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09] 빅쇼트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를 꽤 좋아한다. 인 사이드 잡, 마진콜 그리고 기억은 안나지만 세계 1% 슈퍼리치들인가 무슨 다큐멘터리 등을 봤는데 (곧 ‘이니콸러티 포 올’도 볼 예정) 이 영화가 가장 대중성과 전문성의 밸런스를 잘 갖췄다고 생각한다. 인 사이드 잡이나 위의 다큐멘터리는 둘 다 종류가 다큐멘터리인지라 금융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살짝 지루할거다. 마진콜의 경우 금융지식을 최대한 낮추고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느라 ‘금융위기’ 자체를 살짝 잃었다. 중간 중간 늘어진 부분도 있어 재미부분도 아쉬웠던 영화다.
빅쇼트는 금융위기 직전 미국 경제 붕괴를 예감한 4명의 천재들이 CDO를 공매(미국 붕괴에 배팅)한다는 건데, 중간에 각종 이해관계를 보여준다. 은행을 감시해야 하는 관리자가 은행에 스카우트 되거나 투자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사람의 연봉이 투자처에서 나온다거나 (쉽게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시민단체들이 정부에게 지원을 받는 걸 생각하면 됨)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보너스를 챙겨 스트립 쇼에서 탕진하는 모습, 마지막에는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금융위기를 주도한 사람들은 전혀 처벌받지 않는 것까지.
끝으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이 있다. 아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융위기를 예측한 두 명이 미국의 경제가 무너질 거라는 것에 배팅하는 거래를 성사시킨다. 둘은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기쁨에 춤을 춘다. 그 때 브래드 피트는 둘에게 “춤추지 마라”며 화를 낸다. 둘은 계속해서 휘파람을 불며 춤을 춘다. “왜요? 방금 우리는 거래를 성사시켰잖아요!! 그 기쁨을 표현하면 안 되나요?”라 반문한다. 그러자 브래드 피트가 말한다. “우리가 방금 뭘 한 건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질 거라는데 베팅한 거야. 우리가 맞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고!! 1%의 실업률이 오르면 몇 백만의 사람들이 자살하는 거야. 춤추지 마.”
이 장면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한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