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창원 황씨 추경각~똘똘개마을
삼귀로 해안 따라 느끼는 낭만 바다
차디찬 바람 속에 느낌 있는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면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 있다. 멀지 않은 곳 삼귀로 해안산책로. 보통 알려지기로는 귀산 바닷가이다.
요즘 귀산이 핫 플레이스다. 예전에는 드라이버 코스로 지나치던 곳이었지만, 낚시꾼들의 행렬과 곳곳에 줄지어선 아름다운 카페, 다양한 맛의 푸드 트럭까지 볼거리 먹을거리가 즐비해진 덕택이다. 게다가 귀산에서 바라보는 마창대교의 쭉 뻗은 광활함과 은은한 불빛의 야경은 환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 모든 배경들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품고서 귀산으로 가기 전, 우선 역사적 인물의 족적이 남아 있는 창원 황씨 시조묘역 ‘추경각(追敬閣)’을 찾았다.
봉암교를 통해 귀산으로 내려가는 도로에서 삼귀해안으로 들어가기 전 왼쪽 방향을 살펴보면 창원시시설관리공단 사업장 일반폐기물 매립장으로 가는 좁은 길이 나온다.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삼표시멘트 입구 쪽에서 위쪽을 올려다보면 ‘추경각’이라는 주황색 표지판이 보인다. 1.5km 더 들어가다가 매립장을 접하는 순간 쓰레기더미의 거대함에 잠시나마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된다.
그 매립장을 지나 조금만 오르면 사람의 발길이 드문 편안하고 아늑한 이 곳에 창원 황씨 문중의 재실인 추경각이 자리잡고 있다. 마침 고양이 서너 마리가 여기저기서 집사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추경각 뒤로 팔명산이라 불리는 산에는 8기의 묘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사방이 환하게 트여있어 멀찍이서 봐도 명당지라 손꼽힐 만하다. 추경각에서는 매년 음력 10월 창원황씨 시조인 황충준(黃忠俊)의 묘제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길을 돌아 나와 용호로 가는 푯말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삼귀 해안도로이다. 겨울철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들이 눈에 띄인다. 날씨가 좋을 때는 차를 세워두고 해안산책로를 따라 유유히 걸어보는 것이 낭만적이다. 언제 저렇게 카페촌들이 형성됐는지 놀라울 정도로 마창대교를 바라보는 뷰가 좋은 카페와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중식, 한식 등의 맛집들이 많아 메뉴 고르기에도 폭이 넓다. 푸드트럭에서는 꼬치, 스시, 햄버거 등 소소한 즐거움이 잇따른다. 고요한 겨울 밤바다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멀리서 눈 앞에 보이는 화려한 불빛과 바다 수면 위로 비춰지는 불빛의 향연이 낭만을 선사한다.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면 삼귀로 486번길 즈음 이름이 독특한 ‘똘똘개’ 마을이 나온다. ‘똘똘개’는 마을지명이다. 지금의 석교마을을 이렇게 부르게 된 데는 마을 개울에 큰 돌다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바닷가의 돌들이 파도에 밀려 서로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지어졌다는 설도 있다. 강아지 이름 마냥 정겹게 느껴지는 마을이어서 다음에 또 와보고 싶어진다. 바닷가를 접해서 살고 있다 보니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어업과 농업을 함께 한다. 횟집도 몇 군데 보이고, 해풍을 맞고 자라는 참다래 밭도 싱그러워 보인다.
삼귀 해안로에는 고향을 생각하는 ‘삼귀애향비’가 세워져 있어 한 평생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거나, 이 곳을 떠난 사람이라도 그 삶의 터전을 기억하는 마음이 강하다.
창원에서 외딴 섬처럼 떨어져 있어 아담하면서도 반짝이는 동네 귀산, 사계절마다 그 매력이 다르지만 겨울 바다는 더욱 발길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