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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향기 가득했던 봄날의 마카밸리 트래킹 - 2 <DAY 1 : 징첸 - 유르체 - 간다라 BC > |
우리팀의 현지 가이드인 세왕 툰둡이 내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선생님팀은 제가 지금껏 함께 한 모든 트래킹팀 중에서 가장 느린팀입니다." 물론 조금은 농담이 섞인 말이지만 이번에 함께 한 우리팀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인 듯 하다. 분명히 우린 기록을 재거나 목숨을 걸고 단시간에 목적지까지 정복하듯이 가는 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척박하지만 아름다운 북인도 히말라야의 장엄한 풍광을 감상하며 그 속에서 살고 있는 티벳탄 후손들의 숨결도 느끼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다. 트래킹은 단지 그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가이드가 내게 했던 말은 기분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마카밸리 트래킹의 목적과도 같은 말이다. 이제 해당화 향기 가득했던 느림 속의 마카밸리 트래킹 이야기를 시작한다. |
<지도는 인도 현지 하얀히말라야 여행사에서 협찬받은 것으로 무단사용을 금합니다.> 북인도 마카밸리 트래킹은 네팔 트래킹과 비교하자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자 가장 기본적인 인도의 트래킹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의 수많은 트래커들이 다녀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곳에서도 심심찮게 우리나라 트래커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둘씩 여행사의 상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상품은 고소적응 기간을 하루정도만 가지고 출발하여 고소증으로 무척 힘들어하는 트래커들을 보기도 하였고 우리와 같이 징첸에서 출발하는 오리지널 코스(지도상으로 붉은색 표기)가 아닌 칠링(녹색 표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징첸에서 시작하면 조망할 수 있는 간다라패스에서 바라보는 웅장한 히말라야를 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싱고협곡 또한 볼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마카밸리 트래킹은 아닌 것이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닌만큼 누구든지 마카밸리 트래킹을 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고소적응 시간과 함께 붉은 색으로 표기된 징첸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선택하기를 권한다. |
이번에는 나를 포함한 9명의 길 친구들과 8명의 스텝, 그리고 짐을 운반하는 14마리의 말들과 함께 징첸에서부터 시작하였다. |
언제나 그렇듯이 출발하는 모습에서 화이팅이 느껴진다. |
척박한 돌산의 단층면들이 아주 오랜 옛날 엄청났었던 지각운동을 상상하게 해준다. |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모습의 돌산들이지만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이곳만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
네팔의 수많은 트래킹코스나 그랜드캐년 같은 곳은 웅장한 풍경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걷는 느낌이라면 이곳의 트래킹은 풍경 속에 들어와서 걷는 느낌이다. |
협곡사이를 걷는 느낌은 그저 풍경을 조망하는 제 3자의 느낌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인 것이다. |
그리고 이곳은 트래커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지금도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들이 주인인 길이다. 우린 단지 이길을 그들과 함께 잠시 지나갈 뿐이다. |
자연이 선물해준 웅장한 풍광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즐기면서 걸을 뿐이다. |
봄날의 마카밸리에는 눈을 즐겁게하는 풍광도 있지만 코 끝으로 진하게 전해지는 해당화의 향기 또한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도 덤이다. |
마카밸리의 길은 결코 친절한 길이 아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
오랜 세월동안 약한 부분이 흙으로 흘러내린 돌산만큼이나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오랜 집터가 묘한 느낌을 준다. |
문득 우리 옆으로 야생인 듯한 당나귀 두마리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지나서 달려간다. |
황량한 곳이지만 조금은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듯한 풍광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
그 속에서 걷고 있는 시간들 또한 지루할 틈이 없다. |
나름데로 많은 곳을 다녀왔다는 일행들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
때로는 길이 아니라 예전에는 물이 흘렀을 강바닥을 걷기도 한다. 우리가 지나가는 곳이 곧 길이 된다. |
좁고 가파른 절벽의 경사면을 걷기도 한다. |
반나절 정도를 걸으면 마카밸리 트래킹 코스에서 처음 나타나는 유르체에 도착한다. 하얀 스투파와 집의 형태가 전형적인 티벳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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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르체는 집이 한채밖에 없어서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적다. |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협곡 속으로 출발한다. |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걸으면 간다라패스 밑에 자리잡은 우리의 캠핑사이트가 나타난다. |
마카밸리 트래킹의 첫날은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 |
트래킹 첫날이었던 만큼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모두 별 무리없이 도착하였다. |
뒷쪽으로는 내일 우리가 넘을 간다라패스가 있고 앞쪽으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스톡 캉그리가 보인다. |
첫댓글 그저 부러울 따름 입니다~~~
ㅎ
저도 함께 못 한 아쉬움이 큽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