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와 보혈 나누기
우리가 드리는 감사성찬례의 핵심은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하신 것처럼 사제가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떼어, 나누어 주”고, 그 후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이것은 내 몸...”, “이것은 내 피...”하신 성경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을 외는 부분이다. 우리는 사제가 이 감사 기도를 올리면 교회가 바친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가 되는 신비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서 사셨을 때의 육신으로 변한다는 것은 아니다. 소위 ‘화체설’이라는 것을 성공회는 믿지 않는다(39개조 28조). 성서에 그것을 증명할 만한 말씀이 없고, 여러 가지 미신을 낳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화체설이란 빵의 실체가 변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하고, 포도주의 실체가 예수님의 피로 변한다는 설이다. 신자들의 경험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억설이다. 천주교에서도 어떻게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이 되고 피가 되는지는 말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빵은 빵으로, 포도주는 포도주대로 남는다. 다만 우리는 믿음으로 그것을 예수님의 몸과 피로 알고 먹고 마시는 것이다. 이 부분이 성찬식의 핵심이고, 이 부분만은 주교와 사제만이 외울 수 있다. 평신도(전도사와 수도자 포함)는 물론 부제도 할 수 없다.
비록 감사 기도 후에 빵과 포도주는 그대로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주님의 몸과 피라고 믿기 때문에 극진한 경외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감사 기도를 드리는 분이 주교, 사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교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성직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과거에 교회가 그렇게 가르친 적이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천주교와는 달리 성체와 보혈 두 가지를 받기 때문에 사제 혼자서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성체와 보혈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성직자들(주교, 사제, 부제)이 나누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평신도는 그들을 도와 주는 조력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너무나 귀한 것을 다루기 때문에, 일정한 훈련을 받아야 하고 주교의 허가를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평신도라도 여자 교인은 그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성공회 교인이 아니다.
소수의 교인이 성찬을 나누는 경우, 가령 수도원이나 어떤 기관의 부속 성당에서 집례자가 축성된 성체와 보혈을 제대에 놓아 주고 신자들이 각기 성체(면병)를 집어서 먹고, 성작을 들어서 마시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은 성찬을 함께 나누는 감동을 더해 줄 수 있다.
김진만 교수님의 '우리 신앙 바로 알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