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7일 주일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아래 강론은
2026년 9월 27일 연중 제26주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의 복음인 마태오 21,28-32를 중심으로,
특별히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나는 믿음,
생각을 바꾸는 용기,
우리 곁의 이웃을 받아들이는 신앙”**에 초점을 맞추어
약 15분 낭독 분량으로 구성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이날 전례도
“죄악에서 돌아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삶”과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는 삶”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missa.cbck.or.kr]
2026년 9월 27일 연중 제26주일 복음 강론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어떤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맏아들에게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맏아들은
처음에는 “싫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참 솔직하기는 하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섭섭한 대답입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포도밭으로 일하러 갑니다.
반면 다른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자마자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아주 듣기 좋은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물으십니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사람들은 맏아들이라고 대답합니다.
오늘 이 짧은 이야기를
우리 자신의 삶에 한번 비추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말을 합니다.
“주님을 믿습니다.”
“주님을 사랑합니다.”
“이웃을 사랑하겠습니다.”
“용서하겠습니다.”
“봉사하겠습니다.”
미사 때마다 “아멘.” 하고 응답합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대답했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살고 있느냐?”
우리가
성당 안에서 하는 대답과
성당 문을 나선 뒤의 삶이
같은지를 물으시는 것입니다.
신앙은 입으로만
“예”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예”라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주일에 미사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중요합니다.
성당에서는
서로 웃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서
집에 돌아가 가족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다면
우리의 신앙을 다시 돌아보아야 합니다.
성당에서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직장에서는 나보다 약한 사람을 무시한다면
역시 돌아보아야 합니다.
기도하면서
누군가를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몇 년째 마음속에 미움과 원망을 붙잡고 있다면
오늘 복음은 바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맏아들도 처음부터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버지께 “싫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그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러 갔습니다.
저는 오늘 복음에서 이 말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우리 신앙에도 바로 이것이 필요합니다.
잘못했으면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어제까지 미워했더라도
오늘부터 용서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어제까지 기도하지 않았더라도
오늘부터 다시 기도하면 됩니다.
한동안 냉담했더라도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자녀와 관계가 멀어졌다면
먼저 전화를 걸 수도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자존심 때문에 냉랭해졌다면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건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각을 바꾸어 포도밭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과거만을 바라보시면서
“너는 왜 그때 그렇게 했느냐?”
하고 꾸짖으시는 분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신께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실제로 오늘 제1독서에서도
죄인이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서 돌아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생명을 얻게 된다고 선포합니다.
그래서 회개란 무서운 말이 아닙니다.
회개는 하느님께 돌아서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방향을 바꾸고,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늦은 것도 아닙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했다고
더 이상 바꿀 것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믿은 사람일수록
때때로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정말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신앙생활이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작은 포도밭을 만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정이라는 포도밭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직장에 가면 직장이라는 포도밭이 있습니다.
시장과 식당과 버스와 지하철에도 포도밭이 있습니다.
병원에도 있고, 학교에도 있고, 본당에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오늘 내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그렇다면 그 포도밭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거창하지 않습니다.
가족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는 것,
힘들어하는 배우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드리는 것,
자녀가 실수했을 때 야단부터 치기보다 한번 안아주는 것,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료를 도와주는 것,
운전하다가 조금 양보하는 것,
식당이나 상점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일해야 하는 오늘의 포도밭입니다.
사랑은 생각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손과 발을 움직일 때
비로소 삶이 됩니다.
오늘 제2독서 역시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하고 권고하며,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우리 안에 간직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한국 교회는 9월 마지막 주일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로 지내고 있으며,
2026년에는 바로 오늘 9월 27일입니다.
이 날을 맞으며
우리의 포도밭을 조금 넓게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 가까이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기도 하고,
같은 아파트와 같은 동네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리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만납니다.
말이 조금 서툴고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내 기준과 내 편견을 넘어
한 사람을 바라보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러므로
이주민과 외국인 근로자를 만났을 때
따뜻하게 먼저 인사하는 것,
서툰 한국말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
역시 오늘날 우리가 포도밭으로 나아가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거창한 일을 해야만 좋은 신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평범한 우리의 하루를 거룩하게 만들어 가십니다.
아침에 일어나 십자성호를 긋고
하루를 주님께 맡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식사 전에 감사기도를 드리고,
화가 날 때 한마디를 참으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나는 누구에게 사랑을 베풀었는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었는가?”
하고 자신을 돌아보면 됩니다.
그리고 잘못한 것이 생각나면
내일 고치겠다고 주님께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살아 있는 신앙입니다.
우리가 자주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신앙이 깊다는 것은
실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깊은 신앙이란 넘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주님의 손을 붙잡고 다시 일어나는 삶입니다.
맏아들처럼 처음에는 “싫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얼마나 많습니까.
“왜 내가 양보해야 합니까?
왜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합니까?
왜 나만 참아야 합니까?
왜 내가 도와주어야 합니까?”
그러나 기도하다가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래, 내가 먼저 해 보자.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한번 해 보자.”
그리고 한 발짝 움직이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우리의 믿음이 행동이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아름다운 말만이 아닙니다.
작은 실천입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서
딱 한 가지만 실천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안한 사람이 있다면 사과해 봅시다.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고맙다고 표현합시다.
외로운 사람이 생각나면 전화 한 통을 걸어봅시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봅시다.
가족 가운데 마음이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봅시다.
우리 주변의 이주민이나 낯선 이웃을 만난다면 따뜻하게 인사해 봅시다.
바로 거기에서 복음이 시작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우리는 아마 어제까지 여러 번 “싫습니다.”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오늘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과거에 무슨 대답을 했는지만 보시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바라보십니다.
그러므로 이번 한 주간
우리의 신앙이 말에만 머물지 않고 손과 발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기도가 친절이 되고,
미사가 용서가 되고,
성체를 모시는 마음이 나눔이 되고,
“아멘”이라는 우리의 응답이
가정과 직장과 이웃 안에서 실제 행동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일주일 뒤
우리가 다시 주님 앞에 섰을 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부족했습니다.
때로는 싫다고도 했습니다.
때로는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님,
다시 생각을 바꾸어 당신의 포도밭으로 갔습니다.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사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신앙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살아내야 할 복음입니다.
주님,
저희가 말로만 당신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삶으로 당신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잘못된 길에서는
생각을 바꾸어 돌아설 용기를 주시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하소서.
특별히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이주민과 난민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낯선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고 저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자리에서
당신의 포도밭을 발견하고,
작은 사랑을 기쁘게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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