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헤지펀드와의 통화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는?

[풍경소리]

중국이 헤지펀드와의 통화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는?

장기전에 돌입한 통화전쟁, 위안화 최대 40%까지 밀릴 수 있어

글 | 홍익희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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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들과 중국 당국의 통화전쟁이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이건 중국 당국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헤지펀드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세계 거시경제 흐름을 타고 투자하는 매크로 투자 펀드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한 과학적 투자 펀드가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 헤지펀드에 고용된 많은 과학자들이 주식투자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주식투자는 인간 대신 컴퓨터가 주도하고 있다.

이번 위안화와 홍콩달러 약세에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매크로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헤지펀드들이다. 이런 펀드들의 특징은 대세에 어긋나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곧 그렇게 흘러가야할 마땅한 논리와 근거가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시장이 왜곡되어 있는 곳을 공격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오른 위안화)

필자가 지난 1월 11일 디지털조선일보에 ‘중국발 환율전쟁 시작되다’란 칼럼을 썼다. 내용인즉 중국 정부의 오판 곧 위안화를 달러에 연동한 페그제로 인해 그간 위안화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앞으로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중국발 환율전쟁 시작되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2&nNewsNumb=20160119168&nidx=19169

(위안화를 달러에 연동한 페그제로 인해 지난 2년 사이 위안화 가치 대폭 절상)

지난 2년 사이에 위안화 값이 너무 올랐다. 중국내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인건비가 감당할 수준이 넘어서자 투자기업들의 대탈주가 시작되었다. 게다가 위안화 약세가 가시화되자 이른바 핫머니로 지칭되는 단기투자금들도 빠져나가면서 중국 외환보유고가 급속히 줄어들어 6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중국이 그간의 자본 유입국에서 자본 유출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여기에 수출도 줄어들고 내수 경기도 시원치 않아 이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위안화의 평가절하다.

(중국 외환보유고의 급속한 감소 행진)

필자 눈에도 훤히 보이는 이런 상황을 헤지펀드들이 못 볼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칼럼이 나간 바로 다음날 헤지펀들의 위안화 공격이 개시되었다. 그 내용에 대해서도 칼럼을 썼다.

<헤지펀드들, 중국 위안화 공격 개시...얼마나 하락하게 될까?>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2&nNewsNumb=20160119184&nidx=19185

헤지펀드의 주요 공격 방법

헤지펀드들의 주요 공격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위험 차익거래>이다. 홍콩 외환시장의 환율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격차를 이용해 재정거래(Arbitrage)를 하는 것인데, 재정거래란 ‘롱숏 전략’으로 같은 상품을 동시에 사고파는 것이다. 그들은 사는 걸 '롱'(long)이라 하고 파는 걸 '숏'(short)이라 한다. 곧 '롱숏 전략'이란 싼 곳에서는 사들이고 동시에 비싼 곳에서는 파는 것이다. 또한 싼 시기(선물)의 상품을 사는 동시에 비싼 시기(현물)의 상품을 파는 전략이다. 무위험이란 말 그대로 손해 볼 수 없는 투자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위안화 대출을 일으켜 투자금 곧 총알을 무한대로 키우는 방법이다. 먼저 헤지펀드들이 갖고 있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위안화를 대출 받는다. 그리고 이 위안화를 달러로 바꾸어 미국 국채를 사들여 다시 이를 담보로 위안화를 대출 받는 방식이다. 이론상 이러한 방법은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

그들이 노리는 건 위안화 대출을 갚을 시점이 되면 달러에 대해 위안화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어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보는 방법이다.

게다가 헤지펀드들은 보통 레버리지를 자기 자본의 몇 십 배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기러기 떼 현상’이 있다. 소로스 등 거물급이 출격을 하면 나머지 헤지펀드들이 그 뒤를 쫓아 다 함께 가세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해외근무하면서 헤지펀드들과 통화 당국의 전쟁을 많이 목격했다. 유럽에 근무하면서 소로스와 영국 중아은행의 한 판 승부를 보았다. 그때도 이미 승부는 예고되어 있었다. 거시 경제 흐름에 반하는 통화 정책은 이미 그 자체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다만 이를 알아채고 부풀러 오른 버블을 가만히 바늘로 터트리는 셈이었다. 필자와 같은 아마추어의 눈에도 영국 정부의 무리한 통화운용 정책이 보였다. 중남미에 근무하면서는 아예 그들이 겪는 외환위기 틈에서 근무했었다. 오랜 해외생활에서 통화 당국이 이기는 걸 본 적이 없다.

장기전에 돌입한 통화전쟁, 위안화 최대 40%까지 밀릴 수 있어

월스트리트저널이 1월31일자 기사에서 헤지펀드들과 중국 당국 간의 통화전쟁을 예고하는 기사를 썼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약세 베팅을 점차 확대하면서 중국 인민은행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으며, 실례로 미국 헤지펀드 헤이먼 캐피탈은 주식과 채권및 원자재 등의 자산을 모두 팔아 치우고 조달한 자금의 85% 정도를 향후 3년에 걸쳐 위안화와 홍콩달러가 약세를 보일 경우 유리해질 포지션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먼 캐피탈은 지난해 중국의 은행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만기가 지난 대출 규모가 급격히 확대돼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을 위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위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란 판단을 내리고 위안화 약세 베팅에 나섰다. 카일 배스 헤이먼 캐피탈 대표는 위안화 가치가 이 기간 동안 최대 40%까지 밀릴 수 있다며, 판단의 근거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국 시중은행의 부실 여신을 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중국 시중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나서게 되면 위안화 약세를 피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억만장자 트레이더 스탠리 드럭큰밀러와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빗 테퍼,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끄는 그린라이트 캐피탈 등도 위안화 약세를 점친 투자 포지션을 취했다.

헤지펀드들의 위안화 약세 숏베팅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기습 인하한 2015년 8월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인민은행의 일회성 평가절하 조치로  중국 당국이 결국에는 '슈퍼달러와의 디커플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확신이 고조된 탓이다.

위안화 추가 약세 기대감은 중국인들과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해 가뜩이나 경제 연착륙 유도와 금융기관 부채 해결, 소비 주도 경제로의 전환 과제 등으로 정신이 없는 중국 당국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인위적 개입은 하지 말아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밑돌 경우 인민은행의 위안화 방어 의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시에떼제네럴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준을 근거로 중국의 외환위기 발생시 필요한 외환보유액 수준을 2조7500달러로 추산했다.

인민은행이 2월 7일 발표한 1월말 외환보유액은 정확히 3조2310억 달러다. 지난 두 달 연속 한 달에 약 1000억 달러씩 줄어들었다. 줄어드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정부의 환율방어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심리적 기준선인 3조 달러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는 아예 외환시장에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다. 환율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그럼 얼마간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위안하가 절하되겠지만 그래도 그게 최선이다. 단기간에 환율이 조정되면 그때부터 모든 게 정상을 향해 복구된다. 어차피 떨어질 위안화라면 빨리 떨어지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통화전쟁 사이에 중국 내에 있는 자본들의 탈출 행진은 가속화 될 것이고 외환시장, 금융시장, 주식시장 모두 엉망진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중국 정부도 어차피 내려야할 통화 가치라면 헤지펀드들에 의해 평가절하 되는 게 오히려 명분이 있다. 미국 등 무역역조국들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의 통화전쟁을 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언제 어느 때라도 통화 당국이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일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우리 통화당국자들이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