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떨어져서』(신중현 작사/작곡)는 1969.10.20 발매된
'신중현 작곡 집(예그린 레코드)'「김추자」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
입니다.
그동안 「김추자」의 곡을 올릴 때마다 그녀를 소개해 왔으니,
이번에는 '신중현'선생의 회고록에서 발췌(拔萃)해서 올려봅니다.
"사연이 많았던 「김추자」를 어찌 잊으랴. 한국적 Rock과 Show
Business의 영욕(榮辱)을 고스란히 함께 맛 본 「김추자」를 1982년
이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김추자」와의 첫 만남은 무덤덤 했다.
‘펄 씨스터즈’의 히트 이후 미 8군 영내(營內) 마련된 나의 사무실에는
재기 발랄한 여 가수들이 줄줄이 몰려 왔다. 1969년 어느 날이었다.
안 그래도 가수 지망생들이 줄을 잇는 판에, 나는 여대생이 찾아
왔다는 말을 듣고 쳐다 보지도 않았다. 나는 일단 음반 제작 작업에
들어가면 딴 일에는 아예 무심한 편 이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편곡을
해 밴드에게 악보를 나눠주고, 연습을 시켜야 했던 일상 역시 변함
없이 바빴다.
「김추자」는 거의 매일 와서 길게 목을 빼고 내가 한 번이라도 봐
주기를 기다렸다. 그러기를 한 달이 지나 통 기타 반주로 직접
테스트를 해 봤다. ‘펄’의 "님아"를 첫 곡으로 선택했는데, 너무
긴장했던 탓에 박자를 까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몇 곡 해 보니
탄탄한 목소리가 되살아 오는 것이었다. 특히 트로트 풍이 아닌
현대적 감각이 몸에 배어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 후 그녀는 매일 오후 어김 없이 나타나 트레이닝을 기다렸다.
내가 지시하는 대로 한 구절씩 불러 가는 식이었다.
그 다음엔 곡을 하나 씩 써 주기로 했다. 첫 곡 "늦기 전에" 를
신호로 해 『나뭇잎이 떨어져서』, "월남에서 돌아 온 김 상사" 등이
뒤를 이었다. 나는 「김추자」라는 보석을 통해 한국적 Rock의
가능성을시험하고 있었다.
하여튼 "늦기 전에"는 1971년 1월 노래 책 ‘대중가요 제 49집’에서
1970년도 가요 추천 1위로 선정됐다. 그러나, 내게는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옛것 만을 답습하는 현실 앞에서 혁신적
시도는 외면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나뭇잎이 떨어져서』,‘가버린 사람아’ 등 함께 발표했던 곡 들 모두
그때 선조차 보이지 못 했다. 현실에서의 통로라면 방송이 유일한
때였는데 방송에서 아예 틀어주지 조차 않으니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미 8군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김추자」는 새파란
초년 병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 지 몰랐다.
그렇게 1년을 허송하고 나니 전혀 예기치 못했던 데서 돌파구가 생겼다.
TBC 동양방송 TV가 1970년 "님은 먼 곳에"라는 새 연속극을 계획
하면서 그 주제가 작곡을 내게 맡긴 것이다. 그러나 어이 없게도 방영
이틀 전이었다. 밤 새워 곡을 쓴 나는 다음날 오후 2시 악보를 들고
방송국으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첫 회 방송이
그 다음날 저녁이었다. PD가 주문할 때는 미8 군 시절부터 알고 있던
'패티김'이 노래를 부르기로 돼 있다고 해서 거기에 맞게 작곡했던 것
인데, 녹음 시간이 돼도 ‘함흥차사(咸興差使)’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간에 연락이 잘못돼 '패티김'은 시민 회관에서 '리사이틀' 중이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다급해진 담당 PD는 “오늘 중으로 주제가를 녹음하지 못 하면 내 목이
잘린다”며 대타 (代打)로 할 신인 가수라도 찾아 오라고 매달렸다.
나는 사무실 직원을 다 풀어 「김추자」 긴급 수배령을 내렸다.
천행(天幸)으로 그날 저녁 찾아 낸 「김추자」를 방송국으로 데려가 밤새
연습 시켰다. 그렇게 방송을 탄 곡이 선풍적 인기를 끌어 「김추자」는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당시 그룹 ‘퀘션즈’와의 시민회관 공연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었던 내게 "님은 먼 곳에"는 대중적으로 인식 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세간(世間)에는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 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인천 아이러브색소폰 대표 윤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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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져서 가을 바람에 굴러가네
붉게 물든 단풍잎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네
가을 바람 불어 오면 나뭇잎은 떨어지나
아름다운 그 추억도 가을 바람에 사라졌네
오솔길 걸으며 생각에 잠겨서
구르는 나뭇잎을 주워 물어 볼까요
가을 바람 불어 오면 나뭇잎은 떨어지나
아름다운 그 추억도 가을 바람에 사라졌네
라라라라라라라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