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늦은 오후, 풍경(風鏡)
소리 들으며 관악산 둘레길을
걷다
1. 일자: 2019. 3. 16(토)
2. 장소: 관악산 둘레길
3. 행로와 시간
[석수역(15:40) ~
경인교대 입구(16:09) ~ 금강사(16:25) ~ 안양사(16:53) ~ 안양예술공원(17:09) ~ 망해사(17:41) ~ 임도(17:58) ~ 안양운동장(18:32) / 8.84km]
늦은 오후에
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긴 오랜만이다. 관악산 둘레길을 걸으려 한다.
작년 연초 우연히 걸은 관악산 둘레길 과천 구간이 시작점이 되어 1년 사이 서울둘레길과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처음 다녀와서 열 달 넘게 마음에 묵혀 두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다가, 지난 겨울 석수역~사당 구간을 기점으로 쉼 없이 여러 근교 둘레길을
돌아다녔다. 오늘은 다시 그 원점에 선다.
봄이 오려는지
계절은 봄앓이를 한다. 맑은 듯 하더니 잔뜩 구름이 낀, 포근하다
느끼다가도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드는 날씨다. 석수역, 나는
오르는데 이미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술판을 벌이는 산객들의 목소리는 거나하다. 삼성산의 끝자락 낮은
산길을 따라 걷는다. 경인교대 인근을 지나 금강사에 당도한다. 꽤
근사한 절이다. 쓱 둘러 보고 가려 하는데, 지나는 바람에
풍경(風鏡)이 소리를 낸다.
한참을 올려다 본다. 요즘 부쩍 단청과 풍경에 관심이 많아진다. 우리의 것이 주는 친근한 정서에 빠져든다.
봄이 오는
숲은 초라하다. 혹, 이른 야생화를 볼까 하여 땅을 보고
걷지만 내 눈엔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산수유 나무에 연노란 꽃이 피어난다. 봄이 오고 있다. 안양사는 기품 있는 사찰이었다. 대웅전 기단 난간에 서서 처마와 풍경 그리고 부처님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본다.
안양예술공원에
산재해 있는 조각상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석양에 몸을 맡기고 별을 들고 서 있는 어린왕자 동상이
매력적이다.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지식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우선임을 알아버렸다. 작은 도로를 건너 다시 산으로 올라선다.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망해사로 가는 길은 낯설었다. 새로 정비한 둘레길
표지가 이 외진 산길에 동무가 되어주었다. 망해사에서 바라보는 서녘 하늘은 늘 근사했다. 그러나, 구름 사이로 해가 숨는다.
혹시나 하는 노을의 희망은 일찍 접는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다 낯선 임도와 마주한다. 한참을 걸었다. 길에는 어둠이
내려와 있다. 안양공설운동장 조명탑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