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신곡〔山中新曲〕
임오년(1642, 인조20)○금쇄동(金鎖洞)에 있을 때이다.
만흥(漫興)
산수간 바위 아래에다 띳집을 짓는다 하였더니
내 뜻 모르는 남들은 날 비웃는다고 한다마는
무지렁이 내 마음에는 분수인가 여기노라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뒤에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니노라
여남은 일이야 부러워할 게 있으랴
술잔 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님이 온다 한들 이렇게까지 반가우랴
말도 없고 웃음도 없어도 못내 좋아하노라
누구는 삼공(三公)보다 낫다 하나 만승(萬乘) 천자가 이만하랴
이제 생각해 보니 소부(巢父)와 허유(許由)가 현명하였구나
자연 속의 한가한 흥취는 아마도 비길 곳이 없을레라
내 성품이 게으른 걸 하늘이 아시고서
인간 만사를 한 가지 일도 맡기지 않으시고
다만 다툴 사람 없는 강산을 지키라 하시는도다
강산이 좋다 한들 내 분수로 누운 것이겠는가
임금님 은혜를 이제 더욱 알겠노이다
아무리 갚고자 해도 해 드릴 일이 없어라
조무요(朝霧謠)
월출산(月出山)이 높더니마는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왕제일봉(天王第一峯)을 일시에 가렸구나
두어라 햇빛 퍼지면 안개 걷히지 않겠느냐
하우요(夏雨謠)
비 오는데 들에 가겠느냐 사립문 닫고 소 먹이거라
장마가 계속되겠느냐 쟁기며 연장 손질하거라
쉬다가 날 갤 때 봐서 사래 긴 밭 갈거라
심심하긴 하다만 일 없기로는 장마로다
답답하긴 하다만 한가하기로는 밤이로다
아이야 일찍 잤다가 동 트거든 일어나거라
일모요(日暮謠)
석양 진 후에 산기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우니 물색(物色)이 어두워진다
아이야 범 무서우니 나다니지 말거라
야심요(夜深謠)
바람 분다 지게문 닫아라 밤 되었다 불 끄거라
베개에 드러누워 실컷 쉬어 보자
아이야 날 새어 오거든 나의 잠을 깨워다오
기세탄(饑世歎)
환자(還子) 타 먹고 산다고 그것을 그르다 하니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고명함을 이럭저럭 알겠구나
아아 사람이 그른 것이겠는가 세운(世運)의 탓이로다
오우가(五友歌)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떠오르니 그 모습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좋다지만 자주 검어지고
바람 소리 맑다지만 그치는 때가 많노라
깨끗하고도 그치는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 물〔水〕 -
꽃은 무슨 일로 피었다가 쉽게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른 듯했다가 누레지는지
아마도 변치 않을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 돌〔石〕 -
따뜻해지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하여 눈이며 서리를 모르느냐
깊은 땅속까지 뿌리 곧게 뻗어 있음을 이로 인해 알겠노라 - 솔〔松〕 -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누가 곧게 자라게 한 것이며 속은 어이하여 비었는가
저러고도 사시사철 푸르니 그것을 좋아하노라 - 대〔竹〕 -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 또 있느냐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내 벗인가 하노라 - 달〔月〕 -
山中新曲 산듕신곡 壬午在金鎖洞時
山水間 산슈간 바회아래뛰집을짓노라니그모론들은욷다다마어리고햐암의뜻의개分 분 인가노라
보리밥픗을알마초머근後 후 에바횟긋믉의슬지노니노라그나믄녀나믄일이야부줄이이시랴
잔들고혼자안자먼뫼흘라보니그리던님이오다
반가옴이이리랴말도우움도아녀도몯내됴하노라
누고셔三公 삼공 도곤낫다더니萬乘 만승 이이만랴이제로헤어든巢父 소부 許由 허유 -냑돗더라아마도林泉 님쳔 閑興 한흥 을비길곳이업세라
내셩이게으르더니히히아실샤人間 인간 萬事 만 일도아니맛뎌다만당토리업슨江山 강산 을딕희라시도다
江山 강산 이됴타내分 분 으로누얻냐님군恩惠 은혜 이제더옥아노이다아므리갑고쟈야
도올일이업세라
右漫興 우만흥
月出山 월츌산 이놉더니마믜운거시안개로다天 텬 王第一峯 왕뎨일봉 을一時 일시 예리와다두어라퍼딘휘면안개아니거드랴
右朝霧謠 우됴무요
비오들희가랴사립닷고쇼머겨라마히양이랴잠기연장다려라쉬다가개날보아래긴밧가라라
심심은다마일업마히로다답답은다마
閑暇 한가 밤이로다아야일즉자다가東 동 트거든닐거라
右夏謠 우하 雨 우요
夕陽 셕양 넘은後 후 에山氣 산기 됴타마黃昏 황혼 이갓가오니物色 믈 이어둡다아야범므셔온나니디마라라
右日暮謠 우일모요
람분다지게다다라밤들거다블아사라벼개예히즈려슬지쉬여보쟈아야새야오거든내와와스라
右夜深謠 우야심요
환자타산다고그사그르다니夷齊 이졔 의노픈줄을이렁구러알관디고어즈버사이야외랴운의타시로다
右饑歲歎 우기셰탄
내버디몃치나니水石 슈셕 과松竹 숑듁 이라東山 동산 의오르니긔더옥반갑고야두어라이다밧긔또더야머엇리
구룸빗치조타나검기로다람소다나그칠적이하노매라조코도그츨뉘업기믈뿐
인가노라 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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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곳퓌고치우면닙디거솔사너얻디눈서리모다九泉 구쳔 의블희고줄을글토야아노라 松
나모도아닌거시플도아닌거시곳기뉘시기며속은어이뷔연다뎌러코四時 시 예프르니그를됴하노라 竹
쟈근거시노피떠셔萬物 만믈 을다비취니밤듕의光明 광명 이너만니또잇냐보고도말아니니내벋인가노라 月
右五友歌 우오우가
[주1] 소부(巢父)와 허유(許由) : 모두 고대 요(堯) 임금 시절의 고사(高士)로, 기산(箕山)에 들어가 숨어 산 이들이다. 요 임금이 허유를 불러 구주(九州)의 장(長)으로 삼으려고 하자 허유가 그 소리를 듣고는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하면서 영수(潁水)의 물에다가 귀를 씻었고, 소부가 소를 끌고 와서 물을 먹이려 하다가 그 귀를 씻은 물을 먹이면 소를 더럽히겠다고 하면서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고 한다. 《高士傳 許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