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장군봉)을 오르는 최단 코스인 "유일사 주차장 → 유일사 → 장군봉(장군단) → 천왕단 → 하단 → 부쇠봉 → 문수봉 → 소문수봉 → 당골" 길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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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경 계획된 산행으로 1월 초 정동진행 금요일 심야 기차를 이용해 토요일 이른 새벽 태백에 내려 위의 코스로 태백산에 올라 일출을 볼 계획이었다. 그리고 심야 기차의 피곤함을 견딜 수 없는 친구를 고려해 토요일 태백산 민박촌에서 1박 후 일요일 이른 새벽에 태백을 오르는 2진도 따로 만들었다.
산에 오르기 3주 전쯤 봉 감독이 촬영차 금요일부터 3박 4일 묵을 예정으로 태백산 민박촌 2인실(10명까지 취침이 가능한 크기)을 예약했다고 금요일부터 산행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 미끼를 덥석 물어 앞선 산행기와 같이 금요일 함백산에 올랐다.
원래 본진이 청량리에서 23시 20분 기차를 타고 새벽 3시경 도착하면 택시 2대에 나눠타고 바로 유일사 추차장으로 가 산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태백산 정상에 초속 20m 가까운 강풍이 불어 체감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는 가운데 해가 뜨기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 중이었다. 그 고민을 예정에 없던 봉 감독의 넓디넓은 방이 해결해 주었다. 본진이 태백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봉 감독이 마중을 가 여성 동무들을 태우고 나머지 남성 동무들은 택시로 민박촌으로 와 미리 자고 있던 형규, 나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한 시간가량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산 정상이나 유일사 대피소에서 떡국으로 아침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해 숙소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새벽 네 시에 나와 봉 감독이 떡국을 준비해 순희 누님과 경옥이 가져온 반찬으로 아침을 먹었다.
이후 먼저 남성팀이 봉 감독 차로 유일사 주차장으로 가 등산 준비를 하는 동안 봉 감독이 숙소로 돌아가 여성팀을 모시고 왔다. 봉 감독은 우리와 함께 오르는 대신 문수봉 주변의 겨우살이 촬영을 하고 일출 산행은 2진과 하기로 했다. 스패츠 아이젠 등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5시 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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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맞이 태백산 일출 산행을 기획할 때 수많은 등산객으로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할 것을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우리가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서너 대의 버스와 수십 대의 승용차가 주차 중이었는데 여성팀을 기다리는 동안 버스는 십여 대로 늘었고 승용차로 주차장이 거의 꽉 찼으며 택시는 끊임없이 등산객을 실어 날랐다.
일출 맞이 산행팀 순위로 보면 우리는 후미에 속했는데 워낙 출중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어느 순간 선두 그룹을 유지하고 있었다. 흥수가 선두를 잡고 창우 상욱이 뒤를 따르고 여성 동무들이 그 뒤를 후미를 나와 형규가 보는 대형을 유지하며 정상까지 올랐다. 와중에 유일사 대피소 1km 못 미친 지점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체기가 있어 그 배낭을 형규와 흥수가 번갈아 지며 정상에 올랐다. 우리가 정상(장군봉)에 도착한 시간이 7시 17분으로 일출 7시 38분보다 20여 분 먼저 도착했다.
<장군단 돌무더기에서 칼바람을 피하는 사람들>
정상은 이미 등산객으로 만원이었는데 와중에 우리도 두 팀으로 - 순희 누님, 흥수, 상욱, 창우는 천왕단에서 나머지는 장군단에서 - 분리되어 해뜨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 상으로는 거의 영하 30도 가까울 것 같았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순간 폰이 꺼져버려 여기저기서 한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카메라라고 딱히 상황이 좋지도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순간 얼어버리는데 그 와중에 사진 좀 찍어 달라는 몰염치도 많았다. 특히 태백산이라 쓴 이정표의 포토 포인트를 장악하고 있던 흥수는 장군봉에 있던 네 친구가 도착할 때까지 장갑도 안 낀 손으로 찍사를 하고 있었다.
마침 창우가 우리를 찾아 장군봉으로 돌아온 순간 해가 저쪽 동해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에 얼어 죽을 것 같았지만 그 바람이 주변의 모든 구름과 먼지를 날려버려서인지 이 일출은 내가 산에서 본 중 최고였다. 일출을 보고 찍은 후 천왕단으로 내려갔다. 그때까지 포토 포인트를 장악하고 있던 흥수가 우리의 단체 사진을 찍고 거기서 간단히 창우가 가져온 보드카로 목을 축일까 하다 바람이 잔잔한 햇볕 좋은 곳에서 마시기로 하고 문수봉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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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단 천왕단 하단의 세 단을 같이 태백산 천제단이라 부르는데 하단은 문수봉 가는 길목에 있어 이를 통과해 문수봉으로 향하다 햇볕은 좋지만 바람은 어쩔 수 없는 평지에 자리를 잡고 순희 누님이 가져온 천혜향과 흥수가 가져온 귤을 안주로 보드카를 마셨다. 이번 산행을 위해 산 타프로 - 장군봉의 그 추위속에서는 타프 칠 상태가 아니었다 - 대충 바람을 막아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문수봉 소문수봉 당골에 이르는 길은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눈이 제법 높이 쌓여 있었다. 물론 눈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친구와 이번 산행을 위해 스패츠를 산 친구들은 멀쩡한 길을 옆에 두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을 걷기도 하며 두 개의 봉오리를 넘었다. 그러다 새벽에 봉 감독 숙소에서 봉 감독이 설명한 겨우살이 생태에 대한 얘기가 나와 겨우살이를 찾아 하늘을 쳐다보며 걷기도 하며 하산했다. 당골 도착 1.5km 정도 전에서 겨우살이 군락지를 발견하여 흥수가 봉 감독에게 전화로 알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일출 산행을 마치고 숙소인 민박촌 식당가에 도착한 시간이 11시였다. 바로 한 식당으로 들어가 동태탕 닭도리에 막걸리를 좋아하는 창우 흥수의 주장으로 '옥수수 동동주'를 나의 주장으로 참이슬을 시켰다. 그런데 옥수수 동동주는 다디단 옥수수 차와 다를 바 없어 모두를 실망하게 했다. 그래서 주인장에게 그냥 막걸리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며 '검은콩 동동주'를 추천했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해 한 병 시켜 마셔보니 이건 그 맛이 두유였다. 동태탕과 닭도리 소주로 점심을 건하게 먹고 식당에서 실망한 동동주가 아닌 막걸리와 안주를 마트에서 사 마침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쓰려져 잘 사람은 자고 나머지는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막걸리 파티를 봉 감독이 돌아올 때까지 즐겼다. 그 시간에 서울에서 10시에 떠난 2진은 내가 알려준 대로 함백산 정상에 오르고 눈썰매 타기를 즐겼다.
봉 감독이 귀경하는 친구들을 터미널로 데려다주는 동안 나와 형규는 숙소에서 2진이 함백산에서 돌아오기를 비몽사몽 간에 기다렸다. 마침내 2진이 숙소(민박촌 6인실…. 복층으로 20명이 자도 될 정도)에 도착하고 이어 영한과 미정에 끝으로 용준이 도착해 통영에서 공수한 굴로 만든 굴전과 여성 동무들이 가져온 반찬으로 저녁과 음주를 즐기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잤다. 형규와 나는 낮 11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마신 셈이다. 희석이는 새벽 2시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오늘 새벽 5시경 명신, 미정, 진아, 희숙, 낙진, 봉 감독, 영한, 용준, 영진, 희석 열 명은 일출을 보기 위해 태백산으로 떠났고 남은 형규와 나는 8시경 기상해 라면을 끓여 해장하고 형규 조카 차로 터미널에 날 내려주고 형규는 조카네로 향했다.
태백 일출 산행을 정기화 하자는 얘기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