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링포그
이오장
반지하 열기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계단 위에 오르자마자 달려든 새벽별
밤의 온도를 모른 채 어깨를 누른다
불붙은 옷가지 벗지 않고 맞아주던 현관은
다녀오라는 인사 없이 닫히고
여명의 뜨거움을 아스팔트에 까는 걸음
현장은 해 뜨기 전에 불붙었다
두 겹 장갑 끼고 들 수 없는 철근
저절로 구부러져 위치를 찾아도
결속핸들은 소리 없이 돌아간다
얼음 물병은 금세 흐물흐물
목구멍에 넘기는 순간 미끄럼 탄다
땀방울 흐르는 소리에 무너지는 어깨
장딴지를 감아 도는 옷자락은 포승줄 되어
한 걸음 좁히는데 두 발이 뛴다
턱에 닿아 탁탁거리는 숨결은
아이들 시소 타는 소리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한 셋째는
곱셈 뺄셈에 장단을 맞추는데
학원 문 열 힘은 일당 크기가 정한다
죽은 바람이라도 불어올까
철근 위에 누울 자리 찾지 못하는 그림자
내 그림자인데 날 위한 그늘이 아니다
노동의 삶은 가도 가도 제자리
희뿌연 안개는 콧등 불길도 적시지 못한다
이오장 약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부천문인회 고문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운영위원장
문학신문사 문학연수원, 국보문학, 가온문학 시창작 강사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 수상
시집: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은행꽃』 등 21권
평론집: 『언어의 광합성, 창의적 언어』, 시평집: 『시의 향기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