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방속국장으로 보임 받아 간, 석훈이에게 가기로 한 날이다.
그것이 유배간 건지, 영전해 간 건지 나는 모르겠다만 그 나이에 붙어 있으면 그 자체로 영광인 거다.
동서울터미날 집합시간 1시 30분.
시간 맞추어 갔는데 아무도 없다.
광윤이에게 전화하니 2층에 모여 있다해서 올라갔더니 용진, 성채, 광윤이가 와 있고,
잠시 후에 제창이와 규철이가 합류했다.
총무 주제에 늦게 왔다고 퉁을 줬더니 일찍 와서 뭐 좀 먹고 오는 길이래네.
그러더니 너도 나도,
나는 일찍 와서 라면을 먹었네, 나는 우동을 먹었네, 또 나는 국밥 한 그릇 먹었네, 생난리다.
아니 그러려면 12시 반에 만나서 폼 나게 얘기하면서 같이 먹을 일이지.
난 어디가서 혼자 밥 먹으면, 집에서 쫓겨난 사람 같아 불쌍하게 생각되던데...
그래서 나는 굶으면 굶어도 혼자서는 밥 안먹는데.
좌우간 늙기는들 늙었나보다. 얼굴 두꺼워진 걸 보면, 끅끅.
동진, 선오, 용, 또 누구야 한놈 더 있었는데, 생각이 안나네.
암튼 인천에서 같이 오기로 한 친구들은 다 빠지고, 용이만 외로이 인천에서 따로 고속버스로 출발한단다.
좌우간... 온다고 했으면 올 일이지들...ㅉㅉ
용이만 고생 많았다.
오며 가며 옆에 어찌 참한 색시라도 앉았드나.
그런 재미라도 있었어야할낀데...
어쨌든 철석이가 마지막으로 와서 서울팀 2시에 7명 출발.
강릉 도착. 어림 오후 5시.
석훈이가 자기 차와 SUV 한 대를 가지고 와 대기중.
자슥, 착하기는...ㅎㅎ
두 대에 나누어 차고 먼저 숙소인 선교장으로 직행.
1703년에 지어졌다는 효령대군의 몇 대손 어쩌구 저쩌구 하는 양반 이氏 집인 선교장에 집 풀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대충 둘러보았다.
난 뼛속 깊이 머슴의 피가 들었는지 이런 규모가 큰 양반집이나 (서양에서 아주 오래된 쉴로스(Schueloss)를 볼 때도 동일) 뭐 궁성을 보면 감탄사가 나오는게 아니라 그걸 짓느라고 뼛골 빠졌을 백성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건성건성 보았다.
저녁 자리로 옮겼다.
강릉대교수로 있는 Y교수가 합석했다.
Y교수의 명예가 걸려 있는 문제라 이 친구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다.
회도 맛있었고, 쯔끼다시(우리 말로 모냐? 곁안주?냐 그냥 반찬이냐?)도 맛있었고,
뭐니 뭐니해도 소주가 맛있었다.
석훈이랑 Y교수가 하도 말빨을 올려서 나는 구석에서 내동 소주잔만 기울였다.
바닷가를 걸어서 한 1킬로 떨어진 현대호텔 꼭대기 - 소위 스카이 라운지라고 하는데 - 가서 맥주 한잔 더 했다.
필리피노 커플이 들려주는 라이브 노래와 함께 내다보는 먼 바닷가가 괜찮았다.
500cc 맥주가 두 순배 돌았을 무렵,
Y교수가 필을 받았는지 한바탕 난리부루스를 쳤다.
나 걔가 그렇게 몸이 유연한지 처음 알았다.
20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가 Y교수의 열정에 감화되어 같이 뚜엣으로 또 한번 무대를 죽였다.
너무 뜨거워서 지배인이 와서 말리고 갔다.
걔, 아무래도 총장 되기는 틀린 것 같다.
토요일에 그 지역사회에 쪽을 너무 팔았어.
호텔에서 나와...
어디를 갔을까?
그냥 숙소에 갈 인간들이 아니잖아.
노래방 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노래 잘하는 민족 세상에 없는 것 같다.
특히나 이번 강릉 그룹은 더 했다.
박자 틀리는 놈 하나도 없더라.
나는 기가 죽어서 겨우 두 곡 했다.
여기에서 또 한번 Y교수가 무대를 압도했다.
테이블 위에서... 그리고 플로어에 누워서... 열창하는 그 모습은...
더군다나 여자라고는 한 마리도 없는 남자 열 명이 있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뜨겁게...
아, 필설로는 형언할 수 없구나...
나의 문학적 무능이 애통하기만 하다.
노래방을 나와 - 지금 몇 차냐? 3차냐, 4차냐, 나도 취하네...
숙소로 가는 길에 조개구이집이 보여 스톱!!
강릉까지 와서 공식 외박하는 마당에 산 조개 못 먹고,
에라 구어서라도 먹자는 심산인게지...
조개구이에, 대하구이에 또 소주를 털어넣고...
이바구를 까다가 까다가...
많이 깠는데 기억은 안난다.
아마도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했을 거다.
그건 대한민국 남정네가 하는 전형이니까.
하기사 술 취해서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이야기하는 놈은,
그 놈은 또라이다.
그렇게까지 먹고 마셨는데,
수퍼에서 또 소주랑 맥주랑 사서 겨우 숙소행.
가만.
중간중간에 샌 놈들이 있는데...
Y교수... 노래방에서 미처 날뛰더니
힘 빠졌는지 나오자 마자 샜고,
윤국장, 규철, 제창... 이것들도 조개구이집에서부터 못 본것 같은데...
누군 봤나?
아무튼 숙소에는 절대 안왔음.
뭐 윤국장 집에서 잔답시고 갔는데,
거기 아파트 가서 잘거면, 운치있는 선교장 한옥에서 잘 일이지
뭐 하러 대한민국 방방곡곡 천지에 널려 있는 시멘트 아파트 가서 잘까.
나는 셋이서 따로 죽이 맞아,
술은 안 먹고, 다른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샜다는 쪽에 한 표.
왜냐?
다음날 아침에 재회했을 때, 이 세 놈은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얼굴이 뽀애져셔 왔음.
젊은 닭을 먹었는지... 강릉 해수맛사지를 했는지... 뭐 내 알 방도는 없지만.
하여간 조개구이집 팀은 숙소에 들어가서 또 사가지고 온 맥주, 소주 말아서 또 쭈욱~ 쭉.
도대체 몇 시에 잤냐? 우리들.
한 세 시?
모르겠다. 암튼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서 일어났다.
대충 눈꼽만 떼고
선교장 기념품집에 들어가 점원 아지매랑 이바구 까면서 커피 한잔 얻어 먹고
기념품은 아이쇼핑만 하고 - 그 아지매 속으로 욕이나 안했는지 몰라...ㅋㅋ
다들 짐 챙겨들고 나와 초당 고분옥 할머니 - 이 기억은 맞다. 그땐 술이 대충 깼으니까 - 순두부집에 갔다.
두부찌개랑... 순두부랑... 맛있게 먹었다.
특히 옥수수 막걸리 맛깔나게 마셨다.
그 와중에도 썽채는 소주 한 병 후다닥.
아침 먹고 허균, 허난설헌 생가터로 갔다.
역사 공부 쪼께 했다.
허엽, 허성, 허봉, 허균, 허난설헌... 이렇게 그 시절 조선의 5문장가란다.
글고 규철아.
허균과 허난설헌(본명 초희가 나는 더 이쁘던데)은 부부 사이가 아니라 오누이 사이라는 거...
머리속에 쏙 넣어서 잊지 말그래이~~
그리고 허난설헌이 아마도 누나일 거다.
(아니면, 허균이 오빠겠지 모...)
문화지도사 - 이 용어가 적당하냐? - 아지매의 구성진 안내를 곁들여 구경 한번 잘했다.
사진 참조해라.
저 돌로 된 5문장가의 시비를 보고 윤국장이 한 마디 하셨다.
"저 송림과 바다... 하늘... 근데 이 '돌' 시비랑은 안 맞아."
뭐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돌아서니 아닌 것도 같았고.
허균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사천에 있다는 유명짜한 바리스타가 하는 커피집으로 이동.
박이추라고 하는 재일동포 바리스타가 직접 하는 커피집에서 모닝 커피.
거기에서 광윤, 재창, 규철이는 또 토스토랑 삶은 계란 시켜서 먹었다.
아니 아침 먹고 이동해서 또 먹어?
식욕들 좋아... 좌우간.
제창아, 잼 좀 숨겨 왔냐?
잼이 그렇게 맛있다며...ㅋㅋ
키피를 맛나게 마시고
강릉터미날로 이동.
용진이는 의정부로 가는 차편이 있는걸 보더니
기겁해서 부랴부랴 동서울행 표 환불하고 의정부행으로 갈아타고 홀로 상경, 아니 상의정부.
그 전에 용이는 커피집도 오지 아니하고 아침 먹고는 먼저 인천으로 쌩~~
나머지 6명 2시 차로 귀경.
그 와중에 우리 썽채 작은 또 소주 두 병 깠음.
좌우간 강적임에는 틀림이 없음.
동서울에 내려...
강남과 강북.
셋 셋으로 나뉘어
강남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 잠실철교를 건너 강남민주공화국으로...
강북아이들은 우리의 고국 강북인민공화국으로...ㅋㅋㅋ
이상이다... 떠그랄...
윤국장,
떨거지들 몰려가서 한바탕 민폐를 끼쳤으니
터미널에 우리 내려주고나니 체증이 쑥 내려가드나...?ㅎㅎ
후히 대접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건강하고,
앞으로 계속 쭈욱~~~ 잘 되그라.
철석이도, 글고 우리 영원한 총무 제창이도 고생 많았대이.
내는 입만 갖고 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왔으니... 절나 미안쿠만.
모두들 고맙다.
헤이 블루,
니는 괜히 쪼께 옆구리가 자꾸 캥겼제?
우리 4반 아이들이 눈치 주더나.
늙어감서 이런거 저런거 가리지말고 그냥 아무 이유, 핑계대지 말고 재밌게 놀자.
앞으로도 명예 4반 학생으로서 자주 나오그라.
참, 썽채야.
순두부집에서 아침 먹으면서 '장어'이야기 했잖아.
니가, '야 영어로도 그게 그렇게 표현이 되냐' 물었지?
그거 내가 니들에게 쫑코 먹어감서 오가는 길에 읽었던 소설 'Memoirs of Geisha'에 나오는 건데,
해당부분은 아래와 같다.
232페이지에 보면,
"You may not know this about eels," Mameha went on, "but they're quite territorial. When they find a cave they like, they wriggle around inside it for a while to be sure that ... well, to be sure it's a nice cave, I suppose. And when they've made up their minds that it's comfortable, they mark the cave as their territory...by spitting. Do you understand?"
....
"Men actually like doing this. In fact, they like it very much. There are even men who do little in their lives besides search for different caves to let their eels live in. A woman's cave is particularly special to a man if no other eel ever been in it before. Do you understand? We call this 'mizage.'"
"We call what 'mizuage'?"
"The first time a woman's cave is explored by a man's eel. That is what we call mizuage."
뭐 내용이 19禁이라서 해석은 생략한다.
각자 알아서 해석해라.
글고 오해마라.
이 부분이 그 책에서 유일한 19禁 부분이다.
그 소설 정말 재밌더라...
첫댓글 카페지기로서 다방 관리는 해야것는데...
거, 글쓰는 거이 시간도 걸리고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법이시.
그래서 지난 일요일 고교동창들하고 강릉방송국장으로 있는 친구에게 놀러간 일을 우리 고교 동창회게시판에 올렸던 내글이 있어서... 퍼왔으...
이해덜 하시고,,,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은 사람만 읽어봐...
고추 단 놈들의 수다이야기니께.ㅋㅋㅋㅋ
위 댓글에서,
읽은 ---> 읽을
그저 늙으면 손구락 하나도 내 맴대로 안된다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