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생각하여 살았다. 내가 가지고 싶은 옷이 있어도 엄마가 추천해 준 옷을 구매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음식을 먹었다. 혹시라도 내가 고른 옷이 이상할까 봐, 내가 고른 음식을 싫어할까 봐 그랬던 것 같다. 꼭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누군가가 태엽을 감으면 그제야 태엽을 돌린 만큼만 움직이는 인형같이 말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나는 내 의견을 잘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며 시키는 것을 따랐다. 혹시라도 내 생각이 잘못됐을까 봐,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누군가가 나의 태엽을 돌려주고 나는 항상 그만큼만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행동하니 주변에서 나를 좋게 바라보았다 내 생각을 믿지 못해 타인의 의견을 따르면 그 사람에 의견들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고 내 선택이 틀릴까 봐 잘못됐을까 봐 내가 직접 선택하지 않고 회피하여 선택을 타인에게 넘기면 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해주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좋게 바라봐 주니 이러한 성격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만난 친구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도전하고 노력하였다. 누군가 자신의 태엽을 돌려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직접 자신이 태엽을 돌려가며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모습을 보고도 선뜻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목표가 되는 대학, 학과, 직업들도 정하지 못한 내가 한참을 뒤처졌다고 생각했고 나는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 말에 흔들리며 목표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저 친구들처럼 못할 것이라고 멋대로 단정 지었다.
나는 계속해서 나태해졌고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걱정하며 불안해했다. 그렇게 나는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버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의 나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나를 조금씩 좀먹었다. 친구들이 원하는 대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나는 내가 원하는 대학, 학과를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친구들을 질투했고 내가 어려워서 시작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것을 빠르게 해결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초조해졌다. 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놓고, 남들을 질투하고 우울해하는 내가 짜증이 났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우울해졌고 그런 나를 들키기 싫어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나는 더 많이 웃고, 떠들고, 밝아 보이게 행동했다.
그렇게 성격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내가 너무 못나 보여 주변 사람들은 다 잘나 보이고 좋은 사람처럼 보여서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항상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친구들을 잘 믿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난 나를 의지하지 않았다. 나를 믿지 못하니 나를 의지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어도 무언가가 텅 빈 공허한 기분이었다. 결국 깨달은 것은 나를 믿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 겉으로는 밝아 보이고 괜찮아 보이지만 이대로라면 계속 혼자서 먹구름 낀 공간 속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이 진로도 정해지지 않고 뚜렷한 목표가 없는 친구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난 알았다. 목표가 없어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내가 뒤처졌다며 난 못할 것이라고 포기했던 것은 그저 내가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스스로 남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나의 태엽이 녹슬어 돌리는 것이 힘겨울지라도, 나의 앞으로를 위해 후회하는 일이 있어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의 19살을 마무리하고 나의 20살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