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초가 되면 전세계의 문학계와 출판계 관계자들,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 문학상 발표를 기다린다. 올해 호명된 이름은 두 음절의 한국어, 한강이었다. 이 장면은 대한민국 두 번째 노벨상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알리는 순간이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지역적, 언어적 경계를 넘어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한강의 작품들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장편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사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파괴되는 인간의 고통을 흡인력 있게 묘사함으로써 ”망각에 저항하는 작품“이라고 일컬어 진다. 노벨상 이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와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시간>, <흰> 등의 작품들은 억압과 혼란이 혼재하는 삶이지만 결국 어렴풋한 빛 한줄기를 발견해 나아가는 과정을 시적 산문이라 불리울만큼 깊이 있는 문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한강 작가는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으며 동료 소설가들과 한국 문학 독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글을 통해 세상과 계속 연결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6년 동안 마음 속에 있는 세 권의 책을 쓰는데 집중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다양한 언어의 훌륭한 번역가들이 한국어 문학 번역에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우리의 여러 문학 작품들이 세계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해 본다. 한강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기에 축복처럼 누리게 된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서로 읽는 기쁨’을 우리나라 독자들은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강 작가가 작품 한 편을 써서 백년후에 개봉하는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쓴 에세이 ‘백년동안의 기도’의 마지막 문장으로 기사를 마무리 한다.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빛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뎌야만 하는 순간을 기도라고 부를 수 있다면, 아마 이 프로젝트는 백 년 동안의 긴 기도에 가까운 어떤 것이라고 이 순간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