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이 사라진 뒤의 침묵은 실패가 아니다
◎실용인문학#26》 0729 난 삶에서 이런 원리를 발견했다.
by관찰작가의 여유시간
Jul 29. 2026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전부 '거래처'였다
은퇴 후, 휴대폰 속 수백 개의 연락처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다.
평생 형님, 동생 하며 돈독함을 과시하던 관계도, 직함이라는 외피가 사라지면 허망하게 끊어진다.
결국 내가 믿었던 인맥의 상당수는 '인간 나'가 아니라 '권한을 가진 나'와 맺어진 관계였음을 깨닫게 된다.
직장 내 관계는 대부분 상호 이익을 전제로 한 '거래처'의 속성을 띤다.
그들은 당신의 인격이 아니라, 당신이 앉아 있던 '의자의 높이'에 반응했던 것이다.
직함이 사라진 뒤의 침묵은 실패가 아니다.
가짜 관계가 걸러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이 인맥의 거품을 일찍 걷어냈다.
조직에 기대는 관계 대신, 혼자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자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실용인문학을 공부하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가 끊겨도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면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
이것이 은퇴 준비의 핵심이다.
이제 내 곁에는 허울뿐인 관계 대신 취향과 철학이 맞는 사람들만 남았다.
조직의 그림자를 벗어나 단독자로 설 때, 비로소 가짜 인맥의 공허함에서 벗어난다.
준비된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의 증거다.
숫자로 보이는 인맥보다 내면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선택한 사람에게, 은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당신의 전화번호부에서 사라진 이름들.
그것이 삶을 막고 있던 잡초였을 가능성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