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많이 먹는 곳이어서 그런가? 부산에서 고기 좀 먹는다는 사람은 육회를 즐긴다. 여간 고기 질이 좋지 않고서는 웬만한 식당에선 취급할 수도 없는 메뉴다.
구포축산물도매시장 바로 옆(삼락동) '곰보식당'은 그런 점에서 정평이 나 있다. 38년 동안 식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며 저렴하고 맛있는 한우로 고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서 넷째 남동생과 가게를 함께 운영하던 송임순(65) 씨는 2011년 감전동에 똑같은 이름의 가게를 냈다. 현재 본점은 동생 3명이 가세해 일을 돕고 있다.
"삼락동 본점하고 메뉴도 같고 만드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30년 넘게 같이 일했잖습니까." 등골, 횟간 등 특수부위부터 한우로 할 수 있는 메뉴 대부분을 내놓는 본점처럼 감전동 분점도 한우 관련 대부분의 메뉴를 다루긴 하지만 육회비빔밥에 좀 더 특화된 측면이 있다. 저녁에 가면 1만 5000원 하는 육회비빔밥을 점심 특선에선 2000원 깎아준다.
육회비빔밥을 시키니 무채 무침, 배, 김 위에 육회와 달걀노른자가 얹힌 대접을 중심으로 한 상이 차려져 나왔다. 무엇보다 육회 양이 많아 놀랐고, 요즘 귀하다는 신선하고 안전한 달걀노른자가 얹혀 있어 황송했다. 육회 대접 옆에는 쇠고깃국이 있었다.
양념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고추장이 딸려 나왔지만, 본연의 맛을 보고 싶었다. 밥도 넣지 않고 재료들을 그대로 비볐다. 무채 무침 양념이 돼 있는 데다 김과 달걀노른자가 섞일 테니 맛을 보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적당히 비빈 후 한 입 먹어보고는 은은한 맛에 탄복했다. 고추장 안 넣기를 잘했다 싶었다. 사각거리는 배, 좀 더 옹골차게 씹는 맛을 선사하는 무채, 고소한 달걀, 그리고 씹을수록 구수한 맛을 남기는 육회. 은근하게 빠져드는 맛이었다. 입이 짧은 탓도 있지만, 밥술을 떠 넣으며 부지런히 먹었는데도 밥공기를 비울 때까지 육회는 3분의 1가량이 남았다. 그만큼 푸짐했다. 반찬으로 나온 도토리묵을 밥 삼아 대접을 싹 비웠다.
"본점은 동생들이 하고 있으니까, 여기는 우리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아직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힘들다고는 하지만…."
몇 년 뒤 여기서 대를 이은 젊은 주인 부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점심특선(평일 오후 12~3시) 육회비빔밥 1만 3000원, 안심찌개 1만 5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부산 사상구 학감대로260번길 7(감전동). 051-341-6277.