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坡全集(동파전집)] 山村五絕(산촌5절) - 蘇軾(소식)
山村五絕(산촌오절)
蘇軾(소식)
[其一]
竹籬茅屋趁溪斜(죽리모옥진계사),
春入山村處處花(춘입산촌처처화)。
無象太平還有象(무상태평환유상),
孤煙起處是人家(고연기처시인가)。
대나무 울타리 초가집은 개울 따라 비스듬히 서있고
봄이 되자 산촌에는 곳곳에 꽃이라네.
형상이 없다는 태평시대에도 형상이 돌아온 듯
외로운 연기 피어오르는 곳이 인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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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竹籬(죽리) : 대나무 울타리
○ 茅屋(모옥) : 초가집. 누추한 집.
※ 有象無象(유상무상) : 형체(形體)가 있는 것과 없는 것.
※ 太平無象(태평무상) : 천하가 태평할 때는 이렇다 할 특별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
○ 孤煙(고연) : 외로운 연기. 저녁 무렵 마을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 것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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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二]
煙雨濛濛雞犬聲(연우몽몽계견성),
有生何處不安生(유성하처불안생)。
但教黃犢無人佩(단교황독무인패),
布穀何勞也勸耕(포곡하로야권경)。
안개비 자욱한데 닭소리 개소리 들리나니
삶이 있는 한 어느 곳에서인들 불안하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다만 누런 송아지 살 칼을 아무도 차고 다니지 않게 한다면.
뻐꾸기가 어찌 수고로이 농사지을 것을 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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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煙雨(연우) : 안개비.
○ 濛濛(몽몽) : 안개가 자욱한 모양.
○ 黃犢(황독) : 누런 송아지.
○ 賣劍買牛(매검매우) : 칼을 팔아 소를 산다는 말로서 봉기한 농민들로 하여금 칼을 놓고 농사일을 하도록 한다는 말이었으나 후에는 직업을 고쳐 농사일에 종사함을 뜻하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말로 사용되었다. 전한(前漢)의 선제(宣帝) 때 명신이었던 공수(龔遂)가 발해태수가 되자 농민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팔아 소를 사도록 하여 도적떼로 혼란한 지역을 다스렸다.<漢書 卷八十九·循吏傳 第五十九>
송아지를 살 칼을 아무도 허리에 차고 다니지 않는 다는 것은 농민들이 농사를 열심히 짓는 것을 뜻한다.
※ [東坡全集(동파전집)] 浣溪沙(自適)<완계사:자적> - 蘇軾(소식)
賣劍買牛真欲老(매검매우진욕로) : 칼을 팔아 소를 사서 농부가 되어 늙고 싶구나.
○ 布穀(포곡) : 뻐꾸기. 일 년 농사의 풍년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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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三]
老翁七十自腰鐮(노옹칠십자요겸),
慚愧春山筍蕨甜(참괴춘산순궐첨)。
豈是聞韻解忘味(기시문운해망미),
邇來三月食無鹽(이래삼월식무염)。
일흔 살 먹은 늙은이도 스스로 허리에 낫을 차고 나서니
부끄럽게도 봄 산의 죽순과 고사리가 달기만 하네.
어찌 순임금의 음악 듣고 맛을 잊게 된 것이겠는가?
근래에 석 달 동안 먹을 소금이 없었기 때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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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腰鎌(요겸) : 낫을 허리에 차다.
○ 慚愧(참괴) : 부끄럽다.
○ 筍蕨(순궐) : 죽순과 고사리
○ 聞韻(문운) : 聞韶(문소). 소(韶)를 듣다. 韶(소)는 순(舜)임금 때의 악곡 이름으로 공자가 제나라에 가서 소(韶)를 듣고는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몰랐다. <논어 술이>
○ 解(해) : ~하게 되다
○ 邇來(이래) : 근래. 요즈음.
○ 食無鹽(식무염) : 가혹한 조정의 신법인 염법(鹽法)을 풍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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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四]
杖藜裹飯去匆匆(장려과반거총총),
過眼青錢轉手空(과안청전전수공)。
贏得兒童語音好(영득아동어음호),
一年強半在城中(일년강반재성중)。
지팡이 짚고 도시락 싸서 서둘러 달려가
눈앞에서 빌린 청전은 손에 들어오기 무섭게 없어지네.
얻은 것은 아이들의 좋아진 말솜씨니
일 년 중의 태반을 성 안에서 지내기 때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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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杖藜(장려) : 명아주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짚었다는 뜻.
○ 裹飯(과반) : 밥을 싸다.
○ 匆匆(총총) : 분주한 모양. 황급한 모양
○ 青錢(청전) : 푸른빛 동전(靑銅銭). 청동으로 만든 돈.
○ 贏得(영득) : 얻다. 획득하다. 贏은 남을 ‘영
○ 強半(강반) : 태반. 절반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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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五]
竊祿忘歸我自羞(절곡망귀아자수),
豊年底事汝憂愁(풍년저사여우수)。
不須更待飛鳶墮(불수갱대비연타),
方念平生馬少游(방념평생마소유)。
국록을 축내면서 귀향하길 잊은 것이 스스로 부끄러워
풍년이라는데 무슨 일로 그대들은 걱정 속에 있구나.
다시 날아가던 솔개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릴 것 없으니
이제야 평생 동안 편히 살라는 마소유(馬少游)의 말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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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竊祿(절록) : 나라의 녹을 훔쳐 먹다.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 底事(저사) : 무슨 일
○ 馬少游(마소유) : 한(漢) 나라 마원(馬援) 장군의 종제. 마원에게 ‘선비로 한 세상을 사는 데는 의식이 충족하고 조그마한 수레(하택거:下澤車)를 타고 느린 말(관단마:款段馬)을 몰며 향리에서 선인(善人)이라 일컬어지면 족하지, 형님처럼 공명의 큰 뜻을 가져서 무엇하오?’ 했는데, 마원이 교지(交趾)에 출정하다가 군중에서 병을 얻어 ‘관단마를 몰며 고을 아전이나 되어 무덤을 지키는 그것이 좋았을 것을.’하고 탄식하였다.<후한서 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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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송(宋) 신종(神宗) 희령(熙寧) 6년(1073) 소식(蘇軾)이 절강(浙江)의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있을 때 지은 시이다. 당시 정치적 실세였던 왕안석(王安石)의 개혁정책인 신법(新法)이 실시되자 구법당(舊法黨)에 속했던 소식(蘇軾)은 지방관으로 전출되어 1071년 항주(杭州) 통판(通判)이라는 한직(閑職)을 맡게 되었다. <산촌5절(山村五絕)>은 소식이 항주통판으로 있으면서 왕안석의 신법의 문제로 인하여 농민들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읊은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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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묘법(靑苗法) : 농민들에게 낮은 이자로 농자금을 빌려주어 지주들에게 고리를 얻어 쓰는 일이 없게 한 정책으로서 필요한 재원은 상평창에서 충당하였다. 관에서 백성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2부의 이자를 가산하여 1월에 빌려주고 여름에 거두며, 5월에 빌려주고 가을에 거두었다. 신법을 지지하던 구양수도 이것 때문에 왕안석과 정견을 달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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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蘇軾, 1037년~1101년)은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소식은 혁신 정치 세력에 밀려 항주(杭州), 밀주(密州), 서주(徐州), 호주(湖州) 등의 지방관을 주로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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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山村五絕/作者:蘇軾 北宋
東坡全集
山村五絕其一
竹籬茅屋趁溪斜,春入山村處處花。
無象太平還有象,孤煙起處是人家。
山村五絕其二
煙雨濛濛雞犬聲,有生何處不安生。
但教黃犢無人佩,布穀何勞也勸耕。
山村五絕其三
老翁七十自腰鐮,慚愧春山筍蕨甜。
豈是聞韻解忘味,邇來三月食無鹽。
山村五絕其四
杖藜裹飯去匆匆,過眼青錢轉手空。
贏得兒童語音好,一年強半在城中。
山村五絕其五
竊祿忘歸我自羞,豐年底事汝憂愁。
不須更待飛鳶墜,方念平生馬少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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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東坡全集(동파전집)] 山村五絕(산촌5절) - 蘇軾(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