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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후기를 쓰는 마음가짐이 다소 차분하네요. 어제의 뜨거운 현장의 열기를 좀 식히고픈 생각이었을까요.
지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갤러리 후기를 쓸 때부터 글을 좀 다듬을 요량으로 먼저 초안을 쓰면서 내용을 정리한 후 이를 다시 카페에 옮겨 적어 봤습니다.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어제의 기억들을 하나씩 되짚어 가면서 쓰다 보면 그때 느꼈던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끄집어 내는 재미도 있고 또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쓰면서 또다른 감회로 불쑥 글로 만들어져 나오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러합니다.
마지막날 티오프 시간 아침 10시 40분.
그동안 마음 먹어왔던 전 홀 갤러리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초행에다가 국도를 이용하다 보니 블루헤런 가는길이 쉽지는 않았으니, 갤러리 주차장에 주차후 셔틀버스로 대회장에 도착하니 10시쯤.
날씨도 화창합니다.
많은 갤러리들이 갤러리플라자 안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고 몇몇 선수들 또한 퍼팅 연습을 하고 있거나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 우측 문을 통해 선수들이 하나 둘 나오는걸 보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 김지현 프로가 김현수 프로와 어깨동무를 하며 나옵니다.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 오늘 컨디션이 좋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퍼팅 연습장으로 이동하는 김지현 프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클럽하우스 쪽에서 좀 기다렸다가 퍼팅 연습 시작하는 모습을 멀리서 본 후 그제서야 이동하여 연습장 한쪽 귀퉁이에서 보면서, 경기 시작 전에 도착하니 이런 호사도 누리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1번 홀 티박스 쪽으로 먼저 이동하여 김지현 프로가 연습 끝내고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이미 주변에는 많은 갤러리들이 운집하여 1번홀을 티오프한 여러 선수들의 대장정을 배웅해 주고 있었습니다.
18번 홀에서 만나자고.
김지현 프로 어머님께서 친구분과 오셨길래 반갑게 맞이하면서 오늘 **씨(김 프로 오빠) 안왔는지 여쭤보니 오늘도 선약이 있어서 못왔다고 합니다.
지난 한국오픈 이후로 계속 못봐서 왠지 아쉬운 마음 가득입니다.
앞조 고진영 안시현 박채윤 선수가 티오프 한 후 김지현 프로와 김해림/송민지 프로가 차례로 티잉 그라운드에 등장합니다.
소개 멘트가 있을 때 김지현 화이팅!! 크게 외쳐 주면서 저 또한 오늘의 대장정을 한껏 응원해 줍니다.
김지현 프로가 먼저 티샷을 하는데 호쾌한 드라이버샷에 볼도 페어웨이 중간으로 잘 날아갑니다.
확인과 동시에 다시 한번 굿 샷~!! 김지현 화이팅!! 외쳐 줍니다.
이 순간이 정말 짜릿하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김효주 프로의 스윙 폼 못지 않게 김지현 프로의 스윙 폼 정말 유려하고 부드럽다고 생각됩니다.
따라해 보고 싶은.
계속 느꼈던 것이지만, 오늘 핀 위치 꽤 어렵게 세팅 되어 있습니다.
1번 홀부터 김해림/송민지 프로 보기를 하는 와중에 김지현 프로는 무난히 파를 기록합니다.
2번 홀 파 3. 티샷이 핀 왼쪽 4~5미터 부근에 떨어지고 버디 하기에는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볼이 홀컵으로 들어갑니다.
첫 버디로 3언더가 되었고 김해림 프로는 연속 보기로 2라운드까지 벌어놓았던 타수를 다 잃고 이븐파가 됩니다.
3번 홀을 파로 마친 후 4번 홀 파 5에서 티샷이 러프로 간 후 써드 샷이 벙커로 , 벙커샷이 다시 앞 벙커로 들어가 5 온 하였는데 그래도 핀에 잘 붙여 보기로 마무리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5,6,7번 홀.
먼저 5번 홀 파 3에서 티샷을 핀에 붙여 버디 기록하면서 멋지게 바운스백 후 6번 홀 파 4에서도 세컨샷을 핀 2~3미터에 붙이는 연이은 기막힌 아이언샷을 보여줍니다.
세 명의 선수가 옹기종기 핀에 붙인 가운데 김지현 프로가 먼저 버디로 홀아웃을 하고 김해림 프로도 첫 버디 기록, 송민지 프로는 아깝게 파로 마무리.
7번 홀 파 5. 써드샷이 이번에도 핀에 나름 가깝게 붙어서 지난 대회 직관 못했었던 3 홀 연속 버디를 이번에는 볼 수 있는건가 기대를 하였습니다만, 마치 제 욕심이 과했던게 들키기라도 한 마냥 아깝게 홀을 비켜가고 맙니다. 아쉽게 파로 홀아웃.
8번 홀은 김지현 프로가 1,2라운드 계속 보기를 했던 홀인데 오늘은 파로 잘 마무리 합니다.
그런데, 9번 홀 파 4. 전 홀에서 마음이 놓였던 것일까요.
9번 홀은 그린이 1번 홀 티박스와 가까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갤러리들이 9번 홀 그린에도 많이 모여 있어서 마치 18번 홀 그린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린으로 이동했을 땐 이미 많은 갤러리들로 인하여 먼발치에서 퍼팅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다른 홀과는 다른,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흔들렸던 것인지, 어렵지 않게 파세이브를 할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짧은 파펏을 놓쳐서 이번 대회 유일한 쓰리펏을 기록합니다.
보기로 마치면서 전반 1언더, 합 3언더.
10번 홀로 이동하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내가 이렇게 아쉬운데 김지현 프로 본인은 어떠할까? 7번 홀의 아쉬운 버디 실패가 9번 홀에 영향을 미친것일까? 4번 홀 첫 벙커샷이 온 그린만 했더라면 파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다시 맘을 다잡기를, 나는 갤러리로 김지현 프로를 응원하러 온 것이지 경기를 분석하러 온 게 아니지 않은가? 이런 태도 또한 김지현 프로에게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 터, 매 홀 열심히 응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합니다.
말은 그렇지만, 집중력이 떨어진건지 사실 후반 홀 몇홀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기억나는 건 홀 이동할 때 표지판을 따라서 이리 저리 미로를 헤맨 거 같은.
계단식 논도 아니고 아래 위층을 오가며 이동하느라 갤러리 동선도 겹치고. 메이저 대회인데 좀 아쉽군..
그나마 중간중간 비치되어 있는 생수로 갈증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생수를 총 3개를 마셨더군요.
갤러리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매 홀 그린마다 그늘에 자리 펴고 관람하는 갤러리들이 많았는데요.
이동해 가면서 그린에 있다 보면 이번에 누가 친거야?, 저 조는 누구누구지? 하면서 편성표를 들여다 보는 갤러리들이 눈에 띄는데, 김지현 프로 샷을 보면서 탄성을 자아내고 박수 쳐주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제가 다 으쓱합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세 분이 나누는 얘기 중, "김지현이 애가 인물이 좋아,공도 잘 치고" 그러시길래 '그쵸? 진짜 잘하죠?' 속으로만 거들었습니다.
대회 주최측에서 후반 나인 홀은 세팅을 더 어렵게 했나 봅니다.
핀 위치가 아주 앞 핀이거나 2단 그린 애매한 곳이어서 후반 스코어 줄이기가 더 어려운 가운데 14번 홀까지 굿 파세이브가 이어집니다.
아마도 갈고 다듬은 아이언 샷이 위력을 발휘하나 봅니다.
그런데 15번 홀 - 올해 모든 대회 파 4 중 가장 길이가 긴 홀에서 세컨샷이 그린에 못 미쳐 러프로 갔고 풀이 길다 보니 웨지샷도 핀에서 약 5~6미터 앞에 떨어집니다.
원펏으로 마무리해 주기를 바랐으나 살짝 지나쳐서 보기로 마무리.
16번 홀 파 3 또한 티샷이 핀을 지나쳐 아래 단으로 내려가 꽤 긴 거리의 버디펏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버디펏이 약간 짧아서 파펏을 넣지 못하더라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거리를 남겨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때가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홀 보기에 이은 연속 보기가 되면 top10에 드는 것이 좀 어렵지 않을까, 꼭 넣었으면 좋겠다 싶은 맘이었는데 볼이 천천히 굴러가더니 홀컵으로 쏙 들어갑니다.
굿 파 세이브!! 버디만큼이나 기분 좋은 파.
17번 홀 보기 상황은 의외로 생각이 잘 안나는데 세컨샷이 그린에 못 미쳤고 쓰리온 후 투펏으로 마무리한 걸로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어느 몰지각한 갤러리가 김지현 프로 어드레스 때 찰칵 사진 찍는 바람에 어드레스를 풀었다가 다시 티샷 하는 상황이 있었고 모든 갤러리들이 한심하다는 듯 그 사람을 쳐다보는..제발 에티켓은 지키고 살았으면.
마지막 18번 홀 파 5.
보기 후 티박스로 이동하는 김지현 프로에게 라스트 홀 화이팅~이라고 얘기해 주니 김지현 프로 특유의 시크한 표정을 짓습니다.
티샷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 간 후 세컨샷 우드로 핀까지 거리 약 60~70미터 남겨둔 상황에서 오늘의 베스트샷인 써드샷이 핀을 지나 3미터 쯤에 떨어지더니 백스핀으로 홀 1미터 이내로 붙습니다.
18번 홀 그린의 수많은 갤러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일품 샷이었습니다.
다른 두 선수가 파로 마친 가운데 김지현 프로 홀로이 버디로 마무리.
후반 나인홀 1오버로 오늘 이븐 파, 토탈 2언더파 공동 10위로 top10 기록.
플레이를 끝내고 그린을 빠져 나오는 김지현 프로를 보면서 나이스 버디를 외쳐 주는데 김 프로 표정이 매우 홀가분해 보입니다.
밝게 웃는 표정을 보니까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하이파이브를 시도해 볼걸 그랬어요.
스코어카드 제출하고 다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길이 엇갈린건지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김지현 프로와 어머님께도 인사를 못 나누고 아쉽게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하여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주차장 쪽으로 친구분과 걸어가시는 어머님 모습을 보고 다시 내려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갤러리 갈 때마다 인사를 드려서 그런지 그냥 가면 왠지 오늘 할일을 덜 한거 같은 마음이었거든요.
돌아오는 길이 참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 편안함에는, 김지현 프로의 플레이를 보면 볼수록 갤러리로서의 참맛을 알게 된다는 것, 오늘 정말 멋진 플레이를 보게 된 만족감, 마음 먹었던 전 홀 갤러리를 해냈다는 것, 마지막의 이산가족 상봉과도 같은 극적인 인사까지..
더할 나위 없는 하루였습니다.
이번 주 휴식 후 8월 3개 대회 - 제주 삼다수, 보그너 MBN, 하이원리조트 - 는 직관이 어려울 듯 합니다.
한 번 정도는 꼭 시간을 내서 가 보고 싶으나 마음만 그렇게 될 수도..
김지현 프로님,
한 주 잘 쉬시면서 맛난 거 많이 드시고 유려한 드라이버샷, 날카로운 아이언샷감, 기복없는 퍼트 잘 유지하셔서 다음 대회에도 멋진 플레이 보여 주세요~^
응원 횟수 0
첫댓글 생생 합니다..
너무나 잘쓰시는것 같아요..
후기글 감사 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번엔 좀 차분히 쓰려고 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말이 많아지네요^^;
ㅋㅋ 제가 현장에 있는듯한 후기네여...잘 읽었습니다^^ 갤러리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아쉬웠던 퍼트가 많아 지현프로님이 열받았다는 소문이..ㅋㅋㅋㅋㅋ
네, 어머님께서도 9번 홀 쓰리펏을 김지현 프로가 계속 아쉬워했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구요^^
데이먼님 고생하셨고, 생생한 후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재밌게 잘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버디사냥님 올리시는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글이 살아있네요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네요....
수고라고 할것도 없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거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