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카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주관하는 박정은 수녀님의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에서 수녀로 생활하시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 수녀원과의 불화로 인해 아예 미국 수녀회로 적을 옮기신 것 같습니다(당신은 ‘쫓겨났다’라는 표현을 쓰십니다). 박사과정을 마치시고 나서 이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데요, 한국의 무녀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시면서 논문을 쓰실 정도로 영성에 대해 너른 품을 지니셨고, 여성/이민자/아이/제3세계에 대한 관심사를 학문과 운동, 종교와 삶에 있어 다양하게 풀어나가고 계신 분입니다. 한국을 방문하셔서 강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귀한 기회구나 싶어 찾아가 뵈었습니다.
<지금여기>의 필자로서만 만나다가 직접 뵈니, 참말로 밝고 명랑하고 유쾌하고 좋은 기운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아, 저 나이에 나도 저렇게 밝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나의 삶을 반추할 수만 있다면!’하는 생각이 강연 내내 들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겠지만, 좋은 수도자를 떠나 좋은 인간을 만나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질의응답시간에 짧은 질문을 드리기도 했고, 강연 이후에 따로 뵈어 수녀님의 저서를 구할 방법을 여쭤보니 감사하게도 책 한 권을 직접 보내주시겠다고 하셔서 주소를 건네 드리기도 했습니다.
푸나무의 희망에 대한 소개를 들으시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에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공동체 내부에 존재해야 하는 boundary의 문제나, 선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깊이 생각하며 좋은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정은 수녀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세계 이곳 저곳에서 조용하지만 힘있게 뿌리내리고 있는 푸나무들을 느린 걸음으로라도 다 찾아 뵐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박정은 수녀 강의 내용 中
*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공동체
* 영성과 힐링은 개인적인 차원일 수 없다
* 하늘나라란? 1)자연스러운 것 2)쉬운 것
* 내 마음에 생긴 틈새로 하느님이, 타자가, 다른 세상이 들어오며 이것이 바로 회심이다
* 수도원 4년의 기간 동안 나의 어둠을 대면하는 타자를 만나게 된다
* 고통이 약이 되는 경우와 독이 되는 경우의 차이는? 공동체가 그 밑바탕에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
* 한국인이 가장 아파하는 (절대적, 상대적) ‘가난’의 경험에 대해 교회가 해답을 주지 못했다
* 인간의 체험에 관한 학문이 바로 영성(신학), 내가 가진 체험에서 의미를 찾아 내는 일
* 무녀들의 공동체와 같이, 상처를 알고, 변방으로 쫓겨난 본 경험이 있는 공동체는 따뜻하다
* 힐링은, 아름답게 변한 상처를 남과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 그늘 없는 12시의 피사체는 폭력적으로 찌그러진다, 상처란 스타깅에 난 ‘기스’ 같은 것.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인지하지 못할 때는 신경 쓰지 않다가, 한번 인지하게 되면 내 것이기에 유난히 민감해 하는 것
* 50세부터는 남/녀라는 젠더 구분에서 벗어나서 한 인간으로 서야. 남성성과 여성성이 결합될 수 있어야. 60, 70대부터는 어린아이가 되어야. 20, 30대는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알려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할 것
* 인간의 유한함, 그 일회성은 신도 질투하는 바
* 내가 하기 쉬운 것을 해야 열심히 산다
* 한 번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해보면 그 경험을 통해 자유함을 얻는다
* 세계의 아픔에 연대해야 할 때(e.g 아프리카)
* 산다는 것에 대해 한국 여성들이 갖는 두려움이 매우 큰 것 같다. 미국 수녀님들은 웃으면서 대모한다
* 잘 먹어야 잘 싸운다
* 순명이란, 세상을 거스르고 하느님을 따르는 길일 수도 있다
* 경계인은 세상을 변화시킬 merit가 있다. 하늘나라와 세속, 두 세계의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질의응답
Q 말 많고 탈 많은 공동체를 잘 만나고 꾸려나가는 데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 육체적/감정적 boundary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
-> spiritual director나 mentor가 있어야
-> 남의 어둠이라 착각하곤 하는 나의 어둠을 볼 줄 알아야
-> 공동체가 없으면 나도 안 큰다. 싸우면서 성장한다는 공동체 내부의 믿음이 있어야.
-> 공동체는 약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어야 하며, 이는 축복이다. 공동체에는 뛰어 들어야 하고 commitment(헌실)해야 한다.
-> 장 바니에의 <공동체와 성장>이라는 책이 도움 될 듯
Q 동성애 문제와 종교간(특히 카톨릭에 대해 부정적인 개신교)의 소통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
-> 미국에서 동성애 문제는 법이 인정하고 있는 바,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수준이 되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교회 밖이 교회 안보다 더 관용적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 종교간의 대화는 (영성의 수준/눈높이를 기준으로 한) 층위 별로 할 수 있는 것. 다른 층위의 사람을 만났다면, 그네들의 비난을 그저 겸허히 듣고 말싸움을 크게 만들지 말 것.
Q 공동체들을 옮겨 다니며 공부하고 생활하는 이들에게 주실 수 있는 조언은?
-> 지금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이 과거 경험으로부터 오는 것인지(ex-garbage), 아니면 지금 경험으로부터 오는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상처의 출처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 하나의 과정이 요구하는 형식을 온전히 마쳐보는 것이 중요
Q1 영적 경계인으로 사시면서 나의 영성이라는 구심력과 타자의 영성이라는 원심력 사이에서 어찌 균형을 이뤄나가시는지, 구체적인 실천의 지침이 있으시다면?
Q2 (푸나무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특정 종교나 종파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연대하려 할 때 재정적인 지원이 없기에 힘 있게 성장하기 힘들다. 과거 영성 공동체들 가운데 영성에 있어서 탁월할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었던 경우를 살피자니 중세의 베긴회 밖에는 특별히 참조할 만한 대상이 없었는데, 소개해 주실만한 생활+영성 공동체의 역할모델이 있으신지?
->1: 복음의 가치를 서로 나누는 성체나눔이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것 같다. 개인의 영성이 깊어야 타자의 영성으로도 나아가 볼 수 있으니 개인영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깊어야 넓게 간다.
->2: 베긴회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NY등지에. 요사이에는 평신도 공동체 운동이 대세다. 당신들이 하려는 일이 참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재정적 독립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러니, 부자와 결혼을 하든, 빵을 굽든, 무엇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