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3)
《동백아가씨》(3)
《동백아가씨(3)》
출처:' 네이버'
출처:'동백아가씨' 책자
'동백 아가씨'는 1964년 제작된 영화 '동백 아가씨'의 주제가로 세상에 나왔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배우인 신성일과 엄앵란이 대학생과 섬처녀로 열연을 했고, 순정을 바치고 버림받은 섬처녀의 애련을 그야말로 신파조로 그린 영화가 바로 '동백 아가씨'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과 울릉도에서 촬영하였다. 촬영이 끝나자 김기 감독은 부산 출신 작사가인 한산도와 작곡가 백영호에게 노래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구구절절이 우리의 서러운 정서를 자극하는 작사가 한산도의 노랫말은 인기를 얻는데 크게 한몫 한 듯 하다. 그는 동백 아가씨를 통해 날로 발전해 가는 도시와 시간이 갈수록 뒤떨어지고 있는 농어촌의 극복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감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시대상을 정확히 가사에 반영하였다.
이 노래는 이미자가 임신 9개월 만삭의 몸으로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 녹음했다 한다. 그만큼 '동백 아가씨'의 운명은 태어날 때 부터 기구했다.
이 노래는 당시 신인에 불과했던 이 미자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렸다. 국내 가요 프로그램에서 3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음반 판매량도 엄청났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 이렇게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던 노래가 왜색풍이라는 이유로 관계 당국은 방송 금지 처분 및 음반 제작, 판매, 공연을 금지하는 추상같은 조치를 내렸다. 그 이유로는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다. 트롯트 선율이 일본 엔카와 비슷한 부분이 일부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으로 그 결은 완전히 다르다. 결국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9년 비공식적으로 방한한 후쿠다 전 일본 수상을 위한 박정희대통령 주재 청와대 환영 만찬 자리에서 이미자는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관계 당국이 금지시킨 곡을 청와대 공식 행사장에서 부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풍경이다.
1987년 금지곡들이 22년만에 모두 풀리면서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동백은 필 때도 인상적이지만 떨어질 때 더 기가 막힌다. 꽃잎이 채 벌어지지도 않은 듯한 싱싱한 꽃이 통째로 툭하고 떨어져 버린다. 피기도 전에 지는 꽃, 그게 동백이다. 그래서 동백꽃은 요절, 아까운 죽음을 연상시킨다.
동백은 꽃잎이 크게 벌어지지 않고 수줍은 듯 벌어지다 만다. 그게 만개한 것이다. 동백 아가씨의 이미지도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울음만 삼키는 섬처녀다. 구성진 트로트는 여기에 아주 적절한 음악이었고, 꺾거나 굴리는 기교도 없이 담백하게 노래하는 이미자에 대중들은 환호했다.
이미자만이 지닌 곱고 아름다우며 차라리 애소(哀訴)에 가까운 목소리가 누대에 걸친 가난과 침략, 억압적 문화로 한국인의 가슴에 덧 쌓인 한(恨)을 일시적으로 달래고 해방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미자는 '이 노래 한 곡으로 내 삶은 여전히 비감하고 감개 무량하게 하는 영혼의 율려(律呂)가 되었다'고 회상한다.
한국 대중가요를 연구한 시인 이동순 교수는 이미자를 우리겨레의 곡비(哭婢)라고 했다. 옛날 양반집에서 초상이 났을 때 그 상주를 대신하여 울어주는 여자 종이 곡비다.
"그녀가 부르는 슬픔과 한이 여름 날 엿장수 목판처럼, 혹은 송진처럼 눅진하게 묻어 나오는 애수의 가락을 통해 매일 연옥처럼 고통으로 삶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하고 있는 보통 사람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걸러 주고 있다"는 평을 내렸다.
전 서울대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인 조동일 선생은 이 노래의 가사를 우리나라의 위대한 시인 중의 한 분인 김소월의 시 '초혼'에 비교하였다. 그는 김소월의 초혼과 동백 아가씨는 영원히 돌아 올 수 없는 연인과의 이별을 공통의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라는 초혼의 시구는 동백 아가씨의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으로 대치되어 있다면서 동백 아가씨 가사를 '유행가 시인의 초혼'이라고 극찬 하였다.
아직도 트롯트의 원류가 일본 엔카니 아니니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대중 음악은 말 그대로 대중의 슬픔을 대신, 혹은 울어주고 대중의 기쁨을 함께 웃어주면 그만이다. 유행가를 앞에 두고 예술성이 떨어지느니 상업성에 너무 치우쳤느니 갑론을박 하는 건 지식의 사치일런지도 모른다. '동백 아가씨'는 그런 면에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1ㆍ2월은 동백꽃 구경하기에 딱 좋은 달이다. 가까이는 해운대 동백섬, 부산 화명 생태공원, 가덕도 동백나무 군락, 멀리는 거제 지심도 동백나무 숲, 거제 학동 동백나무 군락지, 여수 오동도 동백나무 군락, 선운사 동백나무 숲, 제주 위미리 동백 군락지 등등 동백 군락지들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숨이 멈출 듯 사랑스럽고 화사하다.
기쁠 때 부르면 기쁜 노래가 되고, 슬플 때 부르면 슬픈 노래가 되는 이 미자 가락,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절절하게 들렸던 이 노래들은 우리네 삶의 동반자이자 지쳐있는 삶의 응원가라 할 수 있다.
웅크려 드는 한냉한 이 계절에
'동백 아가씨' 노래 한소절 흥얼 거리며, 동백꽃 향기를 맡아보기를 권유한다. 왠지 마음이 한결 따뜻 해지고 넉넉해질 것 같지 않은가요?
*
<reference>
°박상용, '노래로 세상 엿보기'(도서출판 서조)
°김장실! '트롯의 부활'(조갑제 닷 컴)
°이미자, 동백 아가씨(나무와 숲)
°이영미, 하희정, 김문, 강헌, 윤성민, 유현, 임광명, 강춘진 글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자 편
*《동백 아가씨》(4)편 곧 연재 예정~~~
첫댓글 시리즈군요
기대됩니다
동백아가씨 길을따라. 슝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