니다. 새로 태어난 그리스는 제일 먼저 묻혀버린 신화를 발굴해서 끊어졌던 역사의 맥을 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화는 더 다듬어지고 주인의 자리 역시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그리스의 신화는 유럽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자 정신적지주가 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서는 유럽문화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예술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선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식이 되었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보게 되는 수많은 건물 조각 그림 등의 예술에서 기독교적이 아닌 것은 대개 그리스신화에서 그 소재를 얻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여행은 일반적 관광이 아닌, 유럽문화의 바탕을 본다는 차원에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며, 신화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로서도 매우 뜻 깊은 시간입니다.
헬레니즘과 그리스정교
헬레니즘(Hellenism)과 그리스정교 이야기도 있습니다. 헬레니즘 역시 헤브라이즘과 더불어 유럽의 정신을 받치고 있는 두 기둥 중 하나입니다. 넓은 뜻으로는 그리스정신 일반을, 좁은 뜻으로는 기원전의 그리스 고유문화가 오리엔트문화와 융합하여 이루어진 정치 예술 사상 등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가리키는 말입니다.
헬레니즘의 공간적 범위는 BC 323년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죽음부터 프롤레마이오스왕국의 멸망과 로마의 이집트 합병에 이르는 약 3백 년 동안이며, 지역 범위는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계를 중심으로 인더스 유역, 박트리아, 메소포타미아, 소아시아, 이집트까지 포함합니다.
초기 헬레니즘은 개인주의이면서 보편주의적 성향이었지만 나중에는 세계 시민주의(cosmopolitanism) 사상을 탄생시키면서 그리스문화를 세계화하여 보급시키는 결과를 남겼는데, 특히 자연과학의 발달, 사실적인 미술, 윤리학 발전 등 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고대교회는 로마시대에 생겨났습니다. 로마는 당초 그리스도교에 박해를 가해 순교자가 속출하였으나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간신히 공인되었습니다. 그들은 탄압을 받을수록 더욱 굳게 단결했으므로 그리스도교를 차라리 공인해주는 쪽이 사회질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고대교회는 당시에는 전 교구를 5개 구역으로 나누었었습니다.
예루살렘,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안디옥),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그리고 로마였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교회가 로마교황을 수장으로 했으나 지나친 국가주의 민족주의 등의 원인으로 교리의 차이가 생기자 로마교회가 먼저 11세기에 분리되어 로마가톨릭교회로서 발족합니다. 이에 동로마(비잔틴)제국 내의 여러 교회는 그리스정교회로서 발족하니 서방은 가톨릭교회, 동방은 정교회(東方正敎會)가 되어 대립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고, 13세기 초 일단의 십자군 병사들이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면서 양 교회의 대립은 한층 심화되었었습니다.
15세기 중엽 비잔틴제국이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합니다. 이후 콘스탄티노플 총주교하의 동방정교회는 터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됩니다. 비잔틴제국이 터키의 지배하에 있는 동안 정교회는 러시아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정교회는 글자 그대로 고대교회의 계속이며 원시그리스도교의 정신에 충실하자는 교회입니다. 정교는 가톨릭교에 비해서 의(義)보다는 사랑, 십자가보다는 부활, 죄 보다는 구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톨릭 신학이 사변적(思辨的), 체계적이고 신에 대해서 지적(知的)으로 배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교에서는 신앙체험을 중히 여깁니다. 그리스도교 문화 속에 살면서 체험적으로 신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스를 여행하다보면 조용한 새벽에 기도하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그리스 정교의 독특함입니다. 논문을 쓰는 신학보다, 정적 속에서 주기도문을 외우며 하나님을 명상하는 수도법이 비잔틴 신학의 특징인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나라. 그리스
이제 그리스를 여행합시다. 그리스는 남한보다 조금 큰 나라이다. 북한에서 황해도를 떼어오고 강원도를 전부 찾아오면 그 크기가 같을 것입니다. 인구는 천만을 조금 넘는 정도며 경제는 불안하고 유럽에선 가난한 나라에 속합니다.
발칸반도 중앙에서 벋어 내려온 디나르알프스 산지가 나라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국토의 70%가 거친 산악지대입니다. 최고봉은 올림포스 산으로 해발 2,917m입니다. 북쪽으로는 유고,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 동유럽 3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동쪽으로는 터키와 인접해 있습니다.
서쪽은 이오니아海에 면하고, 동쪽은 에게海에 둘러싸여 있는데 에게해에는 수천 개의 섬이 고기잡이배처럼 떠 있습니다.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이면서 의외로 4계절은 뚜렷한 편인데, 여름은 건조한 특성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가 계속됩니다. 더위가 심할 때는 30도C 이상도 올라가지만 지열이 없는 토양이어서 작은 그늘만 만나도 시원합니다. 대신 햇빛이 매우 강렬함으로 선글라스는 필히 준비해야 합니다. 겨울철이 우기를 겸하는데, 해안지방은 방한복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온화하지만 내륙지방은 몹시 춥습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로마와 함께 유럽문화의 기둥을 세운 그리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합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문화를 그리스의 수출품 정도로 여깁니다. 수백 년 동안 로마, 비잔틴, 터키 등의 지배를 받아 줄곧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난 신세였으나 자기 나라 말과 문자를 지킴으로서 오늘날의 자부심을 되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도 책은 읽지 않습니다. 광적으로 토론을 즐길 뿐입니다.
신화나 헬레니즘, 동방정교회가 그리스의 전부는 아닙니다. 서양철학의 뿌리를 이루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사상이 서민들의 서가에 꽂혀있고 그리스 문학이 만들어낸 명극은 전국 주요도시 어디선가 매일같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국교는 물론 정교(正敎)로 의식이나 상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으면 그 자리에 사당을 만들 정도입니다. 여행하다보면 길 가에 촛불을 켜놓은 사당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때문입니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빛이라 노래하며 연모했듯, 그리스는 영국의 시성 바이런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나라 그리스의 빛바랜 영광을 위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리스가 택한 정식 국명(國名)은 헬라 여신의 자손이라 하여 헬레니공화국(Elliniki Dimokratia)입니다. 고대 그리스어 헬라스(Ελλάς)가 현대 그리스어로는 엘라쓰(Ελλάς)나 엘라다(Ελλάδα)가 되고, 라틴어로는 그라이키아(Graecia)’ 이것이 영어로 그리스(Greece)인 것입니다. (희랍(希臘)은 헬라스의 중국어 음차 이름입니다.)
여행 정보
서유럽이나 중부유럽애서 그리스는 상당히 멉니다. 기차가 비교적 싼 수단인데 인터레일패스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베니스나 빈, 뮨헨에서라면 유고슬라비아를 통과해서 갈 수 있는데 36시간쯤 걸립니다. 기차보다 싼 버스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분쟁이 심한 유고를 통과하는 게 마음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여행할 필요는 없는 일이니까. 어쨌든 국제열차는 모두 아테네의 라리시스 역을 종착역으로 삼고 있습니다.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브린디시, 바리, 안코나 등에서는 매일 배가 있고, 베니스에서도 1주일에 한번 배가 뜹니다. 나폴리에서는 관광시즌에만 특별 운행합니다.
이스라엘의 항구 아이파에서도 1주일에 한 번씩 아테네로 배가 가는데 3박4일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키프로스를 경유해서 가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한번쯤 탈만합니다. 지중해 바닷물이 너무 아름다워 지루하지도 않으며, 외딴 섬나라를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는 3개월 이내 체재 시 비자가 필요 없습니다.
호텔과 음식, 쇼핑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은 많고 싼 편입니다. 하지만 그리 청결하지는 않습니다. 유스호스텔도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값이 쌉니다. 여행안내소에서 형편에 맞는 호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팬션이나 도마티아(DHOMATIA)라는 렌트룸도 추천할만합니다. 다만 7,8월만은 관광객이 많아 방을 잡기가 쉽지 않으므로 이 가간이라면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고생하지 않습니다. 어려울 때는 관광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면 대개 해결됩니다.
음식은 대체로 기름지고 양이 많은데 닭고기 이외는 값이 매우 비쌉니다. 고기를 다져 치즈와 토마토 가지 감자 따위를 볶아 오븐에 찐 "무사카"나, 꼬챙이에 고기를 꽂아 빙글빙글 돌리면서 구워 호떡 같은 빵에 감자튀김과 함께 싸먹는 "수블라키 피타"가 제법 맛이 괜찮습니다.
술과 향토음식을 파는 "타베르나"는 밤에만 여는데 값이 싸고 입에 맞는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어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음식을 먹는데 있어 예절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아 또한 편한 나라입니다.
축제 및 치안상태
그리스정교회는 성탄보다 부활을 더 중요시합니다. 파스하 과월제(過越祭:유월제)가 가장 큰 축제로서 모든 신자들은 이 축제에 참가함으로서 현세와 내세를 잇는 것이 그리스도의 부활에 의해서만 가능함을 확인하는 날입니다.
6~9월에 열리는 아테네 페스티벌도 있습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헤로데스아티쿠스 음악당에서 연극, 연주, 오페라, 발레 등을 공연합니다. 물론 그리스 고전극도 볼 수 있습니다. 밤이 깊어지면 고대유적들을 조명으로 비추며 성우가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빛과 소리의 축제로 이어집니다.
7, 8월에는 각 지방에서 와인축제가 열립니다. 아테네 교회의 다프니, 크레타 섬, 알렉산드로폴리스 등에 가면 민속무용과 함께 그 지방 와인을 맛볼 수 있습니다.
치안상태가 좋은 편이라 흉악한 범죄는 좀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많은 곳인 만큼 소매치기 같은 좀도둑이 극성을 부립니다. 밤에 여자가 혼자 다니면 사내들의 오해를 받기 쉽습니다만 에스코트하는 남자가 있으면 치근거리지 않습니다.
호객하는 술집은 바가지가 틀림없습니다. 만약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되면 상호가 분명히 적인 영수증을 받아두었다가 관광경찰에게 제시하면 해결해 줍니다. 차 조심은 알아서 해야 합니다. 교통질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엉망이니까.
가볼만한 곳
그리스 하면 물론 아테네입니다. 아테네는 이미 오래전에 도시국가로 출발한 만큼 고대와 중세와 현대가 뒤섞인 복잡한 곳입니다. 그리스 전체 인구의 절반정도가 몰려 살고 있어 도시집중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공해에 찌들어 옛 정취가 시들었지만 아직도 시내 곳곳에 낯설지 않은 역사의 자취가 남아있습니다. 여러 신전들과 로마시대의 교회, 선사시대부터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는 예술품들이 시선을 끌고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아테네는 산타그마, 플라카, 콜로나키, 오모니아의 네 구역으로 나뉩니다. 산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가장 중심지로 공공기관이 밀집해있어 관광지도는 물론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기에 편한 곳입니다.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지역은 플라카지역으로 그리스의 옛 모습을 가장 많이 품고 있습니다. 리카비토스 언덕에 자리잡은 콜로나키 지역은 고급아파트와 부티크들이 사는 부촌이고, 오모니아 광장은 아테네 시민들로 붐비는 또 하나의 중심지입니다. 아테네에 도착하면 이 4구역을 연결하는 교통편부터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산타그마 광장에서 아말리아스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국립공원이 나오고, 좀 더 내려가면 2천 년 전에 코린트 양식으로 지어진 아드리아누스 아치와 제우스신전 유적이 나옵니다. 100여개나 되던 기둥이 이젠 다 없어지고 15개뿐이지만 장엄한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제우스신전 동쪽 8백 미터 지점에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경기장이 있습니다. 고대 아테네의 올림픽경기장을 본떠서 만든 것입니다. 또 제우스신전에서 서쪽으로 가면 고대 그리스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가 나옵니다.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역입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에게海와 아틱평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입니다. 정상에 도리아식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 아테네 황금시대의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많이 파괴되고 낡았지만 조화롭고 우아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크로폴리스박물관에는 BC 6세기의 유물을 비롯해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아테네 근교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과 다푸니수도원, 델피신전도 빼놓을 수없는 볼거리입니다. 바닷가에 세워진 바다의 신 포세이돈 신전은 지금은 16개의 기둥만 남아있습니다. 다프니는 모자이크가 유명한 수도원으로 무섭게 찌푸린 예수의 표정이 관심을 끕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유명한 바쿠스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델피는 문학작품에 많이 나오는 신탁을 받는 신전으로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리는 곳입니다.
배를 탈 수 없는 짧은 일정의 그리스 관광이라면 이쯤에서 마치고 부즈키(그리스의 전통악기) 음악을 들으며, 그릭 샐러드와 스불라키(그리스전통음식의 하나인 꼬치구이)를 즐기십시오. 그런 뒤 기념품 가게에서 그리스유적의 복사판 프레스코(Fresco)를 구입하는 것으로 훌륭한 관광이 됩니다.
에게海의 여러 섬들
에게 해의 섬을 둘러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여행입니다. 에게해 섬은 몇 개의 제도로 나뉘어 있는데 유럽에서 꽤 인기있는 휴양지들입니다. 1일 관광 크루즈부터 3박4일짜리 상품까지 다양합니다. 경치가 아름답고 다른 휴양지에 비해 물가가 싸다는 잇점이 매력을 더합니다. 아테네 시내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가면 피레우스 항구가 나오는데, 에게海의 여러 섬으로 가는 배가 여기서 출발합니다.
여객선들이 매일 피레우스에서 치우스, 레스보스를 왕래합니다. 터키까지 연결하는 여객선도 있습니다. 섬마다 숙박시설은 넉넉합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시클라데스제도의 미코노스, 파로스, 이오스, 티라 섬 등이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미코노스는 먹고 놀고 일광욕과 수영을 번갈아 하는 것으로 지루하지 않은 섬인데, 유명한 누디스트 비치(裸體村)도 있습니다. 티라는 화산섬으로 경치가 특이한 곳이며 델로스에는 신전과 극장, 박물관, 경기장 등 유적지가 많습니다.
크레타는 에게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인류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곳입니다. BC 2천 년경에 거대한 궁전을 짓고 도시를 건설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지중해성 기후로 따뜻한 곳이지만 2천 미터급 산이 있어 겨울에는 눈이 내립니다. 복잡한 미로(迷路) 때문에 더 이름이 알려진 크노소스궁전 등 크레타문명의 유적들이 볼만합니다.
이외에도 피타고라스와 이솝의 고향인 사모스, 에게 해의 장미라는 별명을 지닌 로도스, 히포크라테스가 세웠다는 병원 아스클리피온이 있는 코스, 사도 요한이 계시록을 쓴 곳으로 유명한 파트모스 등 시간만 여의하다면 권할 곳은 그리스 신화의 크기만큼이나 무궁무진합니다.
성지순례
그리스는 예수의 제자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을 다닌 곳으로 신약성경의 곳곳에 나오는 낯익은 지명을 대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그리스의 오지(奧地)를 여행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네압볼리-빌립보-암비볼리-아볼로니아-데살로니키-베뢰아-아테네-고린도-겐그레아-밧모城 등이 그곳들입니다. 빌립보는 루디아의 한 간수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유럽교회의 발상지이며, 암비볼리는 옛 마케도니아의 수도로 바울 기념교회가 있습니다.
유명한 <사랑의 찬가>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 있는 교회에 보낸 편지의 일절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2번에 걸쳐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신약성경의 고린도 전 후기가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