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양산을 들다
강 동 구
우리 사회는 쌓아 놓지 않은 담이 있고 그어 놓지 않은 금이 있다.
담이나 금은 넘지 말라는 넘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경고이면서 약속이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다 보니 높은 담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선명한 금도 희미해져 간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넘어서는 안 되는 금과옥조 같은 담과 금이 변화하는 세월 앞에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우리 조상들은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여 어릴 때부터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여 놓아 사내 녀석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금하였고 남자는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말고는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왔다. 여자들이 하는 일을 남자가 하면 결코 용납이 안 되는 그런 세월을 살아왔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선조들의 위선이 가관이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을 치지 않으며 소나기가 내려도 뛰어가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은 극히 제한되어왔다.
심지어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논리로 남성은 여성위에 군림해 왔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행해온 악습이다. 심지어 우리 조상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로 여성들의 입을 봉쇄하였다. 이는 심각한 인권유린이고 폭력이다.
여자는 집에서 아이 낳아 기르면서 남편의 뒷바라지와 조용히 내조하는 것을 최상의 미덕으로 여겼다기보다는 강요당했다는 말이 더 정직할 것 같다. 여성의 바깥출입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되도록 삼가하였고 여성이 학문을 배우는 것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세월이 조금씩 변하다 보니 우먼파워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용감한 여성들이 결코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유리천장을 과감하게 뚫고 남자들의 아성에 도전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맹렬여성들로 인하여 남성과 여성의 담과 경계는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요즈음은 여류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불과 오 육십 년 전만 하여도 최초의 여류 판검사 여류비행사 여류시인 여류화가 여류 정치인 등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등장은 뉴스가 되었고 화젯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여성 버스 운전기사 건설 현장소장 타워크레인 기사 경찰서장 야전군 지휘관 거대한 군함을 움직이는 항해사. 함장 등 고도의 전문분야에 종사하여 남성을 능가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희우 해군 중위 여성 심해 잠수사 1호 그녀는 심해 잠수사가 되기 위해 입대하기 전 머리를 남성처럼 짧게 깎고 매일 7시간 맨몸수영 하루 10km 구보 수심 39m 잠수 훈련 등을 남성들과 똑같이 12주간의 지옥 훈련을 견디어 심해 잠수사 자격을 획득하였다. 훈련 도중 탈락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강철같은 체력에 불타는 의지는 그 어떤 고난도 그녀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최근에는 여성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에는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있고 독일에는 엥겔라 마르켈 전 총리 인도에는 인디라 간디 전 총리 등이 한 시대를 풍미했고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 후보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있는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있다.
온 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위치는 단순히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에 대한 기대와 앞으로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성 평등을 외치던 때가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이제는 여성 상위시대가 되어 오히려 남성 평등을 외쳐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여성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우대를 받으니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받는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여성의 전문분야에 남성들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요리사 간호사 미용사 의상 디자이너 심지어는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남까지 진출하여 여성보다 월등한 실력을 인정받아 이제는 남성들이 남녀의 담을 허물고 있으니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여성들은 치마만 입다가 언제부터인가 남성들이 입는 바지를 자연스럽게 입고 다닌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문제를 제기하거나 흉을 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만약 남성이 치마나 원피스 저고리를 입고 다니면 웃음거리가 되고 풍기문란죄로 현행범으로 체포될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남자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요즈음 거리에는 양산을 든 남성을 간혹 볼 수 있다. 충격이다. 남자가 양산을 받쳐 들고 거리를 활보하다니? 이 사실을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아시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지도 모른다.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전개되고 있으니 남자가 치마를 입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용주의가 체면과 고정관념의 담을 무너트리고 남녀를 구분하는 금을 지워버리고 있다. 앞으로 오 십 년 백 년 후에는 어떤 세상이 전개될지 지금의 상식으로는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다.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여 기상천외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남자가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그런 세상은 절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첫댓글 네 시대에 걸맞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양성평등시대라 어떤 기상천외 한 일이 벌어질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