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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단풍, 백구(白拘) 그리고 끝을 향하여 (13구간)
1. 일자: 2016. 10. 15 (토)
2. 봉우리: 광덕산(1046m)
3. 행로/시간
[광덕고개(09:30) -> 광덕산(10:47) -> 기상관측소(11:00) -> 상해봉 갈림(11:20, 990m) -> 회목현(11:35) -> 회목봉1(12:18~55, 1030m) -> 회목봉2(13:14, 1027m) -> 930봉(12:03~10) -> 전망공터(14:18) -> 하오현(14:30, 742m, 회목봉 2km) -> 하오현 도로(14:48)]
4. 참석자: 바람님, 산거북님, 유박사님, 한설지님, 까막바위님, 아이넷님아카님, 명동, + 백구.
< 한북정맥 13구간 산행을 준비하여 >
이런저런 이유로 끊겼던 288과의 한북정맥 산행을 재개한다. 이제 두 구간 남았다. 과정이야 어쨌건 끝은 함께 해야 한다. 광덕고개~수피령이 한북정맥의 하이라이트 이니 더욱 의미가 있다. 늘 그렇듯 날머리 고민이 시작된다. 광덕고개에서 시작되는 이번 구간을 하오현에서 끊으면 9km 남짓으로 너무 짧고, 수피령까지 이어 가자니 23km가 넘어 10시간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해도 짧아지고 자칫 날이 어두워 하산하게 돼 위험해진다.
트랭글을 살피다 적당한 대안을 찾아낸다. 광덕고개~실내고개 17.5km, 정맥 길은 14km 남짓이고 이후는 임도 3.5km를 내려서 실내고개까지 간다. 무엇보다 실내고개~다목리 시외버스 정거장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좋다. (지난 주 대성산 산행에서 확인했다.) 하오고개에서 택시를 부르면 꽤 먼 거리라 부담이 되었는데 다행이다. 걷지 않아도 되는 접속구간을 걷는 게 부담이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 정맥에서 빗겨 있으나 북녘 땅이 잘 조망되는 복계산을 왕복하려면 여유를 가져 두는 게 현명하다. 밴드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야겠다.
구간을 나누어 본다. 광덕고개~회목현 5.5km 2시간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길이 순해 거리에 비해 소요시간이 길지 않다. 상해봉을 다녀오면 20분 더 소요), 회목현~하오현 4km 2시간, 하오현~1082봉 5km 2시간 30분, 실내고개 접속 3.5km 60분, 식사 포함 8시간의 만만치 않은 코스가 설계된다. 날이 선선하니 조금 길어 그렇지 크게 부담은 없다.
한북정맥을 시작하며 옥혜님이 제공한 자료에서 이번 구간의 대강을 살핀다. 나와는 반대로 수피령에서 길을 시작했는데, 현장감 유지를 위해 그대로 인용해 본다. [벙커가 있는 1082봉에선 사방이 조망된다. 날씨만 허락된다면 설악산까지 조망되는 곳이다. 좌측으로는 대성산으로 올라가는 군도로가 보이며, 우측으로는 만산 좀 더 눈을 돌리면 백적산과 성산 그리고 장군산, 두류산, 창안산 등이 조망된다. 1082봉이 두류산을 중심으로 한 세 줄기 길을 감상하는 키 포인트라 하겠다. 봉우리를 내려서면 헬기장을 지나고, 군안내판을 지나자마자 또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복주산이다. 삼각점이 박혀 있지만 정상석은 10분 정도 더 가 1,152m라고 표기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후 헬기장을 지나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을 지나면 우측으로 잠곡저수지가 보이면서 이내 하호현이다.
하호현 터널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 둘을 지나 회목봉에 닿는다. 이제부터 광덕산의 탁구공 같은 기상관측소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며, 우측으로 상해봉이 클로즈업되고 이내 회목현이다. 정맥 마루금은 여기서 좌회전해 광덕산 기상관측소를 지나게 된다. 관측소 철책을 지나면 바로 정상석이 있는 광덕산이며 여기서 우틀하면 자등현을 지나 억새로 유명한 명성산에 이어 보장산을 거쳐 영평천으로 잠기는 52.3km의 명성지맥이 된다. 광덕산에서 직진하는 마루금은 광덕고개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다 고개로 내려서기 전 663에서 삼각점을 보고 떨어지면 구간이 마무리된다.] 현장감 넘치는 글이다. 머릿속에 대강을 갈무리 해 둔다.
< 희망사항 >
지난 주 홀로 남한 땅 한북정맥의 끝이라 할 수 있는 대성산을 다녀왔다. 끝을 경험하고 중간을 가는 기분이 묘하다. 마치 정맥을 마무리하고 보충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그러나, 바다를 본 자는 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했다. 정맥은 길의 연속이다. 과정을 소중히 하자.
대성산에서 남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랜드마크 역할을 해 주던 곳이 바로 광덕산이다. 홀로 광덕산에 오른 지 벌써 8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미리 갈 곳도 정하지 않고 아침 일찍 시외버스터미날로 향했고 시간이 맞는 버스가 광덕고개로 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향했던 바로 그 산이 광덕이다. 옛 사진을 들여다 본다. 지금보다 배가 조금 덜 나왔고, 머리 숱이 조금 더 많은 것 말고는 변한 게 없다. 나이가 들어도 예전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 기쁘다. 꾸준한 산행이 비결이리라.
지난 몇 주 혼자 산을 쏘다녔더니 한갓짐이 쓸쓸함으로 변해가려 한다. 이제 다시 벗이 있는 산행을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단풍이 물들어 가는 숲 길을 함께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 보고 싶다.
(여기까지는 산행 전 준비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달랐다.)
< 광덕고개 가는 길에 >
먼 데서 오는 님이 계실까 하여 버스 시간을 07:30로 늦췄는데 워낙 부지런한 분들이라 7시 전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한설지님, 아이넷님, 까막바위님이 합류하여 참석자가 8명이 된다. 예약을 해 둔 터라 앞자리에 앉아 시원하게 펼쳐지는 한강 주변 풍경을 조망하며 간다. 한강을 품고 있는 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풍요롭다. 내가 사는 주변의 명소를 알아보고 보듬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 믿는다.
운악산, 일동, 이동, 백운계곡을 지나 광덕고개에 도착한다. 미세먼지 걱정을 했는데 날이 참 맑다. 경기도와 강원도가 나뉘는 지역, 곰 상징물 앞에서 사진 한 방 찍고는 입산한다. 7명이 나란히 서니 화면이 꽉 찬다. 든든하다.
< 광덕고개에서 회현목 >
09:30, 곰 상징물 뒤편으로 난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오른다. 도로를 따라 가다 음식점 뒤편으로 접속해도 되지만 정맥 길을 따라 오른다. 한소끔 오름 끝에 솔밭이 펼쳐지는 순한 길이 이어진다. 색이 바래는 숲에 청명한 가을 햇살이 파고 들어 은은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콧속이 뻥 뚫리는 청량감이 상쾌하다. 화려할 것 없는 평범한 숲이건만 그 평범함이 만드는 조화를 보며 걷는 기분은 더없이 편안하다. 10:10, 붉은 단풍이 예사롭지 않은 바위를 지난다. 거친 오르막에 후미가 뒤쳐지고 선두는 많이 앞서 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얀 개 한 마리가 보인다. 삶은 계란 하나를 얻어 먹더니 동행이 되어 앞서가며 길 안내를 한다. 저러다 가겠지 하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온갖 재롱이 떨며 곁을 떠나지 않는다. 특히, 바람님과 한설지님과는 단짝이 돼 버린다.
< 광덕고개 / 광덕산 >
정상이 0.6km 남았다는 이정 부근에서 간식을 먹고 간다. 어느덧 고도는 1000미터에 육박한다. 고도 부담이 없어지니 편안한 마음으로 광덕산으로 향한다. 우측으로 보이는 기상관측용 돔이 랜드마크 역할을 해 준다. 삼삼오오 짝지어 걷는다. 오가는 대화는 대개가 지난 산행과 앞으로 갈 산행에 대한 얘기들이다. 자연스럽게 11기 백두대간 지리산 구간 참가가 화제에 오른다. 이 가을, 종주는 아니어도 반야봉에 오르고 벽소령으로 하산하며 물드는 지리의 가을을 함께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바라던 바다. ^^
10:47, 광덕산 정상에 도착했다. 예전 초라하던 비석은 커다란 놈으로 바뀌었고 주변도 정비되어 제법 정상의 풍모를 갖추었다. 그새 음식을 좀 더 얻어 먹은 백구는 더 살갑게 바람님과 장난을 치며 논다. 이빨의 건강도로 보아 젊다. 진돗개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는 행동이 영리하다. 일행의 관심이 온통 백구에게로 쏠린다. 모두 새 식구의 등장을 반긴다.
< 광덕산 가는 길 풍경 >
축구공 모양의 둥근 돔에 이끌려 길을 이어간다. 평지가 한동안 이어진다. 길에는 온통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마루금을 걷는 마음이 편안하다. 공사가 한창인 기상 돔을 지나니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예전엔 임도 수준이었는데 포도로 바뀌었고 그 밑에는 ‘화천 조경철 천문대’라는 신축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국적 풍경이다. 시야가 확 트인다. 전방으로 뾰족이 솟은 봉우리가 상해봉이리라. 너울지는 산등성이가 원근감을 느끼게 한다. 눈이 시원하니 마음도 넓어진다.
< 천문대 앞에서 / 상해봉을 바라보며 >
도로를 따라 회목현으로 내려선다. 전방으로 조망되는 풍광이 워낙 좋아 룰루랄라 하면 내려선다. 볼 게 많으니 속도가 영 나지 않는다.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후미로 쳐진다. 아이넷님의 노란색 옷이 화면을 압도한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엊그제 본 것 같은 편안함이 좋았다.
천문대에서 상해봉 갈림까지는 지척이다. 우뚝 솟은 상해봉은 바다 위에 솟은 섬 같다, 아이넷님은 봉우리에 갔다 오자 한다. 반응이 시큰둥하다. 나도 전에 다녀온 곳이라 내키지 않는다. 현 실제들의 무관심에 옛 대세의 의견은 수그러든다. (나중에 날머리가 하오현으로 결정되자 상해봉이라도 다녀 올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ㅋㅋ) 신설된 도로로 인해 회목현 가는 등로 찾기가 여의치 않다. 물론 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꺾으면 되겠지만 산꾼 마음이 어디 그러냐, 굳이 거친 숲을 헤치며 산길을 고집한다. 덕분에 빠알간 단풍나무가 멋진 곳에서 사진 몇 장을 더 찍었다. 가을 색이 곱다. 거친 길을 내려선 보답이리라.
11:35, 회목현에 도착했다. 길이 나뉘고 회목봉으로 가자면 거친 비탈을 치고 올라야 한다. 이내 제대로 된 등로에 접어든다. 백구가 갈대 뒤편에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무엇에 걸렸나 하고 다가가니, 등을 공 모양으로 말아 올린 고슴도치를 발견하고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제 딴에는 사냥감 하나를 발견했다 여기나 보다. 괴이한 모습에 놀라 난 자리를 뜬다. 한바탕 소동 후 백구는 이내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앞서 간다. 참, 매력 잇는 놈이다.
회목봉까지는 한참을 치고 올라야 한다. 주변 이곳 저곳을 살피나 보니 언제나처럼 후미에 쳐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천천히 길에 순응하며 나아간다.
< 회목현 하는 길에 >
< 회목현에서 하오현 >
회목현의 고도은 800미터 어름, 회목봉이 1027m로 비고는 그리 크지 않으나 지도상 봉우리 표시가 몇 있는 것으로 보아 오르내림은 있다. 날이 예상외로 덥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일행들의 말수도 적어진다. 변화 적은 길, 묵묵히 걷는 행위만이 계속된다. 아카님이 뒤로 조금 쳐져도 여전히 대간 종주꾼의 풍모를 보이며 사색하듯 걷는다. 그 뒤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걸어간다. 간간이 돌아보는 하늘 밑에는 여전히 기상돔이 버티고 서 있다.
890봉, 1023봉을 지나고도 한참을 치고 오르고 내리가를 반복한 끝에, 긴 오름을 다시 치고 오르자 트랭글 부저가 울린다. 회목봉이 지척이다. 봉우리 밑 공터에 자리를 편다. 시간은 12시가 훌쩍 넘었다. 준비한 음식들이 배낭에서 풀려 나온다.
한설지님이 준비한 골뱅이 무침은 바리바리 싼 재료들의 정성에 일단 감탄한다. 본 재료 말고도 깨소금에 오이와 사과 슬라이스까지 세심한 배려에 놀란다. 풍성한 재료에 까막바위님의 버무리는 손맛까지 더해져 먹음직스러운 골뱅이 무침이 완성된다.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다음은 아카님표 김밥, 새벽에 직접 싼 것이라는데 일단 그 맛이 일품이다. 평범한 속 재료만으로도 비범한 맛을 만들어냈다. 먹을수록 손이 더 가게 만드는 그런 집 밥의 매력에 빠진다. 까막바위님 아들이 만들었다는 김치볶음밥도 일품이다. 김에 싸 먹으니 더욱 별미다. 이외 삶은 계란에 빵에…. 백구는 설치지 않고 주는 음식을 나름의 판단으로 구분하며 먹고, 갈무리 해 둔다. 음식을 보고 밉살스럽게 덤벼들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 품격이 있는 개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눈을 가져 더욱 사랑스러웠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고 유박사님 커피로 입가심하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늘 그렇듯 오늘도 빈 손으로 와 포식을 한다. 여러분들의 베품에 감사할 따름이다.
< 즐거운 식사시간 >
묵직해진 배를 안고 바로 위 회목봉에 오른다.
좁은 바위 벼랑이다. 높이로는 이곳이 정상인데 지도에는 바로 앞에 또 회목봉 표식이 있다. 앉음새가 좁은 까닭이리라. 봉우리를 돌아 나와 뱃속 음식이 소화될
무렵 널찍한 봉우리에 도착했다. 이곳에도 정상석은 없다. 누군가
만들어 둔 종이 표식이 있을 뿐이다. (13:14)
잠시 숨을 고른다. 회목봉을 돌아나오며 제법 험한 바위지대가 있어 백구는 돌아갔겠지 하고 살피니 한설님을 따라 앞장 서 걷고 있다. 볼수록 영특한 개다. 정맥 길에 친구 하나를 더 얻었다.
하오현까진 남은 거리는 2km 남짓이다. 실내고개까지 가자면 빠듯하겠다 생각하던 차에 날머리를 어디로 할 것인가 하는 얘기가 공론화된다. 자칫 지연되면 어두워 실내고개에 닿게 되고 남은 거리도 만만치 않으니 하오현에서 끊어 가자는 게 대세다. 욕심은 났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최종 결정은 하오현까지 가서 결정하기로 한다.
이제 하오현까지 내려만 가면 되겠지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키 작은 단풍나무가 곱다. 산을 오래 다니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지만 웬만해선 산에서 감동할 만큼 화려한 단풍 군락을 보긴 쉽지 않다. 자연 숲은 대개 여러 수종의 나무들이 공존하고, 각기 잎이 물드는 시점이 달라, 부분 부분은 몰라도 숲 전체가 화려하게 물드는 모습은 사진이라면 몰라도 실제로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회목봉 정상에서 본 키는 작지만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단풍에 눈이 오래 머문다.
한참을 내려서 이제 하오현이 멀지 않았겠거니 하는데 봉우리가 나타난다. 지도를 살핀다. 930봉이다. 헐, 또 올라야 하나 보다. 마음을 굳힌다. 13구간의 날머리는 하오현이다.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마음이 편해진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건 심적 부담이 큰가 보다. 봉우리 부근에서 쉬어 가기로 한다. 남은 음식들이 꺼내진다. 주변에 노목들이 비탈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 색조가 은은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르렀는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풍요의 계절을 맞는 희망이 공존한다. 가을이란 본래가 그런 공존의 느낌을 들게 하는 계절인가 보다.
930봉을 내려서자 널찍한 공터가 나타난다. 가야 할 복주산이 올려다 보인다. 그 앞 봉우리도 만만치 않다. 저길 오를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조금 전 결정을 합리화하는 생각과 말들이 쏟아진다. 후미 일행을 불러 세운다. 복주산 능선을 배경 삼아 근사한 사진 한 장이 만들어진다.
< 가을의 정취 >
폐 타이어로 만들어진 계단이 등장한다. 출발 전 정리한 기록에 등장했던 지형이다. 하오현이 멀지 않았다 증거다. 시간은 2시 30분으로 달려간다. 사창리 택시를 부른다. 곧이어 고개 갈림이 나온다. 직진하면 복주산이다. 걸음을 우측으로 튼다. 임도는 생각보다 멀었다. 임도를 따라 1km 가량 내려간다. 산 길이 끊기고 도로가 나타난다. 일행을 데려갈 택시가 도착해 있다. 한동안 잊혀졌던 백구의 모습이 보인다. 곧 이별인데…. 다들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불과 몇 시간의 만남이었건만, 그 만남의 인연은 긴 여운을 남긴다. 택시가 출발하자 한동안 쫓아 오는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 가야 할 한북정맥을 배경 삼아 >
< 에필로그 >
동서울 식당에서의 아침 만남, 버스 안 잠을 청하는 모습들, 들머리에서의 웃으며 찍었던 사진, 담소를 나누며 숲을 걷는 풍경, 왁자지껄 흥에 겨운 식사, 때와 장소를 가리며 품격을 보여준 영리한 백구, 아쉬운 이별…. 기억의 점들이 모여 만든 소묘들이 서로 연결되어 추억을 만든다. 그 속에는 먼 길을 함께 한 동지들과 백구 그리고 숲과 나무와 바람과 햇살이 있다. 늘 비슷하면서도 다른 산의 느낌, 등산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정맥 길은 끝을 향해 달려 간다. 아쉬움과 함께 작은 완성이 기다려진다. 만남은 또 다른 만남을 낳는 법. 일단은 다음 주말 함께 하는 지리산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백구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 한북정맥 13구간 궤적 >
< 바람님과 백구 >
첫댓글 백구와 함께 산행한 시간이 아련하게 생각납니다 . 남은 한구간 멋지게 마무리 해요. ^^
전 땜빵이 남았지만. ㅎㅎ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