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굴의 계절이다. 굴찜, 굴구이, 굴라면, 굴전, 굴떡국, 굴밥, 굴죽 등 굴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굴물회?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 뒤풀이 때 언급한 굴국밥과 굴짬뽕까지는 들어봤어도 굴물회는 생소하다. 진도 사람들은 굴로 물회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서 달려갔다. 호기심에 맛본 굴물회! 이제는 그리움에 상사병이 나는 음식이 되었다. 서둘러라. 2월은 굴이 가장 맛있을 때이고, 끝나는 달이니.
거친 물살 이겨내고 자란 진도의 명품 굴 진도아리랑, 진돗개, 세방낙조, 그리고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 등 명물, 명소가 많은 진도다. 볼거리 넘치는 진도 여행길에 고민이 하나 있었다. 여행 중 먹는 재미도 큰데 이름난 진도의 먹거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우였다. 진도에는 남도 음식으로 한상 그득하게 차려지는 싸고 푸짐한 백반집도 많고, 서해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전복과 꽃게가 지천이다. 가기 전에는 막막해도 가서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진도 맛에 은근히 중독되고 만다.
강계마을 굴은 맛으로도 한 수 위다. 입소문에 의하면 진도 굴이 다른 지역의 굴보다 살이 더 쫀득하고 탱탱하다고 한다. 거세기로 소문난 진도 앞바다의 물살 덕분이란다. 그 옛날 왜놈들도 벌벌 떨었다는 이곳 물살을 견디며 자랐으니 그리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이유다.
식당마다 문 앞에 굴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중 한 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몇 사람이 둘러앉아 굴을 까느라 분주하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손님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택배 주문이 많아 종일 쉴 새 없이 까야 한단다. 그 옆으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큰 찜통이 보인다. 가게 안에는 한파를 무릅쓰고 굴을 먹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로 이미 만석이다.
싱싱한 맛에 반하고 저렴한 가격에 놀라는 진도 굴 자리를 잡고 앉자 하얀 목장갑과 작은 칼이 놓인다. 굴찜과 굴라면, 그리고 가장 궁금한 굴물회를 주문하자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굴찜이 먼저 상에 등장한다. 서둘러 목장갑을 끼고 자연스레 칼을 쥔다. 살짝 벌어진 굴 껍데기 사이로 칼을 넣자 뽀얗고 통통한 굴이 나타난다. 입에 넣으니 아침에 막 따온 굴의 싱싱함이 온몸으로 퍼지고, 야들야들하면서도 쫀득한 질감과 향긋한 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그때부터 일행은 말이 없어졌고 산처럼 쌓인 굴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굴물회가 상에 오른다. 양파, 배, 파 등 갖은 채소와 과일, 고춧가루, 마늘, 깨가 듬뿍 들었고, 싱싱한 굴이 가득하다. 한 숟갈 입에 넣자 새콤달콤한 맛과 함께 굴이 씹힐 때마다 바다 향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낯선 음식에 주저하던 사람들은 어디 가고,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굴물회 맛의 비결은 대대로 내려오는 막걸리식초다. 싱싱한 굴과 새콤한 막걸리식초의 궁합이 천생연분이다. 뜨끈한 흰쌀밥에 굴물회를 넣어 쓱쓱 비빈 다음 남도의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면 말 그대로 꿀맛이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완전식품이다. 고혈압·뇌졸중 등 성인병과 암 예방에 뛰어나다. 특히 여성의 피부 미용에 특효다. ‘굴 따는 어부 얼굴은 까매도 어부 딸 얼굴은 뽀얗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남성의 몸에도 좋아서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매일 먹었고,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은 음식이 굴이라고 한다.
굴은 12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이면 끝난다. 강계마을 주민은 2월이 굴의 살이 가장 통통하고 꽉 찬다고 귀띔한다. 진도 굴은 지금이 딱인 셈이다. 굴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일몰 포인트로 유명한 지산면 세방낙조 전망대는 꼭 들러야 한다. 점점이 뿌려진 남도의 섬 사이로 지는 해가 감동이다.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기상청이 한반도 최남단 최고의 낙조로 선정했을 정도로 아름답다.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 |

첫댓글 명 셀프! 요리집 차려면 대박날 것 같은데...
집주소 문자로 보내주셔 다음에 굴 보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