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돌 지난지 얼마 안되었는데, 감사하게도 생각지도 않은 세째를 주셔서
밖에서 둘, 안에서 하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겨울... 두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놀아줄 지가 아주 고민입니다.
내년이 되면 의진이가 샘물 유치원에 들어갈테니...
딱 그 전까지 이 겨울이 고비입니다.
사내아이라 하루에 한번 쯤은 밖에 나가서 그네라도 신나게 태워줘야 하루종일 뚝 떨어져 혼자 잘 노는데...
날이 춥다, 엄마 몸이 힘들다, 동생이 잔다. 여러가지 이유로 집안에만 있네요.
그러다 보니 엄마만 잡습니다.
돌이 지나 한참 분리 불안이 생긴 여진이는 엄마가 잠시라도 떨어지지를 못하게 합니다.
성향이 다른 두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는게 여간 쉽지 않습니다.
한 아이는 나가 놀자 하고, 한 아이는 졸려하고...
한 아이는 배고프다 하고, 한 아이는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하고...
집안은 블럭과 장난감으로 꽉차서, 유치원 저리가라입니다.
차라도 끌고 다니며, 여기 저기 놀리면 좋으련만...
뚜벅이 신세는 멀어야 마트요, 가까운 놀이터라도 가면 좋으련만, 동장군이 몰아치면 그마저...땡!!
친구를 집으로 불러도 엄마들은 초긴장입니다. 싸우는 아이들 뜯어말리느라...
어느 날 남편이 일 보는 동안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을 놀리며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신나는 장난감, 놀이 기구에 의진이가 혼자서도 돌아다니며 잘 놀았습니다.
그러더니 30분이 지나자 제게 와서 하는 말...
"엄마, 심심해 집에 가자... 친구들이 나랑 안놀아줘"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사는 동네도 아니고,
대부분 엄마들은 아는 엄마들과 함께 와서 오랜만에 아이들을 떼어버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떱니다.
이미 아이들은 친구를 데리고 놀러 와 있었습니다. 그러니 낯선 의진이를 놀이에 끼워줄 리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또 제가 나섰습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요즘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장난감이나 기구가 있어야만 놀고...
모르는 친구에게 끼어서 함께 놀이를 하며 친해진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억지로 동갑 아이와 놀게 해주려해도, 아이들은 서로를 비교하며 누군가가 누군가를 놀려댑니다.
제 어릴 적엔 동네 공터에만 나가면 언제나 언니 오빠들, 친구들이 있었고,
땅따먹기나 돈까스, 38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를 했었죠.
우리 어린 시절엔 매일 매일 해도 질리지 않던 놀이였는데,
놀이를 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의 장점과 약점에 따라 놀이 규칙을 수정하기도 하고
또 깍뚜기가 있어서(전 맨날 깍뚜기였죠..ㅋㅋ) 한참 어린 동생들도 놀이에 끼워주곤 했었죠.
지금은 이런 놀이는 규칙도 잘 모르지만... 같이 어울려 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놀이터에서 이런 놀이 하는 어린이들을 많이 못본것 같아요.
우리 때 놀면서 불렀던 노래들이 동시, 동요집에 나와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그렇습니다.
또 겨울에 얼음이 얼면, 푸대자루 끌고 썰매타고, 눈 오면 눈사람 만들고, 눈 싸움하고...
겨울이면 겨울 대로 놀 거리는 항상 풍성했었는데...
밤이면 엄마 고무줄 치마 하나씩 들고 나와서 수퍼맨 놀이에, 엄마 아빠놀이, 귀신 놀이..놀꺼리는 늘 있었죠..
의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럴까요? 학교에 다니면 좀 나아질까요?
어쨋든 핸드폰과 아이패드, 게임기에 매달려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그저 안쓰러울 뿐입니다.
의진이도 그런 친구들 곁에 목을 내밀고, 한 참 참견을 해보지만, 게임기는 가진 자의 것...순서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느 날 의진이가 빈 상자를 핸드폰이라고 하면서 상상으로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놀아야 하는 지도 가르쳐야 하겠죠?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흥을 돋구고, 규칙을 세워가고, 의논하는 그런 놀이가 그립습니다.
이 겨울 모하고 놀아주세요?
첫댓글 긴 겨울 방 안에서 고구마 삶아 먹고,
방에서 키운 콩나물 넣고 국시기(김치+국시?+식을 밥) 끓여 먹으며
지냈던 추운 겨울 시골 기억이 납니다.
샛째가 생겼다구요?????
추카추카 합니다.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 전해야 겠어요.
정말 기뻐요.
"기쁘다, 셋째 주셨네!!!"를 찬양해야 겠어요!
저도 어릴 때 늘 깍두기 했어요 ㅋㅋ 워낙 몸치인지라...
저도 체력이 넘치는 아들 둘 데리고 매일 고전 중입니다.
엄마는 그저 집안에만 있고 싶은데
아들 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찬 바람이 부나 밖에 나가려고 하거든요.
감사하게도 저는 청소년 딸 둘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누나랑 한 바퀴 돌고 와! 하면 되거든요. 부러우시죠?
비활동적이며
아이 넷 성향을 다 맞춰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제가 터득한 방법은
아이들을 심심하게 하라 입니다.
심심하게 내버려두면
아이들은 놀거리를 생각해 냅니다.
아이들의 창의성이 극대화 되는 경험을 하실거예요
빈상자로 핸드폰 상상 놀이를 하는 의진이처럼요
그리고 셋째 축하드립니다.
큰 딸 예림이가 돌 지나자마자 바로 둘째 예솔이를 임신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몸은 바빠서 무척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참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형제들끼리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평생 살게 될테니까요..
지금부터 한 3년 몸이 아주 바쁘실테지만
그 시기만 잘 지내시면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아주 좋고 멋지고 든든한 가족이 만들어질 거라 확신합니다.
특별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축하드려요.
사모님. 든든한 두 딸들... 심히 부럽습니다. 아~제가 쫌만 일찍 결혼했어도 지금쯤 우리 딸에게 막둥이를 맡길 수 있었을텐데...
겨울을 나는 비결은 결국 뭐 잘 먹이고. 심심해도 스스로 찾아서 놀게 하는 것이로군요.
의외로 쉽네요.
이이들 심심하단는 소리가 젤루 난감합니다
맞아요 요즘 아이들 노는 문화가 우리때랑은 많이 다르더라구요. 저희는 7살부터 3살까지 여아 넷이라 밖에 가자 소리 안 나올 만큼 엄청 잘 노는 편입니다. 대신 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질러지지만요ㅋㅋ
요즘 제가 동네 애들 모아놓고 고무줄놀이 실뜨기 같은거 가르쳐주거나 보여주곤했는데 애들이 지속적잇 관심을 안 보이더라구요 컴퓨터 문화에 익숙한걸 보니 안타까워요 셋째 축하드리고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